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틈틈이 전국 100개 산 종주, 광양읍 김호승씨
직장생활 틈틈이 전국 100개 산 종주, 광양읍 김호승씨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10.11 17:46
  • 호수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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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산행…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정복하는 일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기억되는 영암 월출산
백두대간 호남정맥 종점, 망덕산에서 거슬러 오르는 ‘백두대간’ 종주하고 싶어

“힘든데 산에는 왜 올라가요?” 라고 사람들에게 물으면‘건강을 챙기기 위해서’, ‘여가생활을 즐기려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서’등등 대답이 다양하다.

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산이 거기 있어서......’

20세기 위대한 탐험가 힐러리 경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말하는 이 대답은 참 철학적이다.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우리가 정복하는 것은 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라고 말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이 철학적인 말은 30여년 직장생활을 하며 4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산을 오르는 동안 3년에 걸쳐 전국의 100개 주요 명산 종주를 끝냈다는 평범한 사람 김호승(57)씨를 봐도 알 수 있다.

김 씨는 “집 뒷산이든 높은 산이든 모든 산행은 힘들다. 죽을힘을 다해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렇게 정상에 올라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잡념이 들어올 틈없이 고요하고 저절로 마음이 비워진다”며 “산을 오르는 것은 산이 있으니 가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곧 자신을 정복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런 말이 있다. 바다를 좋아하면 마음이 넓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깊다고...

말 그대로 처음 만난 김호승 씨는 선한 인상에 마음이 깊어 보였다.

김호승 씨가 다녀온 산은 블랙야크가 정한 전국 주요 100대 명산시리즈로 광양의 백운산, 순천의 조계산을 비롯해 지리산 반야봉, 천왕봉, 바래봉, 제주의 한라산까지다.

 

김씨는 3년에 걸쳐, 겨울과 여름, 휴가를 이용해서 100개의 산을 종주했다. 마지막 밀양 제악산 산행은 친구들과 함께했다.

강원도 등 광양에서 먼 곳은 산악회가 잘 가지 않으므로 혼자 다녀오기도 했고 가까운 산은 산악회와 함께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은 단양 월악산 영봉과 겨울풍경이 환상으로 느껴졌던 충북 영동의 민주지산이라고 한다. 계단이 많은 제천의 월악산은 등정이 힘들었지만 막상 올라가서 보니 발아래 충주호가 그림처럼 펼쳐져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더 아름다운 산은 전라도에 있다고 한다. 영암 월출산은 4번이나 다녀올 만큼 좋았다고...

산을 오르는 것을 흔히 인생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서 승진하기 힘들고, 자식 잘 키우기 힘들고, 가난한 사람이 부자 되기 힘든 인생, 그런 인생과 등산은 ‘목표’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일단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일이 쉬울 수 만은 없지만 김호승 씨는 100대 명산을 오르내리면서 비우는 연습을 하며 고단한 삶의 호흡을 고르기도 했다.

김 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산행은 2012년 1월경 올랐던 만복대 겨울산행이었다.

10명이 함께 정상을 향해 올라가던 중 중턱만큼 이르니 해가 지기 시작했고 정상에 도착하니 짧은 겨울해가 이미 져버렸다. 해발 1000고지가 넘는 산에 다 눈이 쌓여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악조건, 중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추위와 싸워가며 정상에 도착했다. 조난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안고 하산을 하니 밤 10시였다. 오전 9시경 시작한 산행은 밤 10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끝은 또 다른 시작. 그렇게 힘들게 100대 명산을 종주하고 나니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단다.

김호승 씨는 이제 외국의 유명산 보다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기로 했다. 진월 망덕산 아래 내망마을 출신인 김호승 씨는 “백두대간 호남정맥 종착지는 망덕산이다. 이제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으니 망덕산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백두대간 종주에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