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버꾸놀이, 안타깝다
[문화칼럼] 광양 버꾸놀이, 안타깝다
  • 광양뉴스
  • 승인 2021.06.25 17:27
  • 호수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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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버꾸는 벅구, 매구북, 소고(小鼓)라고도 하며, 주로 농악에 쓰이는 작은 북. 혁부(革部)에 속하는 타악기이다. 버꾸놀이는 버꾸를 치면서 하는 풍물놀이며,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광양 버꾸놀이는 개인 놀이가 아니라 농악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될 만큼 비중이 크다.

북 끈을 팔꿈치 위쪽에 고정시키고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땅바닥을 기듯이 북을 치는 동작, 북채로 북의 테두리와 복판을 두드리면서 쇠나 장구가 치는 촘촘한 시김가락까지 북으로 연주하는 방법, 역동성과 세련된 기제 등은 광양 버꾸놀이만의 특징이다.

광양 버꾸놀이에 대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전통성, 우수성, 독자성을 갖고 있어 보존 전승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이다. 농악계에서도 광양 버꾸놀이는 버꾸놀이 중 최고라는 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통문화 관련 단체의 초청을 받아서 강의하던 중에 광양 출신이라고 말하면 강의 내용과도 관련이 없는데도 광양 버꾸놀이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많을 정도로 광양 버꾸놀이는 광양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광양만의 독자적인 전통 예술로 차별화되는 광양 버꾸놀이지만 전승의 존립 기반은 마련되어 있지 않고, 광양에서조차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행정 지원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호남농악은 남북보다 동서 지역의 특징이 달라 흔히 비교적 산세가 험한 동부 지방의 농악을 좌도농악(左道農樂)이라 하고, 평야 지대인 서부 지방의 농악을 우도농악(右道農樂)이라 부르며, 전통성, 차별성, 활동성과 및 지자체의 노력에 기반해 다수 지역의 풍물놀이가 국가 및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이다.

광양 버꾸놀이는 전통성(역사성), 차별성(독자성)은 있으나 전국문화제 참가 등이 비교적 늦어 활동 성과와 전승 활동 측면에서 선점하지 못해 부각되지 못했다.

게다가 광양 버꾸놀이의 중요성과 전승 가치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 미비와 광양 만의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육성하려는 의지 부족이 곁들어지면서 무형문화재로서 보존 가치가 높음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한 채 있다.

국가 및 지방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 그 자체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며, 전승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

광양 버꾸놀이의 경우 뒤늦게‘광양시 풍물단 육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마련되어 전승과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있으나 생색내기 정도에 그칠 뿐이다. 그동안 국회의원과 시장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명실공히 광양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의 하나로서 빛을 볼 수 있도록 나서는 사람이 없었으며, 행정에서도 키워내지 못했다.

전남에서 광양은 재정자립도 측면에서 상위권이다. 문화예술도시를 표명하고 있으며, 전남도립미술관과 한국창의예술고등학교를 유치했다.

광양시립합창단 운영 등 다른 지역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기반구축에 투자된 것들이 많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광양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뿌리를 둔 광양 버꾸놀이는 겉돌고 있다. 졸부가 겉모습만 치장하는 것과 다름없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