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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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1.07.30 17:23
  • 호수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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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우산지목(牛山之木) : 민둥산이 된 우산의 나무

춘추시대 제(齊)나라 수도 임치(臨淄) 근처에 우산(牛山)이라는 아름다운 산이 있었다. 어느 날 보니 우산이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이 되어 있었다.

본래는 우산도 숲이 우거졌던 아름다운 산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 근교에 있어 집짓는데 제목으로 베이고, 전쟁에 의해 초토화되고, 화전민에 의해 불태워지고, 땔감으로 쓰이기 위해 도끼질을 당하고, 자귀질을 당해서 민둥산이 되었던 것이다.

숲이 우거졌던 원래의 모습이 인간에 의해 형편없이 초토화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황폐해진 민둥산을 보는 후세 사람들은 해석을 달리한다.

자기가 직접 해치지 않았으니 이 산은 원래부터 민둥산이었던 것으로 보는 것이다. 우산의 나무가 없는 것을 보고 원래의 모습을 잃고 황폐해진 모습만보고 그 현재 상태를 보며 말하는 것이다.

《맹자(孟子)》〈고자(告子)〉상편에 이 우산을 가리키며 인간의 본성(本性)에 비유해서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우산의 숲은 예전에는 아름다웠지만 대도시 근교에 있어서 사람들이 도끼나 자귀로 베어내니 어찌 계속 아름다울 수가 있겠는가. 나중에 우산에 비와 이슬이 적셔주어 새싹이 움튼 뒤에는 풀이 자라났으나 소와 양들을 방목하여 민둥산이 되었다고 했다.

맹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본래 나무가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인간에게도 처음에는 인의(仁義)가 있었다고 했다. 인간은 나면서부터 선(善)한 본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것을 잘 지키지 못해 사람이 악(惡)하게 되어 간다는 것이다. 매일 나무를 베어 가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양심(良心) 없는 짓을 자꾸 하다 보니 그 선한 마음을 어떻게 간직 하겠느냐고 일침(一針)을 가한다.

선천적으로 착하게 태어나는 인간이 환경의 영향이나 물욕(物慾)으로 세상 풍파 속에서 악하게 된다는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맹자는 탄식했다.“사람은 자신이 기르던 개나 닭이 집을 나가 들어오지 않으면 온 동네를 찾아 해매지만 정작 양심이 마음을 떠나면 찾아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착한 마음을 품고 세상에 나오지만 점점 커가면서 스스로 자기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선을 품고 나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인간의 삶은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다. 물욕이 많으면 물질은 얻을 수 있지만 가까운 친구를 하나 씩 천천히 잃어간다. 작은 이익을 취하려고 중한 목숨을 버리고 사소한 것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귀한 우정을 뒤로한 채‘그것이 인생’이라고 스스로 규정한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하지만 늘 다듬고 지키지 못하면 조금씩 나도 모르게 이지러지고, 악했던 마음도 수시로 돌아보고 스스로 깨달으면 선에 가까워짐을 맹자는 우리에게 가르친다.

맹자의 사단(四端)설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어짊의 극치를 말하는 것이다.

맹자는 사람의 본성이 착하기 때문에 왕도정치(王道政治)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도 모두 측은지심에서 비롯되는데 도와줄 때 어떤 대가(代價)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인간은 선하기 때문에 도울 수 있으면 돕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에게는 누구든지‘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즉 차마 잔인하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는 말은 한 아이가 잘못을 해서 우물에 빠지기 직전의 상황을 발견한 사람이 무슨 대가를 바라고 그 아이에게 도움을 주겠는가. 이때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것이며 놀라 앞뒤 판단도 없이 달려가 아이를 구출할 것이다.

이런 행동은 그 아이의 부모와 상관없이 행동하며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듣기위해 하는 일도 아니다. 죽어가는 아이를 보고 구하지 않아 원망을 듣지 않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 인간에게 본래 타고난 측은지심인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선천적으로 타고난 대가 없이도 돕고 싶은 선(善)한 마음이다.

그러나 세상 풍파에 시달려 점점 사라져가는 선한 본성을 스스로 돌아보고 깨달음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