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집의 공포, 남의 일 아닌 우리 앞의 현실
[기고] 빈집의 공포, 남의 일 아닌 우리 앞의 현실
  • 광양뉴스
  • 승인 2019.11.29 18:44
  • 호수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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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前)문재인대통령후보 법률인권특보
서동용 변호사

최근 한 시사주간지 보도에 따르면 광양시의 빈집 비율이 16.5%로 전국 평균(7.18%)을 넘어 최고치 수준을 보인다. 빈집은 비수도권 지역의 일반적인 문제지만 광양. 곡성. 구례는 더 심각한 상황이며 해마다 증가하는 실정이다.

일본의 예에서 보면 최근 10년 사이 빈집의 비율은 두 배로 늘어났다. 10가구 중 3가구가 빈집이라는 우리 사회 10년의 미래는 생각만으로도 공포다. 빈집이 늘면 쓰레기 투기, 화재, 범죄 발생률이 높아진다. 마을 분위기가 침체 돼 주민들이 떠나면 결국 빈집은 더욱 늘어난다. 이러한 악순환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반복된다.

빈집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도농 격차를 고착 심화시키는 국토균형개발의 문제, 고령화와 저출산 같은 인구구성 변화로 인한 지방소멸의 문제, 제조업 쇠퇴와 같은 산업구조의 변화, 정부의 주택 정책 등 전국적 사안의 문제들이 발생한다.

또 지역적으로는 주택 노후화, 신도심 개발과 원도심 공동화, 그리고 일자리, 복지, 교육, 문화, 의료를 포함한 정주 여건까지 얽힌 복잡한 문제다. 그런 만큼 해결책도 다양한 수준과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빈집 정비 및 철거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귀촌을 포함해 전입 희망자에게 빈집 정보를 제공하며, 빈집을 리모델링해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현재 광양시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새뜰마을 사업에 선정되어 봉강, 옥룡 등지에 주택 정비를 추진하고 있고, 범죄 예방을 위해 빈집 점검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곡성군은 올해 100동을 목표로 빈집 정비를 추진하고 있고, 빈집을 고쳐 ‘귀농인의 집’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최근 연예인들이 빈 집을 세컨드하우스로 리모델링 해 살아가는 예능 ‘자연스럽게’의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는 구례군은 귀농 희망자가 살아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귀농 사업에 빈집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 대다수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도시재생이다. 2017년부터 전국에 모두 265곳이 도시재생 뉴딜 지역에 선정되어 사업이 추진 중에 있고 2022년까지 총 5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도시재생 사업이 빈집 문제 해결 및 주거복지 향상, 지역경제 및 구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노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빈집은 늘고 있으며 도심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임대료 상승이 가속화되었고 기존 세입자를 포함해 원주민들을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정작 마을공동체를 일궈 온 예술가들과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했다.

또 관광지나 유명한 마을이 아닌 농촌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계획, 진행되는 경우 단독주택 집값이 들썩이거나 외지인이 빈집에 투자했다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고 떠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도시재생이, 유행가 가사처럼 “싹 다 갈아엎어 주세요”같은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의 거주 여건을 향상하고 공동체를 활성화하면서도 동시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 및 마을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염두에 둔다면,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재생 본래 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즉 원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원주민의 뜻이 지속적으로 반영되도록 그 방향과 방식이 끊임없이 섬세하게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2050년 전남(25.4%)은 인구 감소로 네 집 중 한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혼자 사는 가정이 429만가구로 전체의 19%를 차지할 것”이라며 “노인 인구가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옮기면 그 집은 자연스럽게 공가(空家)로 전락한다”고 밝혔다. 각 지자체는 일단 지어놓고 보자는 식의 토지개발과 아파트 신축을 재고하여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인허가 등 건축률을 관리하면서 빈집 정비율을 동시에 조율하고 통제하여야 한다.

현재 지자체들은 인구조사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임시방편으로, 대학생이나 단기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입신고 장려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인근 지자체와의 신경전만 유발하는 제로섬게임일 뿐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해결책은 전국의 인구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화가 주요 배경 원인이라는 점에서 지방 지자체 및 국회의원들의 연합을 이끌어 내 특별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인구균형정책 같은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강한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해법이다. 교육, 취업, 문화, 병원 진료를 위해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코자하는 사회적 이해와 결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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