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터 무늬’ - 광양다움, 광양을 바라보다.
[기고] ‘터 무늬’ - 광양다움, 광양을 바라보다.
  • 광양뉴스
  • 승인 2020.10.08 16:42
  • 호수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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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진 건축 / 도시공학박사, 노성진공간연구소장

어느 순간부터 광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많은 부분이 있지만 우선 회화적 시선(도시적 이미지)으로 국한하여 말하고 싶다.

광양사람으로 터를 이루고 살지 않으므로 그냥 스치듯 지나가는 영상물처럼 분절되어 연결 된 기억들이 다였다. 필자는 산 깊은 육지에서 태어나 육지에서 줄곧 살아 온 사람으로 바다를 낀 도시들의 특별한 트임과 공간의 여유로움에 대해서 동경과 낯선 시각이 동시에 내재했었다.

전남권의 해양 도시들-광양, 순천, 여수, 보성, 목포 등은 문화역사적 고민 없이 스치고 나면 다분히 바다를 낀 도시의 그렇고 그런 모습으로 인식되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찬찬히 광양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계기로 인해 그 무지함이 얼마나 컸는지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도시설계를 전공한 필자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세계적인 해양도시 네덜란드 ‘헤이그’도 분명 흔한 항구도시일진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항구도시로서 다른 면들이 있다면 다분히 놀라게 된다. 그 이유가 너무 평범한 진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좁은 길, 찻길, 숲속 길로 구분하여 자전거 길을 따라 갈 수 있게 되어 있고, 어느 건축물 및 시설물이 바다풍경에 반하는 결과물이 없다. 바다를 끼고 사는 도시와 사람들은 예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다양한 문화와 자연이 연결되어 풍부한 컨텐츠가 생산되어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

2017년에 해양도시 경쟁력 조사에서 유일하게 세계 부산이 주요 해양도시 15개 도시 중 13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이것은 대부분 해운, 금융법률, 해양기술, 항만물류, 매력도 및 경쟁력으로 평가하는데 세계화 과정의 평가방식으로서 언제든지 그 순위는 바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주목 할 것은 ‘도시매력경쟁력’에서 최고 우위를 차지한 나라는 싱가포르, 오슬로, 코펜하겐, 함부르크, 두바이 순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여간해서 순위에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인류의 고민과 가치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지역정체성의 경쟁력은 매우 유의미해졌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들여다 볼 일이 되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광양의 미래와 가능성을 찾게 된 것이다.

첫째 광양은 전라남도 타 해양도시와 달리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적인 느낌이 동시에 느껴진다.

도시 풍광으로는 시각적 선이 크고 굵다. 컨테이너부두와 포스코의 도시적 스카이라인은 어느 도시와도 비견해도 뒤지지 않는 자신감이 내포 된 풍광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바다와 하늘의 빛, 조석의 차이, 계절에 비추인 스펙트럼은 이순신 대교를 중심으로 그 변화의 모습이 주도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묘도에서 바라 본 저녁시간의 광양은 숲 밖에서 숲을 보듯,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삶과 산업이 어우러진 최고의 풍광으로 다가 온다. 부산이 광한대교가 완공되면서 느껴지는 신·구의 조화, 이것과 저것의 연결, 확장성을 설명할 때 많이 인용되었던 것처럼 새로운 시각적 자신감을 도시 경쟁력에 포함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처럼 말이다.

둘째 숨겨진 내면으로 접근 되었을 때의 상황은 전자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볼 수 있다. ‘디테일뷰’이다. 이것을 우리는 ‘터 무늬’라고 말한다. 서사적으로 남은 것은 인문학이지만 지역의 앞태, 뒤태로 말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문학(터 무늬)이다. 한마디로 생긴 대로의 모습을 말한다. 이것은 세계 어느 곳에도 같은 곳이 있을 수 없으므로‘터 무늬’가 된다. 사람으로 말하면 얼굴의 표정, 눈빛, 색깔 등 개략의 아웃라인일 것이다.

광양시청을 중심으로 외곽으로 연결되는 길들이 그렇다. 하동과 광양의 묘한 인연처럼 지역성을 떠나 상호 존중과 사려 깊은 동반 등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고 품격‘터 무늬’미담을 생각하며 지나는 매화 만발하는 하늘하늘 섬진강 매화로가 그것을 말해 준다.

500년 된 옥실장이 지금의‘옥곡 5일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방의 소멸되는 전통시장에 비견하면 매우 이례적으로 주변산천과 도시 사람들이 어우러져 현대와 과거의 모습으로 활성화 되어 있는 것도 아름다운‘터 무늬’를 보여 준다. 광양은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이 탄탄히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더 말 할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일이 아니므로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 담겨진다. 광양은 광양다움이 있다. 그러므로 타 도시에서 답을 찾지 않아야 한다.

답은 광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