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마스크’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03.27 17:39
  • 호수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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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첫 번째 확진자가 18일 만에 치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코로나19 공포와 염려는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벗지 못하게 한다.

마스크를 쓰니 때로는 말을 아끼게 되는 상황이 올 때도 있다.

밀폐된 입주위에 습기가 차서 마스크 특유의 냄새와 체취가 섞여 코끝이 유쾌하지가 않고, 상대방에게 말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되물어오는 경우도 있어 그냥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대신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하려던 말이 꼭 필요한 말일까 하고......

이렇게 말을 아끼는 사이 마스크는 더 위대한 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경을 넘어 도시 간 우정이 날아오고 돈보다 더 귀한 몸이 된 일회용마스크는 봉사자들의 손길로 천으로 만들어져 이웃에게 사랑을 전한다.

공적마스크 양보 릴레이, 착한 임대인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일상을 바꿔 놓은 사이 사회는 더 따뜻해졌다.

말하는 입을 가렸다고 소통에 장애가 오는 건 아닌 거다.

마스크는 국경 넘은 우정, 이웃사랑, 양보와 배려 등 더 큰 소통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다놓았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일회용마스크는 또 상대방의 눈에 더 집중하고 귀를 쫑긋 세워 타인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도 한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계속 쓰고 싶다는 건 아니다.

봄 햇살이 대지 곳곳에 내리꽂히고 목련, 벚꽃, 진달래가 황홀한 파티를 여는 지금은 분명 봄이다. 춘래불사춘이 아니라 춘래사춘이다.

그러나 아직 마음의 봄은 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우울한‘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당장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넓은 공원으로 달려 나가 맑은 봄기운을 맘껏 느끼며 걷고 뛰고 싶다.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고 싶다.

모든 제한이 풀리고 그저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하루 빨리 이 재앙이 멈추기만을 간절히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