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대의멸친(大義滅親) : 큰 뜻을 위해서는 친속도 단죄한다
[고전칼럼] 대의멸친(大義滅親) : 큰 뜻을 위해서는 친속도 단죄한다
  • 광양뉴스
  • 승인 2019.11.01 09:13
  • 호수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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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나라나 민족에 큰 도움이 된다면 부모나 형제의 정(情)도 돌아보지 않고 벌을 가(加)한다는 말이다.

중국 춘추시대 위(衛)나라 장공(莊公)은 애첩에게서 주우(州旴)라는 아들을 얻었다. 모애자귀(母愛子貴:어머니를 사랑하면 자식도 귀하게 여김)라고 했던가. 첩을 사랑했으므로 주우를 총애한 탓에 너무 방종(放縱)하고 버릇없이 자랐다.

석작이란 늙고 충성스런 신하는 장래가 걱정이 되어 장공에게 자제들을 사치(奢侈)와 방탕(放蕩)과 안일(安逸)에 빠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늘 간(諫)했지만 장공은 석작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장공이 죽고 환공(桓公)이 왕위에 올랐는데 권력욕에 눈이 먼 주우는 항상 환공을 음해(陰害)하고 왕위 찬탈(簒奪)에 혈안이 되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 세력 속에 노신 석작의 아들 석후(石厚)도 끼어있어 주우에게 나쁜 계책을 알려주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주우와 가까이 하지 말라고 타일렀으나 석후는 듣지 않았다.

그 후 주우는 마침내 환공을 시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고 함께 놀았던 석후를 상대부에 임명하였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찬탈이기에 백성들은 물론 다른 제후들도 반응이 매우 좋지 않았다. 생각 끝에 신망을 얻고 있는 노신 석작에게 계책을 얻고자 많은 보물을 보내며 불렀지만 석작은 부름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주우는 생각 끝에 아들 석후를 아버지 석작에게 보내 설득하도록 했다.“이번 새로 오르신 왕께서 아버지를 공경하고 사모 합니다”백발이 성성한 아버지가 아들 석후에게 물었다. “새 왕께서 나를 부른 연유(緣由)가 무엇이냐?”,“왕위가 아직 안정되지 못해 아버지를 모셔다가 좋은 계책과 지시를 따르기 위해서입니다”그러자 석작은 미리 생각해 놓았던 계책을 일러주었다.“천하의 종실인 주(周) 왕실을 예방하여 천자(天子)를 배알(拜謁)하고 승인을 받는다면 백성들이 복종할 것이다”,“어떻게 해야 천자를 뵐 수 있습니까?”,“먼저 주 왕실과 각별한 사이인 진(陳)나라 환공을 통해서 청원하도록 해라. 그러면 진 환공께서 알아서 해 주실 것이다”

주우와 석후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많은 금은보화(金銀寶貨)를 가지고 진나라로 떠났다. 석작은 미리 주군을 시해한 주우와 자기 아들인 석후를 잡아 죽여 대의를 바로잡아 달라고 서신을 밀사(密使)를 통해 미리 보냈다.

주우와 석후는 진나라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되고 말았다. 위나라에서는 사람을 진나라에 보내 두 사람을 처단하게 하고, 환공의 동생인 진(晉)을 왕위에 세웠는데 그가 위선공(衛宣公)이다.

한편, 위나라 대신들은 석후는 너그럽게 처분하자고 석작에게 건의했으나 단호하게 거절하고 아들 석후를 과감하게 처단했다.

그 이유는 어려서부터 주우와 가까이 하지 말도록 타일렀건만 방탕한 생활이 몸에 배서 만약 살아남는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춘추좌전(春秋左前)≫을 쓴 좌구명(左丘明)은 살릴 수도 있는 아들을 가신을 시켜 죽음을 감독하게 한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대의멸친’이라고 호평(好評)을 했다.

요즘에 사람들이 새겨 들어야할 이야기 인 것 같다.

어느 정권에는 나라가 특별한 위기 상황에 처하자 국무회의를 소집했는데 군대현역 복무한자가 국방부 장관 한사람뿐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나름 이유는 있을 것이다. 어떤 기업가는 자신의 아들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회사를 살릴만한 그릇이 못된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외부에서 유능한 전문 경영인을 초빙했다. 그래서 회사는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더 큰 회사로 발전하였다.

우리들은 부족한 자기자식을 뒤로하고‘대의멸친’의 정신으로 회사를 살린 이 기업가를 칭송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