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음덕양보(陰德陽報) : 남모르게 덕을 쌓으면 나중에 복을 받는다
[고전칼럼] 음덕양보(陰德陽報) : 남모르게 덕을 쌓으면 나중에 복을 받는다
  • 광양뉴스
  • 승인 2020.06.05 15:51
  • 호수 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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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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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덕(德)을 닦으면 비록 사람들이 몰라준다 해도 겉으로 나타나는 복을 받는다는 말이다. 중국 고전에 음덕양보는 여러 곳에서 보인다.

《회남자(淮南子)》〈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야기는 손숙오(孫叔敖)의 이야기다.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재상을 지낸 손숙오가 어린 시절 밖에 나가 놀다 왔는데, 밥을 먹지 않고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묻자 손숙오는 울면서 대답했다.

“오늘 놀다가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았으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이 되어 밥맛이 없습니다.”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그럼 그 뱀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면 죽는다는 말을 들어 다른 사람이 또 볼까봐 죽여서 땅에 묻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놀라움을 뒤로하고 편안한 어조로 말했다.“걱정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음덕(陰德)을 베푸는 사람은 하늘이 반드시 보답한다고 들었다.”

이 이야기가 동네로 퍼지자 사람들이 모두 손숙오가 어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초나라에 명재상으로 이름을 날리다 천수를 다하고 죽는다.

또 하나는《설원(說苑)》에 초나라 장왕(莊王)이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와 신하들과 승리에 도취되어 자축하는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술이 어느 정도 거나하게 올랐을 때 그만 등불이 바람에 꺼져버렸다. 캄캄한 틈에 어떤 신하가 장왕 옆에 앉아있는 후궁의 가슴을 더듬었다. 놀란 후궁은 순간 그 신하의 갓 끈을 잡아당겨 뜯어서 손에 쥐고 있었다.

후궁이 장왕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지금 어떤 이가 나를 추행하기에 내가 갓끈을 낚아챘습니다. 이 사람을 잡아 혼내주십시오.”이 말을 듣고 후궁에게 알았으니 기다리라고 해놓고, 우왕좌왕하는 신하들에게 말한다.“술을 마시고 취하여 예를 잃었는데 어찌 여자의 정절을 드러내기 위해 사내대장부를 욕보일 수 있겠는가. 오늘 과인과 더불어 술을 마시면서 갓끈을 끊지 않는 자는 즐겁지 않은 자다.”

그래서 영문도 모르는 신하들은 모두 갓끈을 끊고 불을 밝히기를 기다렸다. 불이 밝혀진 뒤에는 모두 갓끈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추행을 한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후궁은 이 상황을 겪고 그날 밤 잠자리에서 장왕에게 은밀하게 말한다. “신첩은 남녀 간에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더구나 군신 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왕께서 여러 신하들에게 술을 돌리라 시키신 것은 신하들에게 존경의 뜻을 전달한 것입니다. 그런데 무엄하게도 신첩의 손을 끌어당겨 몸을 더듬은 자가 있었나이다. 그럼에도 대왕께서는 그자를 찾아 내려하지 않고 그냥 넘기셨으니 상하관계가 심히 우려됩니다.”

“이 일은 여자가 알바 못된다. 옛날 군신이 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술은 석 잔에 불과했으며 낮에만 열고 밤에는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인이 모든 신하들에게 마음껏 즐기도록 명했고 낮에 시작하여 밤까지 즐기도록 명했다. 술에 취한 뒤 광태는 인간의 본성이다. 만약 그자를 색출하여 벌하면 그대에게도 별로 좋지 못하고 국사에 마음을 상하게 하여 신하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할 것이며 과인이 명한 뜻에도 어긋나지 않겠는가.”

이렇게 후궁에게 말하자 후궁 역시 장왕의 도량에 탄복하고 동의했다. 그래서 잔치는 모두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그 후 3년이 지나 진(秦)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상황은 초나라가 밀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명성도 높지 않은 한 신하가 이 전쟁에서 항상 선봉을 자처하며 용감히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운다. 불리한 싸움에서 용감한 한 신하의 공로로 이기지는 못했지만 패배를 막을 수 있었다.

전쟁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가자 이상하게 생각한 장왕은 용감하게 선봉을 자처한 장수를 불렀다.“과인은 덕이 박하여 일찍이 그대를 용감한 사람으로 보지 못했는데 그대는 무슨 까닭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토록 싸우는가?”

신하가 대답했다.“저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지난날 술에 취해 예를 잃었는데 왕께서 넓은 아량으로 제게 벌을 주지 않으시고 용서해 주셨습니다. 저는 남몰래 감싸주신 덕을 밝게 드러내 왕께 보답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임금을 위해 죽을 것과, 목의 피를 적군에게 뿌려 그 은혜 갑기를 기다렸습니다. 신이 바로 그날 밤 갓끈이 후궁에 의해 끊겼던 자입니다. 이제는 진나라 군대를 물리치고 우리 초나라를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었으니 나의 할일을 했을 뿐입니다.”

음덕(陰德)에는 반드시 양보(陽報)가 따르는 본보기다. 그 날 밤 만약 장왕이 후궁의 말을 듣고 화를 내며 불을 밝히라고 했다면 이 신하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고 자축하는 분위기도 엉망이었을 것이다. 장왕의 지혜로운 음덕이 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모면하는 일이 된 것이다. 죄를 벌하기보다는 용서가 더 좋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