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4월은 잔인한 달(?)-매일 매일이 잔인한 날인 사람들
[사람과 삶] 4월은 잔인한 달(?)-매일 매일이 잔인한 날인 사람들
  • 광양뉴스
  • 승인 2021.04.09 16:31
  • 호수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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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
광양YWCA 이사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은 토마스 엘리어트의 시‘황무지’첫 줄에 나오는 문구인데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대지에서 4월이라는 계절에 생명을 되살리는 모습이 너무나 격할 지경이라 그런 모습을 역설적으로‘잔인하다’라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도 가슴에 피고름을 품고 일 년 내내 4월을 앓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잔인한 현실 앞에서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분노한다.

허무하게 그 아이들을 보내고 어느덧 7주년.

2014년 당시 안산에서 고교 교사로 근무하던 아들은 지금도 만성적인 위경련처럼 4월을 앓고 살아간다. 아직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양승진 선생님과는 첫 번째 근무하던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꼭 큰 형님 같았단다. 또 참사 당시 그 참담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떠나신 강민규 교감선생님과는 참사가 나기 전 해인 2013년 양지고등학교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꼭 삼촌 같았더란다. 큰형님처럼... 삼촌처럼... 교사의 길을 이끌었던 분들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어쩌면 자기 제자가 되었을지도 모를 아이들을 차마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날마다 마음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다가 아들은 결국 교직을 떠났는데... 가족들은... 가족들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잔인한 세상은, 차마 가슴에도 묻지 못한 자식을 보듬고 몸부림치는 그들 앞에서 피자를 먹는 등 폭식행사를 하며 조롱했다. 비통함에 울부짖는 그들을 짐승같다고 조롱했다. 제자들과 끝까지 함께하다가 순직한 교사의 고용형태를 두고(기간제 교사라서) 순직으로 인정하네 못하네를 다퉜다.

아들이 교직을 떠난 후 아들의 고교시절 선생님들이 아들을 만나 설득을 했다.“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네가 아이들을 떠나서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네가 해야 될 일은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시 아들이 아이들 곁으로 돌아오고 세월이 흘렀지만 아들은 지금도 맛있는 것을 먹다가 어느 순간 울컥“미안하다”고 한다.

동료들과 큰소리로 웃다가도 어느 순간,“체한 것처럼 미안하다”고 한다. 별이 되어 떠난 그 사람들을 왜 그렇게 보내야 했는지 밝혀진 것도,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그런데 또 하나의 잔인함은“그만하면 됐다. 징글징글하게도 해 처먹는다.”고 조롱하는 시선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겪었던 어이없는 일인데 지난해 12월. 병원에 갔다가 의사에게 졸지에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

원인은 내 옷깃에 달고 있던 노란 리본 때문에... 진료를 하던 의사가 흘낏 내 옷깃을 보고“그게 뭡니까?”하더니“안타깝게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수학여행 가다가 죽은 애들 갖고 아직까지 저러는지 모르겠네? 보상해 줬으면 됐지. 뭘 더 어쩌라고? 그걸 또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고 정권까지 잡은 것들도... 어쩌고... 중얼중얼...”

아~~맙소사!

감히... 감히, 누가 언급할 수 있을까?

공중에는 헬기들이 날아다니고, 근처에는 구명정들이 떠다니고, 또 부근에는 항공모함까지 있었는데, 기울어진 채 가라앉고 있는 그 배 안에 내 아이가, 내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 그것을 눈앞에서 빤히 보면서도, 발을 동동 구르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보내야 했던 그 참담한 가족들 앞에서 음식으로 조롱하는 그 행위들을... 짐승같다고 조롱하는 그 행위들을 이해해서도, 용납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

용서는 사죄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고, 용서는 당사자들의 몫이지 결코 누가 강요하거나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 광양에서 진행되는 세월호 6주기 추모문화제를 앞두고 조심스럽게 아들을 초대했었는데 당시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던 아들이 나중에 알고 보니 조용히 다녀간 모양이다.

올해는 별빛으로... 바람으로... 햇살로... 그 아이들을 함께 기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