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귀농 일기[27] 심고, 베고, 또 심기의 반복
천방지축 귀농 일기[27] 심고, 베고, 또 심기의 반복
  • 광양뉴스
  • 승인 2019.12.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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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식 시민기자
이우식 시민기자

옥곡시장에서‘옥광’이라는 품종의 밤나무 20그루를 샀다.

뒷골 산에 있는 밤나무들이 골다공증에 걸려 가지가 부러지고, 이빨(뿌리)이 약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말라가고 있는걸 보면, 몇 년 못 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그냥 있을 수가 없다.

밤나무의 나이(수령 60년)가 적지 않고, 3번의 태풍까지 경험한 금년에 급격히 기력이 떨어진 것 같다.

상태가 심각한 나무 주변부터 묘목을 심었다. 오늘 심은 나무가 커서 튼실한 밤송이가 달릴 때 쯤 오래된 나무는 베어 낼 생각이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봄 심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을 심기를 하는 나무도 있다.

밤나무는 동해에 강해 가을심기가 활착률이 좋고 생장도 빠르다고 해서 오늘 식재를 하게 됐다.

나무를 다 심고 엔진 톱 시동을 걸었다.

밤나무 사이에 드문드문 감나무와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고,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오래된 뽕나무도 있다.

매년 매실과 감이 주렁주렁 달리지만 한 번도 수확을 해 본적은 없다.

수확 시기가 되면 방제를 하지 않은 탓에 나무에 붙어 있는 놈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놈들이 제거 대상이다.

순식간에 허벅지 굵기의 나무들이 잘려 나간다.

베어낼 나무들이 많아서 잔가지 정리는 다음으로 미루고 열심히 엔진 톱을 돌렸다.

목을 축이기 위해 잠시 휴식.

눈앞에 보이는 꾸지뽕 나무가 거슬린다.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게 없는 약성을 가진 나무여서 7년 전에 거금(?) 30만원을 들여 수 십 주를 심었었다.

해마다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꾸지뽕은 달리는데 빨갛게 익을 무렵이면 새 떼가 습격을 해서 상품성을 떨어뜨려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계속 새들의 밥상을 차려줄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원망의 대상이 될 것인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더니 또 기로에 섰다. 베 버리기로 결정을 했다.

잡목의 기준이 별거 아니다. 내가 원하는 나무 외에는 전부 잡목으로 생각하자.

고사리산의 산삼도 내게는 잡초의 개념 아닌가. 여기는 밤 산이다.

밤나무를 제외한 모든 나무는 없애기로 결정을 하고 꾸지뽕 나무도 베기 시작 했다. 마음 변하기 전에.

귀농 후에 참 많은 나무를 심었다.

경제성이 있는 나무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심는 위치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작물에 따라 적합한 땅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곳 밤 산에다 심은 꾸지뽕과 감나무, 매실나무는 잘못된 장소 선택과 산 짐승의 피해 때문에 제 수명을 다 하지 못한 경우지만 감나무골에 있는 매실나무는 경제성이 없어 실패한 경우다.

수확량이 많을 나이가 됐고, 그동안 키워온 게 아깝지만 2~3년 후에 베 내기로 하고 대봉 나무를 사이사이에 심어 놨다.

매실나무는‘천근성’이라 물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물이 꼭 필요한 나무이기도 하다.

그 특성을 모르고 경사가 심하고 마사토 흙이 많은 산에다 심었으니....

유실수는 식재 후 수확 때까지 많은 기간이 소요 된다. 방제 시기와 방법도 다 다르다.

시행 착오를 줄이고 관리하기 좋은 과원을 조성하려면 선배 농부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