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향기 - 오월의 나무처럼
생활의 향기 - 오월의 나무처럼
  • 광양뉴스
  • 승인 2021.04.30 16:45
  • 호수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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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경
시인·소설가

오월의 나무처럼

4월에는 카라반이라는 캠핑카가 있는 산청에 놀러 가면 어떻겠느냐고 한 달 전에 사위가 말했을 때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우려한대로 코로나19 확진자는 나날이 증가하고 불안감도 커져갔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사위에게 내색할 수는 없었다.

올해 사위는 조선일보와 서울신문 두 군데에 소설이 당선되었다. 우리 가족의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2관왕이 되는 등단 꿈을 내가 꾸었다는 것도 너무 기뻤다. 그 꿈 이야기를 했을 때, 사위도 무척 신기해하였다. 그리고 수상 소감에‘등단 꿈을 꿔 주신 장모님’이라고 썼다.

평소 같았으면 휴가라도 내어, 온 가족이 서울로 축하를 해주러 갔을 테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가족은 시상식에 가보지 못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사위에게 너무 미안했기에 이번에는 꼭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계획을 짜고, 일체의 준비를 다해놓은 사위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카라반이 있는 곳은 광양에서 한 시간 남짓 되는 거리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자 맑고 상쾌한 공기가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뒤에는 수려한 푸른 숲이 있었고, 앞으로는 경호강이 유유히 흐르는 산세가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다. 일 년 만에 보는 사위와 딸을 만나는 순간 너무 좋아 저절로 입이 벙글어졌다.

우리는 가지고 온 음식들을 냉장고와 적당한 곳에 배치하고, 카라반 옆에 쳐져 있는 흰색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가 세팅되어 있었고, 숯불도 피워져 있었다. 사위는 준비해온 장어에 양념장을 발라 숯불에 굽고, 나는 집에서 가져간 양파장아찌와 김치를 썰어놓았다. 사위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나는 그런 사위가 사랑스럽고 어여뻤다.

구운 장어를 먹고 있는데, 사위 친구의 아버지인 카라반 사장님께서 사위의 등단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사 오셨다.

우리는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2관왕이 된 사위의 등단을 늦게나마 축하했다. 그리고 사위가 사 온 샴페인을 터트렸다.

밤은 깊어가고, 숯불 속에서 피어오른 사랑이 천막 안을 가득 채우고,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마음껏 행복했다.

아침은 사위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경호강으로 래프팅을 하러 갔다. 예약 장소에 도착해서 안전조끼를 입고, 바람을 빵빵하게 불어넣은 고무보트를 들고 강가로 가서 물 안으로 밀어 넣고 올라탔다. 고무보트에 올라타고 노를 저으며 강을 따라 내려갔다. 1급수라는 강은 물 안이 다 보일 정도로 맑았고, 봄 하늘은 눈이 부셨다.

사위는 나더러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읊어보라고 했다. 나는 민망했지만 춘사를 읊었다.

“앞강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 비친다”고 내가 한 구를 읊자 사위가 후렴구를 띄웠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그러자 다시 딸이 이었다,“썰물은 밀려가고 밀물이 밀려온다”

우리는 다 같이 신나게 어부사시사를 읊으며 노를 저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눈부시고, 강가를 유유히 거니는 백로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날이었다.

래프팅이 끝나고 다시 카라반으로 돌아와서, 사위는 닭꼬치를 만들어 숯불에 구웠다. 우리는 사위가 구워준 닭꼬치를 먹었다. 내가 정말 맛있다고 했더니 남편이“신춘문예 2관왕이 만들어준 닭꼬치라서 그래”라고 말해서 한바탕 웃었다.

아침을 먹고 사위와 딸은 서울로 떠났고, 남편과 나는 광양으로 돌아왔다. 만나면 늘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운 게 가족의 만남이지만 2박 3일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어, 꿈같은 시간들을 만들어준 선물 같은 사위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앞으로도 좋은 소설을 많이 써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따뜻하고 사랑이 많은 착한 심성을 가진 사위가, 맑고 푸른 오월의 나무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문학의 향기를 피워 올릴 것이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