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매화축제, 유산과 가치 창조
[문화칼럼] 광양매화축제, 유산과 가치 창조
  • 광양뉴스
  • 승인 2019.12.27 18:59
  • 호수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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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2020년 광양매화축제 일정이 3월 6일부터 15일까지로 확정됐다. 어느덧 22회째를 맞이하는 광양매화축제에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제21회 축제는 최우수 봄축제 3년 연속 선정 기록과 동시에 빅데이터 최고 인기상, 내 고향 명품우수축제대상 등 3관왕을 달성했다.

제22회 축제는 슬로건·포스터를 대국민 공모하면서 시작 단계부터 국민과 함께 만든다고 홍보했다. 이 정도면 수식(修飾)은 화려하고 구호는 이상적이며, 남 부끄럽지 않은 축제를 가졌다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만족스럽지 못하다. 광양시에서는 그동안 매실을 주력 과실로 육성해왔고, 그것이 농가의 소득증대에 일정부분 기여했다. 그런데 최근 매실 가격이 폭락하면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광양매실의 홍보 기능도 겸했던 매화축제의 의미와 명분도 많이 퇴색됐다.

매화축제를 21년 동안 개최해 오면서 축제와 연계해서 2차, 3차 및 6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면 매실 가격이 폭락해도 매화 관련 다른 분야의 소득원으로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축제에 대한 지역민의 지지도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21년 역사의 매화축제 유산이라곤 21회 개최라는 것 밖에 없이 초라하며, 매실 재배 농가는 울상인 가운데 축제를 앞두고 있다.

현재 큰 틀에서 방향을 잡은 내년 제22회 매화축제도 마찬가지이다. 우선, 시작 단계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축제를 만든다는 명분으로 공모한 슬로건·포스터가 그렇다. 포스터를 공모하려면 우선 다른 지역의 매화 및 축제와 차별화되는 문양(도안)을 먼저 제시해 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저것은 광양의 매화라고 인식 가능한 문양이 없는 상태에서 차별화된 광양매화축제의 포스터 디자인을 하기란 쉽지 않다.

광양의 매화라고 특정할 수 있는 문양이 있다면 포스터 디자인이 용이하고, 축제 홍보뿐만 아니라 도자기, 패션제품, 목공품, 장도, 우산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관광 상품에도 활용할 수 있고, 지역 특색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데 그동안 준비를 해놓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슬로건·포스터 공모전은 당선작을 내지 못한 채 홍보에만 활용했다는 질타만 받고 있다.

제22회 축제 도입 프로그램으로 결정한‘차와 윤회매의 만남’도 마찬가지이다. 도입 이유는 제21회 때 많은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매화와 관련이 있고,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도입 명분을 찾을 수 있으나 다른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을 광양에서 굳이 전시해야 하는 이유에대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광양의 전통 또는 광양 작가라면 설명이 된다.

광양(또는 광양 매화 농장)에서 양봉한 밀랍을 사용했다는 것의 강조에 의해 광양 양봉의 우수성 홍보에 비중을 두어도 설득력은 있게 된다.

윤회매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수강 희망자에게 교육을 시키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인력양성과 함께 광양에도 윤회매 문화가 만들어지면서 윤회매 전시의 가치가 높아지고, 관련 분야의 도입, 정착 및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나 명분 없이 매화 축제이니까 매화 관련된 것이라면 모두 전시하거나 프로그램으로 도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 할 수 있다.

집객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도입하되, 1회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도입 과정이나 방법을 지역의 발전과 연계하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한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매화축제에는 기획과 의지에 따라 지역 문화 및 산업과 연계시켜 발전시킬 수 있고, 축제를 통해 지역자원을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것들 또한 많다.

가령, 김 시식지로 유명한 김의 고장 태인동의 김부각은 매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매화 축제 때 매화꽃 문양 또는 매화추출물이 가미된 김부각 전시판매 또는 매화문양 붙이기 체험을 통해 김 시식지와 김부각 제품을 방문객에게 홍보하는 것에 의해 브랜드를 강화하고, 지역산업의 성장을 꾀할 수 있다.

따라서 매화축제는 외형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무엇을 어필하고, 지역의 어떤 상품을 어떤 형태로 팔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며, 광양을 다시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자면 매화축제를 연례행사 치르듯이 형식적으로만 치르지 말고, 광양의 콘텐츠 다양화 및 문화산업 발전과 연계 시켜야 한다.

매년 축제를 앞두고 급조된 기획이 아니라 5년 10년 20년 후를 생각하면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일본에서 124회째를 맞이하는 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 매화축제는 2월 15일-3월 29일까지이며, 시즈오카현 아타미시에서 76회째 개최 예정인 아타미 매화축제 예정 기간은 1월 11일-3월 8일까지이다.

이들 매화 축제는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개화하는 품종(조, 중, 만생종)을 계획적으로 식재해 놓고 활용하기 때문에 축제 기간이 45일 이상 된다. 특히 아타미 매화축제는 2개월 정도로 긴데, 이는 매화축제장 인근 온천의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광양매화축제도 가치창조와 연계해서 매진할 필요가 있다. 그 가치를 창조하려면 이것도, 저것도 매화와 관련이 있고, 사람 동원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시하고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광양의 문화와 산업발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성취를 위한 정교한 편집과 조율이 된 매화축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