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 한관호
  • 승인 2008.12.04 09:44
  • 호수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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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관호 바른지역언론연대 사무총장

개구쟁이 어린이가 있었습니다. 늘 요란스러운 아이라 엄마를 힘들게 했는데 하루는 목욕탕 청소를 말끔히 한 걸 보고 칭찬을 했더랍니다. 헌데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들은 그날부터 그 아이의 장래 희망은 청소부 더랍니다. 학교 어머니 모임에 갔던 어느 날, 사물함 마다 아이들 꿈이 적혀 있었는데 한 사물함에 청소부라고 적혀 있어 엄마들이 모두 웃었답니다. 이 엄마도 참 귀엽다며 박수까지 쳐가며 웃었는데 자기 아들도 웃고 있더랍니다.


엄마는 공부를 못해서 청소부를 꿈꾸나 싶어 영어 학원에 보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일기장을 보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적혀있어 환호 하는데 맙소사, 일기 마무리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미국 빌딩 청소부가 되겠다고 적혀 있더랍니다.

이 아이의 꿈은 옆 반 까지 소문이 나 자기 교실은 물론 옆 반 신발 정리까지 하는 아들, 그런 아들을 보며 엄마는 생각을 바꿨답니다. 자기 일을 저렇게 힘차게 한다면 반드시 인생이 행복할 거라고. 엄마는 칭찬 한 마디에 청소가 기쁘진 아들을 보며 칭찬이 사람을 변화 시키고 사람을 살린다는 걸 아들에게서 배웠답니다. 어느 카페에서 읽은 글입니다.
 
제게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있습니다, 명문대를 나와야 사람 행세를 한다는 한국 사회, 그런데 제 아들은 아무리 봐도 공부 과는 아닙니다. 공부를 잘하지도 열심히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거나 밖으로 돌지도 않고 특히 잘하는 운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학교는 학생이니까 가야 하는 곳, 남들이 공부 하니까 나도 놀 수는 없는 것, 뭐 그냥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학생입니다. 그럼에도 안사람은 4년제 대학은 나와야 한다며 학교 기숙사에 있는 아이가 집에 오는 주말이면 영어, 수학 과외를 시킵니다.

아들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교감선생께서 학교 신문에 실을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써 달라고. 저는 한국 교육 현실에 비판적인 입장이므로 학교에서 바라는 글이 아닐 거라며 사양했지만 그도 괜찮다고 해 글을 썼습니다.

병철아, 네가 고등학생이 되어 기쁘구나.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크다. 우리 교육풍토에서 보면 아마도 너는 중학교 때 보다 더 억압되고 지루한 시간을 맞게 될게다. 흔히 교육의 골인 지점이라는 대학이라는 곳에 가기위해 오로지 공부란 것에만 덜미를 잡힐 것이다. 또 친구와 점수를 경쟁해야 하는 전쟁터 비슷한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 풍토와 애비가 바라는 학교와는 다르단다. 단어 만으로도 빛나는 이름 청소년, 그 시기는 서로 교감하며 오래도록 우정을 나눌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 내 심성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여럿이 어울려 사는 공동체의 의미를 배우고 무엇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풍토는 그와는 정 반대란다. 좋은 책을 읽고 사유하며 그 책에 담긴 철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시험에 나올 정해진 정답만을 외우기 위한 공부이다. 마음껏 운동장을 가로 지르는 체육, 때론 비틀즈를 듣는 음악, 전시회를 다녀오는 미술 시간은 희망 사항일 뿐이라 학교가 결코 너희들의 감성을 풍요롭게 채워주지 못할 것이다.

하여, 아들아!
아버지 생각에는 네가 결코 범생이가 되려고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 과목 공부를 다 잘하고 교복 단추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아 교사들 마음에 쏙 드는 청소년. 그렇게 로봇처럼 주어지는 것들을 달달 외우다 괜찮은 대학에 들어간다고 네 인생이 행복 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냐.

그러니 아들아, 고등학교 3년은 네 꿈은 찾는 시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무엇인가가 너를 신열에 들뜨게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 사회가 평가하는 세속적인 잣대가 아니라 네 스스로 판단하여 가치 있는 일, 하면 할수록 네가 진정으로 신명나는 일,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고등학교 시절이기를 바란다. 인간이란 누구나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고유한 주체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 쓸모없는 일이란 단 하나도 없단다.

대학 수능 시험이 끝났습니다. 올해도 언제나처럼 수험장 교문을 붙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신문과 방송에 등장합니다. 우리나라는 2년제 대학까지 포함해 대학 숫자가 부지기수이니 점수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은 부모들의 바람대로 대학생이 될 것입니다. 그들 중 누구도 청소부를 꿈꾸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건 학교에서 이 세상에 쓸모없는 일, 쓸모없는 사람이란 없다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손 시린 겨울, 이른 새벽에 거리로 나와 출근길을 깨끗한 기분으로 만들어주는 청소부들. 허나, 이 사회는 그 군살 베긴 손에 ‘호’ 해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