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의 끝…知足常樂(지족상락)의 산 ‘망덕산’
호남정맥의 끝…知足常樂(지족상락)의 산 ‘망덕산’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01.23 16:41
  • 호수 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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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속삭임이 바닷바람에 실려 오는 곳
망덕포구와 멀리 백운산·하동 금오산이 한눈에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1시간 남짓 오르다 보면‘만족할 줄 알면 즐겁다, 높이 197.2미터의‘知足常樂(지족상락)’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오르는 시간에 비해‘가성비’딱 좋은 산이라 하겠다.

한반도의 근골을 이루고 있다는 백두대간의 끝이 바로 망덕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망덕산이라는 이름은 왜적의 침입을 망봤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멀리 전라북도의 덕유산을 바라봤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산꾼들은 무엇보다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끝 지점이라는 데에 의미를 두고 즐겨 찾는다.

산 초입은 한때 작은 암자가 있어서 일부 구간이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있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망덕포구와 배알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에 다다르면 배알도가 더 잘 보인다. 동그란 섬 모양이 마치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오백원짜리 동전 같기도 하다.

배알도를 눈에 담고 다시 길을 재촉하니 약수터와 정상으로 갈리는 길이 나온다. 가쁜 호흡도 필요하지 않고 바쁜 마음도 내려놓게 되는 고요한 산길이다.

섬진강의 속삭임이 바닷바람에 실려 산중턱까지 들려오는 듯 하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있는 정상이지만‘이쯤이면 됐다’오늘 산길오름의 테마는‘知足常樂’. 너럭바위가 요처럼 깔려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기로 한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무에 매달아 놓은 산꾼들의 빛바랜 천 조각에, 바위에 앉아 있는 힘껏 자신의 이름을 새겼을 사람들의 흔적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음을 알 수 있다.

바위에 이름을 새기다니...지구에 이변이 없는 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흔적이다.

너럭바위 끄트머리에 서니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머리끝이 쭈뼛 선다.

다리가 후들거리지만 은빛물결 잔잔하고 아름다운 망덕포구와 섬진강 휴게소, 멀리 백운산과 하동 금오산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가까운 곳에 있어 오히려 잘 찾지 않게 되는 산, 망덕산에 오르니 망덕포구가‘포옥’품안으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