[기고] 친구들(어르신들), 변화를 공감하고 세상을 예찬하자.
[기고] 친구들(어르신들), 변화를 공감하고 세상을 예찬하자.
  • 광양뉴스
  • 승인 2019.10.04 18:04
  • 호수 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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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학만 시민기자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정보)이 참 많다.‘저러면 안 되는데...’, ‘에이!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대박 잔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노인들에게는 없다.

노래 가사 가운데 ‘너는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젊어서 겪었던 귀한(?) 경험을 무지한(?)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요즘 노인을 우대하는 정책들이 자주 나온다. 호칭부터 변했다.‘어르신’이다.

내 나이 60대 초였든가, 버스를 탔는데 한 학생이 벌떡 일어나며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하였다.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고 가슴이 쿵쾅 거리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속으로 ‘아니, 내가 노인이란 말이야?’ 즉시 “아니야! 괜찮아! 그냥 앉아 있게”라고 말하고는 안쪽으로 들어가 서있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그런 게 현실적 Ageism이었나?’

노인차별주의(Ageism)란 용어를 만들어낸 버틀러(Robert N.Butler)는 이렇게 설명한다.

‘노인차별주의란 노인들에 대한 차별과 젊은 성인들이 갖고 있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관념’이며, ‘노인들은 다른 노인들을 괘씸하게 생각하고 냉대하며, 보편적으로 외로움, 쇠약한 건강, 노쇠 그리고 전반적인 질병과 연관 되어 있으나, 노인들의 경험은 젊은 성인들의 생각과 시종일관 일치하지는 않는다’라고 아리송하게 결론을 맺는다.

비근한 예로 요즘 각 지자체에서는 노인들의 운전면허증 반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시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이 정책은 대표적인 Ageism의 하나이지 않을까?

노인들의 운전 중 사고 때문에 그런 발상이 나왔다면 음주운전 사고의 대책으로는 술을 팔지 않으면 어떨까? 육체적, 정신적 운전 적합여부를 검사하고 적절한 대응책은 고민해 봤을까? 면허를 소지한 나이 든 우리들에게 어쩌면 좋을까를 설문조사는 한 것일까? 면허증을 반납하고 10만원을 주면 그만이라는 발상이었을까? 더 좋은 방법을 구상이나 해 봤을까? 면허증을 반납한 서민이라면 그 10만원을 이동하는 데에만 사용하겠는가? 면허증 반납은 ‘이동권’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목적을 이루는 게 아닐까? (당분간이지만) 100세 시대니 120세 시대니 하는 요즘‘이동권’의 필요는 상당히 늘어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버틀러의 설명에서처럼 ‘젊은 성인들의 생각과 시종일관 일치하지는 않는’ 당사자들에게서 충분한 의견을 듣고 세운 정책이려니 자위하자.

‘나이 드는 데도 예의가 있다(고광애, 바다출판사, 2016)’의 작가는 ‘과거 이야기를 즐기는 노인들에게 치명적 흠 세 가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한 이야기 또 하는 노인, 두 번째는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노인, 마지막으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노인. 모임을 가보면 정말 이런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을 때가 종종 있다. 어렵게 낸 시간에 ‘자기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짜증스럽다. 그 자리가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자리라면 그 젊은이가 튀어 나가지 않을까?

어떤 때는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에 대해서 쌍심지를 켜고 나무라는 노인도 있다. 한글이 만들어진 조선 시대가 아니더라도 20세기 초에 발행한 책만 읽어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이 있다. 그런 책을 읽을 때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단어마다 인터넷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는 살아서 변화한다. 이런 세태의 변화를 나무라거나 탓하지 말고 적응해가는 노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제레미 리프킨(美 경제학자, 문명비평가)은“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이고 그들의 인생을 예찬하는 것”이라 했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외롭지 않게 살아내려면 내가 사는 사회의 모든 것들과 공감하고 예찬하는 일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