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같은 아마추어 목공예가 이수연 씨
프로 같은 아마추어 목공예가 이수연 씨
  • 김호 기자
  • 승인 2021.07.05 08:30
  • 호수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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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나무 조각…작품 1000여점
장식용 솟대·장승·탈 조각…한방 가득
“전시회도 하고 싶고, 공방도 갖고 싶어”

 

한 가지 취미생활을 20년 동안 이어가면 어떤 실력을 갖추게 될까?

사람마다 다양한 실력을 나타내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마추어라 할 수 없는 프로 같은 실력을 갖춘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취미로 시작한 아마추어 목공예가지만 작가 반열에 오를만한 프로실력을 갖추고 매일 작품을 만들고 있는 이가 있어 만나봤다.

지난 2009년 인기 TV프로그램인‘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하기도 했던 이수연 씨(63)가 그 주인공이다.

당시 방송에서는‘솟대’를 만드는 아마추어 작가로 소개됐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한층 실력이 늘어‘소형 장승’과‘탈’을 만들고 있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작품들을 만들다보니 1000여점이 넘는 그의 작품들은 한방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 이제 작품들을 전시하고 소장해 둘 널찍한 공간이 필요해 졌다.

이수연 씨가 거주하는 광영동 한 아파트를 찾았다.

 

바닥만이 아닌 벽면까지 한방 가득 채워져 있는 솟대와 장승, 탈 작품들로 발 딛을 틈이 없지만 마치 자식을 바라보는 듯한 이 씨 표정에서는 자부심과 애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인지 아직까지 누구에게 판매도 선물도 못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약 20년 전 나무를 깍기 시작했다는 이 씨. 처음에는 예쁘게 만들어 집안을 꾸며 볼 요량으로 장식용 솟대를 만들었다.

 

방송 출연 이후에는 작은 장승 조각에 도전했고, 5년여 전부터는 탈 만들기에도 도전했다.

현재는 탈 하나 완성하는데 3일 정도 걸리고, 장승은 이틀, 솟대는 하루에도 몇 개씩 만들 만큼의 실력이 쌓였다.

그동안 직접 만들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솟대 500여점, 장승 200여점, 탈 200여점, 기타 100여점 등 1000여점이 넘는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탈은 똑같은 표정이 하나도 없을 만큼 작가적 창의력이 뛰어나다.

 

이수연 씨는“특히 탈의 표정을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며“잘 찾아보면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모습도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솟대는 때죽나무와 대나무 등을 재료로 사용하고, 장승은 인근 산 등에 나무를 전지하고 모아 놓은 나무나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나무를 구해 만든다. 탈은 가죽나무를 이용하는데 구하기가 힘들어 구입해 사용한다.

솟대와 장승은 가정을 지켜주고 소망을 기원하는 의미로 만들고 있으며, 탈은 선하고 해학적인 이미지에 매료돼 만들기 시작했다.

 

이수연 씨는“아파트에 살다 보니 이웃집에 소음이 들릴까봐 목공예 기계 하나 없이 늘 조심스럽게 조각칼로만 작품들을 만들고, 낮에는 아파트 지하실에서 작업하기도 한다”며“주택에 살았다면 더 많은 목공예에 도전해 봤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목공예 전문가에게 더 배우고 싶은데 주위에 그럴만한 곳이 없어 아쉽다”며“그동안 만든 작품들이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회도 하고 싶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공방도 마련하고 동아리도 만들어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호 기자·이경희 실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