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결과를 뒤엎는 과정-2가지 일화
[기고] 결과를 뒤엎는 과정-2가지 일화
  • 광양뉴스
  • 승인 2021.11.19 16:35
  • 호수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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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견
경동택배 광양중동점 사장
이돈견
경동택배 광양중동점 사장

부동산신탁이 나의 첫 직장이었다. 유학 갈 마음을 접었더니 오라는 데가 많았다.

첫 추천서를 보내왔다. 페이퍼웍은 그만하고 싶었다. 박사과정에 들어와서 조교를 맡으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마다했다. 지도 교수님과는 이미 당신이 유학한 대학원에 추천서까지 승낙을 받은 상태인데 유턴은 면목이 서지 않았다.

부동산신탁을 첫 직장으로 정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임금수준, 복지 그리고 업무의 매력 등 일반적인 조건 외에 미래의 꿈- 혹시 정치인-을 대비한 역량준비의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신탁의 정직원이 되기 전 먼저 그곳에서 알바를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나의 인생길을 바꾸는 결정이 되었다.

제본한 학위논문 제출 등 졸업을 위한 모든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유학을 위한 GRE시험 준비를 할 참이었다.

그런데 12월 어느 아침, 졸업한 선배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부동산신탁의 팀장님이 전화를 주셨다.“대학원 수강과목 중 부동산개발‘사업수지 분석’에 대한 나의 유명세를 들었다”며‘프로젝트 하나만, 한 달만 알바를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나의 거절과 그 분의 거절 처리로 몇 분간의 통화가 이어졌고, 더는 통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 단방약을 썼다. 알바비를 매우 세게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다음 날 그 금액을, 아니 더 많은 금액을 주겠다는 전화가 왔다. 소득세가 붙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약속한 한 달간의 알바를 하게 되었다. 하다 보니 야근도, 주말 특근도, 팀 회식도 하게 됐고, 급기야는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한 달 더 하게 되었다. GRE 시험이 6월에 있으니 아직 여유가 있었고 그동안 쓸 돈도 벌어야 했었다.

‘계획론’시간에 교수님이 물으셨다.“지방에서 유학 와서 취직하고 결혼해서 서울서 사는 사람과 서울에서 태어나서 그렇게 한 사람 중 누가 먼저 자기 집을 장만할까?”

지방 출신이 더 많았던지‘지방 출신’답이 우세했었다. 이미 집 없는 설움을 느껴왔고, 앞으로 그 고충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내 집에 대한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대체로 답변이 그렇다고, 그래서도 질문을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서울 출신이 더 빠르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달성코자 하는 강한 욕구가 제일 중요하다고들 말하는데 그렇지 않은 예 중의 하나가 이것이라는 것이다.

왜일까? 방법론적인 무지 혹은 서투름 곧 문제해결의 필수 과정에 대한 경시 등이 그 요인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의 집 장만, 대체로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우선 청약제도에 대한 이해와 그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 출신들은 그들 혹은 그들 부모가 이미 그것-주택청약 자격을 위한 가입 기간, 금액 등-을 알고 준비를 하지만 지방유학생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결과는 이미 정해진다는 것이다.

GRE 시험이 12월에도 있었다. 논문 통과 후 유학 결심을 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당해 12월 GRE 시험과 함께 다음 해부터의 나의 인생 진로는 어쩌면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그리고 실제 지난날은 돌이킬 수도 없으니 가정을 전제로 복기를 해볼 수밖에 없다. 나의 꽃피던 그 시기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앞에서 언급한 2가지 일화에서처럼 우리는 문제해결을 위한 필수 과정에 대한 무지 혹은 경시로 인해 무수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거나 그 기회들을 눈앞에서 놓치는 안타까움을 견뎌야 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거라 어찌 장담하겠는가? 다만 삶을 맞바꾸는 것으로 아니면 거액의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깨우친 이 교훈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다시금 맘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