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수액 음용 문화와 광양 고로쇠나무 수액
[문화칼럼] 수액 음용 문화와 광양 고로쇠나무 수액
  • 광양뉴스
  • 승인 2020.02.07 18:18
  • 호수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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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광양 백운산 일대는 수액(樹液) 채취가 한창이다. 광양 고로쇠나무 수액처럼 나무에서 액체를 채취해서 음용하는 문화는 외국에도 있다.

네 발 달린 것은 책상다리, 날아다니는 건 비행기를 제외하고 다 먹는다는 중국에서 수액의 음용문화는 당연히 존재한다.

중국 동북(東北)지구, 화북(華北)지구, 화남(華南)지구, 산서성(山西省), 광서성(廣西省), 사천성(四川城)에서는 옛날부터 자작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했다.

일본에서는 옛날에 사람들이 산속에서 마실 물이 없을 때 새머루(Vitis flexuosa)의 굵은 줄기를 1m 정도 잘라 세운 뒤 자른 부위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아서 갈증을 해소 했다.

일본 북해도 아이누족들은 옛날부터 자작나무 수피(樹皮)에 상처를 내어 수액이 나오면 이것을 모아 그대로 음용하거나 조리에 사용했다. 이 수액을 발효시켜서 술을 만들어 이용하기도 했다. 북해도에서는 1885년에 업자들이 고로쇠나무에서 수액을 채취해 단풍설탕(maple sugar)을 만들기도 했다.

중앙아프리카 콩고의 한 부족들은 포도과 식물의 줄기에서 수액을 채취해서 음용하는 전통 문화가 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열대다우림에는 크고 작은 하천이 거미줄처럼 있기 때문에 식용수가 부족한 일은 없다.

그럼에도 수분이 많고 식용이 가능한 나무를 알아 두고는 물이 없는 곳에서 수렵이나 채집활동을 할 때 갈증 해결에 이용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4월 초에 눈이 녹으면 사람들이 근교의 숲으로 나가 자작나무의 수액을 채취하여 마시는 관습이 있다.

수액을 백약(百藥)으로 믿고 마시는 풍습은 일반화 되어 있다. 자작나무가 산림의 약 6%를 차지하는 핀란드에서는 자작나무 수액을 술(birch wine)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북아메리카는 수액 이용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단풍나무류에서 수액을 채취하여 이용했다.

이 문화는 1600년대에 이곳 정착 유럽의 이민자들에게 전해졌다.

정착민들은 1700년대에 단풍나무 수액을 솥에 넣고 끓이고 졸여서 메이플시럽(maple syrup)을 만들었다. 이것은 발전을 거듭해 캐나다 퀘백의 중요한 특산물로 되었으며, 수액을 채취하는 단풍나무 잎은 캐나다의 국기(단풍잎기) 문양이 되었다.

수액을 채취하고 음용하는 문화는 이처럼 세계 각지에 있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의 수액 채취와 이용문화는 가장 오래되었고, 약수로까지 폭 넓게 이용했던 전통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액 이용 역사는 600년부터 지리산 일대와 강원도 지역에서 행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액 채취에는 고뢰쇠나무 외에 거제수나무, 자작나무, 박달나무, 물박달나무, 사스래나무, 당단풍나무가 이용되어 왔다.

이중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한 것을 고뢰수 나무 수액, 자작나무에서 채취한 거자수 또는 거자약수로 불린다.

이 두 가지 수액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는 남악제(南岳祭, 신라시대 때 지리산을 남악이라 불렀으며, 정상에 남악사라는 신당을 지어 놓고 제를 지냈다)를 지낼 때 산신령에게 봉납되었다.

봉납된 수액 중 고뢰수나무 수액은 이름의 유래가 광양백운산 줄기인 백계산 옥룡사에서 지낸 도선국사와 관련되어 있다.

광양에서는 고뢰쇠나무 수액의 채취와 음용의 유래에 대해서도 신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만큼 고뢰쇠나무 수액은 광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광양에서는 1950년대까지도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실 때 밤이 새도록 농악을 하면서 마셨던 문화가 있었다.

광양 고뢰쇠나무 수액은 1999년에 ‘천혜자연생명수광양고로쇠’로 특허청에 특허상표로 등록되었다. 임산물 지리적표시 등록 제16호로도 등록되었고, 농림식품부 향토산업육성 사업에 선정되어 수행을 했었다.

고로쇠나무 수액은 이처럼 광양과 특별한 인연과 역사 자원이 있고, 공모 사업을 수행했었다.

그런데도 문화 및 산업자원으로서의 활용도는 특출 나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보다 수액의 채취 및 음용 역사가 짧은 나라 중에는 수액을 화장품, 주류, 음료, 제과, 체험 등 산업과 연계해서 발전시킨 곳들이 많다.

그러한 사례를 조사하고, 우리 실정에 맞춰 발전시켜서 임업인과 다양 주체의 소득 극대화는 물론 시민들의 자부심과 참여에 의한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