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익숙한 것에 대한 불편함
[사람과 삶] 익숙한 것에 대한 불편함
  • 광양뉴스
  • 승인 2020.12.31 17:15
  • 호수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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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
광양YWCA 이사

“아무리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양심은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몇 년 전,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다가 케이블 TV에서‘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를 보고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자녀가 일곱이나 딸린 남성이 딸 같은 어린 처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는 과정을 저렇게도 아름답게 그려 놨는데(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성별을 바꿔서 만일 자녀가 일곱이나 딸린 나이 많은 여성이 어린 남성과 사랑하고 재혼하게 된다면 우리와 정서가 다른 사회라 할지라도 저렇게 아름답게 봐줄 수 있는지 질문도 하면서...

국민학교 시절, 단체 관람으로 봤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같은 반 여학생들 중에는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아이도 있어 좀 의아하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내용 중 눈이 붓도록 울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국민학교 때는 별 생각 없이 지났었고 몇 년 전 볼 때는 문득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케이블이나 위성 등 방송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TV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는 나도 종 종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된다.

얼마 전 저녁 식사 시간에 TV를 켰더니 나이가 꽤 많은 남성이 자기 딸보다 어린 여성에 게 작업(드라마 특성상 아름답게 묘사)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당연히 꽃중년이라 불리는 잘생긴 남자 탤런트가 주인공으로 설정되었고 탄탄한 재력까지 갖춘 사람으로 스토리가 구성되어 있었는데...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인 나는 함께 밥을 먹던 남편한테 말했다.

“참~나, 아무리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들 하지만 양심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니요?”

남편 :“다른 방송사에서 하는 드라마에서는 어린 남자가 엄마 같은 여자와 저런 상황에 빠졌던데...”

나 : 그 드라마를 보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듭디까?

남편 : 뭐가?

나 : 이 드라마를 볼 때랑 느낌이 다르지 않더냐구요.

남편 : 글쎄, 드라마에선 별 일이 다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를 볼 때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 드는 반면에 그 드라마를 볼 때는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마음 이 좀 불편하더만~?

나 : 그래요? 왜 그럴까요?

남편 : 허허허... 또 뭔 말이 하고 싶어서?

나 : 그게 아니고, 나도 왠지 편하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서요.

잠깐 웃고 넘어가긴 했지만 나로서는 그 드라마를 보고 드는 생각이 꼭 남녀의 애정에 관한 문제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사랑한다는 데 나이 차가 좀 많이 나는 것이 무슨 문제일 것인가? 나는 다만 그들이 현실적으로 부딪혀야 할 많은 문제들... 특히 사회적인 고정관념과 시선들이 아직은 넘기 힘든 장벽일 것 같아서 괜한 오지랖으로 걱정 섞인 뻔한 딴지를 걸어보곤 하는 것이다.

60년대를 살았던 여성이 21세기를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문화라는 익숙함 속에 아들 하 나만 둔 엄마로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부분, 그러나 작지만 너무도 중요한 사실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랑도 성별에 따라 다른 시각... 혹시 제 불편함이 불편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