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가을 단상 詩. 유호근
[시 읽는 월요일] 가을 단상 詩. 유호근
  • 광양뉴스
  • 승인 2021.03.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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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화가의 붓으로 물감 풀듯이

휘적대며 지나는 바람이

일으켜 세우는 가을 노래

지난 여름

무성한 생명의 숨소리로

반짝이던 청록의 바다는 잊은 듯

이리 고운 빛깔 누비옷 차려입고

먼 갈 나선 잎들이

방황하듯 구르는 가로수길 위에

놓고 간 시간을 줍는다

하나도 아까울 거 없듯이

하나도 서러울 거 없듯이

그저 부는 바람에

가벼워진 몸짓으로 춤추는

보이지 않는 뿌리에게 감사하는,

앞서간 꽃들에게 전하는,

두꺼운 말들이

책으로 쌓이는

그런 시간이다.

 

유호근은시학과 봄호에서 부문 신인 문학상을 받았다.

광양에 살면서 문학밴드시와 이야기회원이고, 현재 한국도로공사 서비스()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