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여수·광양항 선사 ‘5000억원 규모’ 과징금 예고
공정위, 여수·광양항 선사 ‘5000억원 규모’ 과징금 예고
  • 김호 기자
  • 승인 2021.07.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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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료 담합 의혹…해양산업계 ‘반발’
공정위 과징금, 해운법 오해에서 비롯
부과시 지역 항만부대산업 붕괴 우려
공정위 “조사중, 전체회의 통해 결정”
△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동남아 컨테이너 정기노선 운영 선사들이 운송료를 담합했다며 국내 12개 선사에 대해 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예고 근거는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공정위 인가를 받지 않았고, 해운법이 정한 절차에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정위 과징금 부과 예고는 해운법을 잘못 이해한데서 발생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컨테이너 정기선 운임공동행위는 약 50년 이상 국제법에 근거해 시행돼 오는 해운규범이며, 국내에서도 해운법상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합법적이며, 국제법이나 국내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금액의 과징금이 결정된다면 국내 해운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선박 운항 과정이 선사 뿐 아니라 선원, 하역노동자, 대리점, 예선, 도선, 화물차주, 선박수리업, 선용품, 급유, 줄잡이, 검수검정, 고박 등 각종 항만부대산업의 상호보완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생계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즉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로 선사들이 경영난을 겪는다면 항로를 축소하거나 최악의 경우 과징금을 감당할 수 없는 중소 선사 파산은 물론 수많은 항만노동자와 가족 생계 위협, 더나가 여수·광양권의 경제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선사 뿐 아니라 해운항만업계가 나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에 반발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일 여수·광양권 해양산업계가 공동성명을 통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방침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공동성명에 참여한 곳은 △(사)여수·광양권 해양협회 회원 일동 △(사)여수광양항발전협의회 △여수항 도선사회 △한국예선업협동조합 여수지부 공동배정사 △광양항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협의회 등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해운산업은 각종 항만부대산업이 상호 보완하면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생계를 걸고 있는 중추적인 산업”이라며“공정위는 2008년부터 계속돼온 해운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국적컨테이너 선사들에게 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공정위가 국적컨테이너 선사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해운선사들의 파산 초래와 더불어 항만근로자와 선원, 그리고 각종 부대산업 또한 동시 파멸을 초래할 것”이라며“이는 우리나라 제2의 컨테이너 항만인 여수·광양항의 경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수·광양권 해양산업계 관계자는“우리나라는 불과 4년 전 정부 오판으로 국내 1위, 세계 5위의 한진해운을 파산시킴으로써 해운산업 붕괴, 항만과 각종 부대산업 파산, 대량 실직 사태 초래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며“문재인 정부는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망가진 해운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공정위는 정부의 해운산업살리기에 역행하는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정치권도 공정위의 이 같은 과징금 부과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전체회의를 열고‘정기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에 대한 해운법 적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다.

위원회는“공정위 조사보고서에 따라 대규모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경영여건이 열악한 대부분의 국적 중소·중견 컨테이너 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직면하거나, 선박 등 필수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이런 상황에서 공정위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은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지나 반등하고 있는 국가 경제와 수출입 물류에 중대한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우리 해운항만산업의 안정적인 발전과 국가 수출입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법 제29조에 따른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공정위는 알려진 5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예고에 대해 확정된 금액이 아니고, 과징금 부과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사 중인 사안으로 과징금 부과 결정은 전체회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