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77] 문화의 공간이 만드는 건축의 공간
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77] 문화의 공간이 만드는 건축의 공간
  • 광양뉴스
  • 승인 2021.04.23 16:36
  • 호수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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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공간이 만든 공간(2020, 을유문화사)’을 읽고
강태경(광양고 3학년)
강태경(광양고 3학년)

유현준은 세상을 조망하고 사유하는 인문 건축가이다. 건축가가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글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자신만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 책 역시 건축을 문화의 물리적인 결정체로 보고 지역 문화에 따른 양상을 풀어내고 있다.

책의 내용 중 서양과 동양의 공간 차이를 비교한 부분은 평소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동양과 서양의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기본적인 내용이었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동양 철학이 추구하는 최고의 선 중 하나는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인데, 동양인들은 노자 사상과 같은 생각에 근거해서 정원을 디자인할 때 곡선을 사용했다. (중략) 서양의 스토우 정원은 인공적인 직선과 기하학적 축으로 자연과의 경계가 명확하게 규정된 디자인이었다.’ -188쪽

요약하자면 동양은 곡선, 서양은 직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저명한 철학가 노자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그는“가장 위대한 직선은 곡선처럼 보일 것이며, 가장 위대한 사각형은 모서리가 없다. 가장 위대한 이미지는 형태가 없다”고 말하며 곡선을 통해 자연과 하나 되는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반면 서양은 직선과 축을 사용한 기하학적 모양의 건축물을 선호했다. 문화의 공간이 어떻게 건축의 공간을 바꾸는지의 가장 좋은 예시였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15세기, 삼각돛의 발명으로 대항해시대가 열렸고, 16세기 나라간 무역이 활발해지며 17세기에 들어선 동양의 문물이 서양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동양의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며, 서양의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18세기에 들어 조경 디자인 분야에서 픽쳐레스크라는 양식으로 확립되었고 픽쳐레스크의 조경가들은 동양의 곡선을 선호하는 사상의 영향을 받아 입체적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세상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의 상대적인 공간의 크기가 축소되었다. 그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를 다양한 예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으며 인간의 가치관에 따른 건축 양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한 문자, 기후, 심지어 지구온난화나 코로나19에 의한 공간의 변화 또한 설명하고 있다. 비교적 최신의 서적이라 책 속에 들어간 내용이 진부하지 않고 신선하여 읽는 내내 집중하며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뿐더러 건축과 여러 분야들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건축과 대중을 연결한다.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세상의 공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현대 사회는 어떻게 그 공간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 최신의 정보로 설명하여 보통의 독자들도 무리 없이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