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삼년불비(三年不飛) : 삼년 동안 날지 않다
[고전칼럼] 삼년불비(三年不飛) : 삼년 동안 날지 않다
  • 광양뉴스
  • 승인 2021.04.23 16:34
  • 호수 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바보인 척 세월을 헛되게 보낸 것 같으나 속으로는 쭉정이와 알곡을 모두 파악함을 말한다. 본래는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 : 삼년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이라고 하는데, 훗날 크게 활동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음을 말한다.

B.C 5세기경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춘추시대 5패(覇:제후 중 우두머리)의 한사람이었다. 왕으로 등극해 3년이 되도록 정치에는 소홀히 하며 사냥이나 하고, 궁에 있을 때에도 밤낮으로 후궁들만 끼고 술이나 마시며 방탕한 일로 세월을 보내면서, 궁문에는‘간언(諫言)을 하는 자 누구든지 중벌을 면치 못하리라’ 라고 써 붙였다.

3년이 되어갈 무렵 어느 날 대부(大夫) 오거(伍擧:오자서의 조부)가 참다못해 찾아갔다. 장왕은 그날도 왼쪽에는 채녀(蔡女), 오른쪽에는 정희(鄭姬)를 끼고 술에 취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오거를 내려다보며 비웃듯이 물었다.“오대부가 여기를 찾은 이유가 술이 생각나서인가 아니면 풍류를 즐기고 싶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나에게 할 말이 있어서인가?”

“신은 술이나 풍류를 위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닙니다. 마침 밖에 나갔다가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데 신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석을 할 수가 없어서 대왕께 아뢰려고 왔습니다.”

“어허 무슨 은어(隱語)이기에 대부 같은 똑똑한 사람이 이해를 못한단 말인가? 어디 한번 들어나 봅시다.”“오색이 찬란한 새 한 마리가 초나라 높은 언덕에 있는 나무위에 앉아 있는지 3년이 되었습니다만,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으니 무슨 새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장왕은 자신을 빗대어 하는 말인지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빙그레 웃었다.“과인은 그 새를 알고 있다. 그 새는 보통 새가 아니다. 3년을 날지 않았으나 한번 날기 시작하면 하늘을 찌를 것이요, 3년을 울지 않았으나 한번울기 시작하면 반드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그대는 기다려 보시라.”오거의 말은 간언이 아니고 질문이기에 벌은 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장왕의 방탕(放蕩)은 전과 똑 같았다.

그리고 또 며칠 후에 소종(蘇從)이란 대부가 죽음을 무릅쓰고 장왕을 찾아가 갑자기 크게 통곡(慟哭)을 했다. 장왕이 놀란 표정으로 소종에게 물었다.“무슨 일로 그대는 통곡을 하는가?”“제 몸도 죽고 초나라도 오래지 않아 곧 망할 것이므로 미리 통곡 하는 것입니다.”“그대는 왜 죽고 초나라는 이렇게 건재(健在)한데 왜 망한단 말인가?”“신이 간(諫)하면 대왕은 들어주지 않고 저를 죽일 것이고, 신이 죽으면 초나라에는 다시는 간하는 자가 없어 대왕은 더욱 주색에 빠질 것이고, 정치는 크게 문란(紊亂)해져 결국은 초나라가 망할 것 아닙니까.”

장왕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네 놈이 간하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함부로 놀리니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신의 어리석음은 대왕의 어리석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이놈아 내가 왜 어리석단 말이냐?”“대왕은 광활(廣闊)한 토지와 막강(莫强)한 군사력을 보유 했으며 제후들이 복종하고 있어 무한한 영광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왕께서는 주색과 풍류에 빠져 정치는 돌보지 않고, 현명한 인물도 가까이하지 않고, 한때의 즐거움에만 취하여 영원한 이익을 저버리려하니 어리석은 것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신의 어리석음은 한목숨 없어지는데 불과하나, 대왕이 신을 죽이면 후세에 신을 충신(忠臣)이라 일컬을 것이므로 신을 결코 어리석은 것이 아닙니다. 신이 대왕의 패검(佩劍)에 죽어 대왕의 영이 엄하다는 것을 보이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장왕은 벌떡 일어나 소종을 일으켜 세웠다. “대부 소종은 고정하시오 그대 말은 천하의 충언이요 과인은 그대의 말을 따르리다.”

그 후 장왕은 여색을 물리치고 풍류를 멀리하며, 정치에 전념하니 불과 며칠 만에 기강(紀綱)이 바로 서고 국력이 더욱 튼튼해져 마침내 패업(霸業)을 이룰 수 있었다. 이때 초 장왕이 노린 것은 충신과 간신을 구분하기 위한 사전 고도의 공작이었다.

이렇게 충신과, 자기와 함께 주색에 빠져 아첨만 일삼는 간신들을 선별하여 그 중에서도 오거와 소종에게 중임을 맞기니 정치는 저절로 잘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수백 명에 이르는 반인륜적이고 아첨하는 간신들을 색출하여 주살(誅殺)하고 그 자리에 충신들로 채웠다. 그 때부터 장왕은 춘추오패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모든 백성들 또한 즐거워했다.

인생도 살다보면 생각하지 못한 일로 곤란(困難)한 지경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런 때도 스스로 삼년불비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실망하거나 포기(抛棄) 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이전보다 더 발전하는 자기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