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성숙한 광양시민으로 가는 길
[들꽃산책]성숙한 광양시민으로 가는 길
  • 광양뉴스
  • 승인 2020.11.27 15:55
  • 호수 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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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오래 전에 KBS‘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메인 MC를 맡았던 강호동 씨가 복불복 게임을 하면서“나만 아니면 돼!”라는 우렁찬 외침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설정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이 외침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연결된다.‘내가 그 배에 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가 아니라‘내가 그 배에 타고 있었더라면...’하고 공감을 해야 하는 데 말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도로에서 신호대기 중일 때 보게 되는 모습이 있다. 앞 차 운전석 창문에서 뭔가 하얀색 물체가 떨어진다. 그것은 담배꽁초였다.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종종 이러한 장면을 경험할 것이다. 자신의 소유물인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순간 공공의 영역에 무단투기를 하는 것이다.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는 것이 아닌데... 순간 충동적인 마음이 생긴다. 블랙박스에 찍힌 모습을 저장해서 신고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긴 하지만 아직까지 실행해본 적은 없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흡연자 701명을 대상으로 담배꽁초 처리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흡연 후 담배꽁초를 한 번이라도 길거리에 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 77.2%(541명)에 달했다. 그만큼 담배꽁초 투기가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상 담배꽁초를 투기하면 경범죄로 3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단속할 인력도 부족하고 증거를 잡기도 쉽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주차장은 어떤가? 이제 겨울이 되었으니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려는 차량들이 많아질 것이다. 지정된 주차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편리함을 위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한다. 그것은 이중주차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은 찾아볼 수 없다. 이중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은 가벼울까? 양심이 있다면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이동해두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관리실에서 여러 차례 차량 이동 방송을 하고 이중주차로 인해 30분 이상 출근이 지연되어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아프리카 반투족의 말“우분트(UBUNTU)” 라는 말이 있다.“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하던 인류학자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모아놓고 달리기 경주를 시켰다고 한다.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앞에 보이는 나무 밑에 달콤한 과일이 든 바구니를 두었는데 1등으로 그 나무에 도착하는 아이가 그것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 드디어 경주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학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다 손을 맞잡고 함께 그 나무를 향해 뛰어가 바구니에서 다 같이 과일을 나눠먹는 것이 아닌가? 이 학자는 아이들이 혹시 자기의 말을 못 알아들었나 싶어 처음에 했던 말을 상기시키며 아이들에게 물었다.“얘들아, 1등하면 혼자 이 바구니를 다 가질 수 있다고 했는데 왜 그것을 포기했어?”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우분트!”를 외쳤다. 그러면서 한 아이가“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분 좋을 수 있죠?”라고 되물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아이의 통찰력 넘치는 말처럼 다른 사람들이 다 슬픈데 혼자 기분 좋을 수는 없다. 기억하자. 우리가 없으면 나도 없다. 왜냐하면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이 쓴 것처럼 우리 인간은 어느 누구도 자기 홀로 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인간은 대륙과 같이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삶을 채워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