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기정떡, 변화가 필요하다
[문화칼럼] 광양 기정떡, 변화가 필요하다
  • 광양뉴스
  • 승인 2019.11.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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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기정떡은 여름철에 즐겨먹는 ‘증편'의 전남방언이다. 술떡, 기주떡, 기지떡, 벙거지떡이라고도 불린다. 이름은 술로 발효시키는 것을‘기주 한다’고 한데서 유래된 것이다.

기정떡의 역사는 짧지 않다. 원조는 중국의 밀가루 떡인 상화병(霜花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밀가루 대신 쌀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이것이 기정떡이다. 기정떡의 제조방법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규합총서’등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만큼 오래되었고, 인지도가 높은 떡이다.

광양에서는 기정떡을 광양의 특별한 떡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그러한 문화가 있는데, 광양과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공모사업과 지자체가 육성 의지를 갖고 기정떡을 규모화 시켜,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와 지역경제에 활용하고 있다.

광양 기정떡은 규모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광양을 비롯해 순천, 여수 등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다 보니 특산 선물로도 이용되고 있다. 타 지역을 방문할 때나 명절 때에는 우리지역에는 이런 것도 있다고 자랑하듯이 기정떡을 내놓는다.

광양 특산 음식을 이야기 할 때도 광양숯불구이와 함께 빠지지 않은 것이 기정떡이다. 이렇듯 기정떡에는 은연중에 광양 대표 떡이라는 자부심도 배여있다.

그런데, 떡에 대해 연구하고, 외지에서 기정떡을 바라 보았을 때 광양 기정떡은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성의 경우 광양 내에서는 창업의 순위를 논할 수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비교했을 때 독보적이지 못하다. 맛은 좋다고 하지만 고유의 차별화된 제조법과 특색 있는 맛을 찾아보기 힘들다. 규모 또한 작아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마케팅도 못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떡 개발 용역을 수행하면서 전국 각지의 소문난 기정떡을 구매해서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 광양 기정떡은 정체성과 방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정떡 맛은 과거 광양군수 관사 뒤의 기정떡집에서 만들었던 것과 판이하게 변했다.

맛은 시대 변화에 맞추려는 듯 옛 맛으로부터 멀리 와 있으나 제형, 제조과정, 포장, 유통 등은 시대 변화에 맞추지 못한 부분도 눈에 많이 띠었다.

기정떡 하면 광양 기정떡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맛과 제형은 지역적 정서와 시장규모 대비 기정떡집 수를 생각하면 현재 구조로도 광양 기정떡은 당분간 명맥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명실공히 광양을 대표하는 떡으로서 위상을 갖추고, 규모화되어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변화는 영광군 모싯잎떡의 사례를 볼 때 광양시 차원에서 이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광군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먹었던 모싯잎 송편에 대해 2004년부터 공동브랜드 개발과 협의회 구성, 브랜드 관리 조례제정, 생산기자재 등의 기반 구축을 했다.

이것을 기반으로 2009년에는 영광 모싯잎떡을 농림축산식품부‘향토산업육성산업’에 신청해 대상 품목으로 선정되었다.‘향토산업육성산업’은 2010년부터 실시되었는데, 매년 10억씩 3년간 사업비를 지원받아 영광 모싯잎떡을 본격적으로 도약시켰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영광군에서는 128개 모싯잎떡 업체에서 600여명이 일하고 있으며,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광군은 지역차원에서 자급자족에 불과했던 모싯잎떡 시장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확장시켜 지역의 떡 브랜드 가치 향상 및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현재 영광군의 떡 산업은 떡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택배산업, 모싯잎 재배, 지역의 쌀 소비촉진 등 부수적인 경제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광양의 기정떡은 모싯잎떡 못지않게 확장 가능성이 큰 상품이다. 막걸리를 혼합해 만든 발효떡이기 때문에 소화력이 뛰어나다.

특별한 날에만 이용하는 떡이 아니라 아침 식사대용이나 간식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속을 든든하게 해주면서도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활용하기 좋은 특성이 있다. 소화가 잘안돼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노인이 먹어도 탈이 잘 나지 않는다. 여름철에도 유통 적성이 높아 택배 상품으로도 우수하다.

광양의 경우 기정떡의 전통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스토리 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자산을 지역 내에만 묶어놓고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연명만 시키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광양시 차원에서 지혜를 모으고, 무언가 대책을 세워서 시민을 위해 활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