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2신항까지 건설…편중된 ‘항만 정책’
부산, 제2신항까지 건설…편중된 ‘항만 정책’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1.11.22 08:30
  • 호수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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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까지 쌓인 ‘컨테이너’ 빌딩
항만인프라•투자액도 비교 불가
광양항 스마트항만 구축 신중론
노후시설개선이 항만 성장 유리
△ 부산신항 개발계획
△ 부산신항 개발계획

부산항의 대표 주자인 신항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 북안을 비롯해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및 안골동, 웅동만, 제덕만 일원에 걸쳐있다.

신항 개발은 지난 1995년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총사업비 19조 3368억원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이 중 제2신항인‘진해신항’개발에 12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은 부두 57선석과 방파제 6.09km, 호안 33km, 도로 7.14km, 철도 54km를 건설하고 부지조성 11억2600만㎡, 바다 준설 및 신항 입구에 있는 섬인 토도 제거, 수리조선단지 및 해경정비창, LNG벙커링 조성 등이다.

신항은 현재 신항1부두~5부두와 다목적부두에 23개(컨테이너 22, 다목적 2) 선석이 운영되고 있고 최첨단 미래형 유비쿼터스 항만을 추구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앞으로 2040년까지 제2신항까지 건설되면 총 34개 선석이 추가되고 연간 1584만TEU 이상 처리능력을 갖춘 메가톤급 컨테이너 항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은 현재까지 북컨테이너터미널 3개 부두와 남컨테이이너터미널 2개 부두, 다목적 부두가 완공돼 운영 중이고 주변에는 북컨배후단지(2.22㎢)와 웅동배후단지(3.61㎢)가 완공돼 항만 관련 물류창고, 제조업체 등이 입주해 있다.

공사중인 시설은 남컨테이너터미널 2-4단계와 배후단지 1.44㎢, 서컨테이너터미널 2-5, 2-6단계가 있다.

2030년까지 완공계획인 시설은 제2신항 컨테이너터미널 1단계와 2단계, 서컨테이너 배후단지 1.18㎢, 웅동 배후단지 2단계 등이 있으며 2040년까지 완공 예정으로 제2신항 3단계와 4단계가 있다.

‘컨’물동량 연간 2000만TEU 돌파 세계 6위 항만

부산항은 신항과 기존의 북항 등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8년 컨테이너 물동량 2166만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를 처리하며 세계 6위 항만이 됐다. 환적 컨테이너 처리량도 세계 2위(1146만개) 항만이 됐고, 연간 입항척수도 5만여척을 기록했다. 부산항을 기항하는 정기노선도 268개로 세계 2위의 기항지다.

2018년 부산항이 처리한 컨테이너화물은 국내 항만 처리 물량의 74.8%를 차지하며, 광양항은 240만TEU를 처리해 8.3%에 불과했다. 인천항은 10.8%(312만TEU)였다.

환적화물 비율 역시 부산항이 1142만TEU로 국내 처리 물동량의 94.7%를 점유해 압도적이었고, 2위인 광양항은 58만TEU로 4.9%에 불과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의 성공요인에 대해 “화물처리의 정시성(시간준수)과 천연방파제인 가덕도에 의지한 지리적 안정성과 깊은 수심, 첨단 장비의 3가지”로 요약했다.

텐덤크레인(40피트 컨테이너 2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 등 첨단 장비와 자동화 설비 등을 활용, 화물 처리 속도가 빨라 약속된 시간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하역료가 컨테이너 1개 당 5~6만원으로 중국 항만보다 저렴한 장점 등으로 인해 처리 물량이 늘어나며 컨테이너 장치장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장치장은 컨테이너들이 6단까지 가득 쌓이며 80~90%의 포화도를 보인다. 이처럼 물량이 늘어나며 하역을 위한 선박이 3~4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광양항은 안벽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24열 크레인이 4대에 불과하고, 텐덤크레인은 전혀없어 수십대에 이르는 부산신항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트랜스퍼 크레인(컨테이너를 장치장에 옮겨 쌓거나 내리는 장비)의 다리도 짧아 부산항의 절반 수준인 3개 정도를 쌓을 수 있다. 또 광양항은 하역료가 1TEU에 3~4만원 정도로 부산항보다 더 저렴하지만 이 때문에 항만운영사들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딜레마가 발생하기도 한다.

광양항 스마트 항만 구축 신중해야

부산신항은 향후 지속적인 처리 물량의 증대를 위해 터미널 운영 자동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부산신항의 경우 안벽 크레인은 아직 자동화가 되진 않았으나 야드 크레인은 조이스틱을 통한 무인화가 이뤄졌고, 향후 건설될 컨테이너터미널은 완전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다만 도입시기는 광양항에서 진행예정인 스마트항만 추진 결과를 보고 반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광양항도 3-2단계를 대상으로 2022년부터 6000억원 정도를 투자하는 계획이 진행 중인 점에 주목해야한다.

문제는 스마트항만 전략이 가뜩이나 물량 부족과 경쟁력 하락으로 고민하는 광양항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화가 됐지만 물량이 늘지 않을 경우 인근 부두 물량의 수평이동 등 (뒤따르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자동화의 그늘인 인력감축에 따른 항만노동자의 일자리 감소와 반발이 예상된다.

항만운영사의 입장에서도 과도한 시설공급에 따른 적자 발생과 필연적인 회수기한 연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급한 자동화 보다는 노후된 시설을 업그레이드한 후 물량이 성숙하면 자동화하는 방안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운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부산항에 비해 여러 모로 부족한 광양항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신중한 항만정책이 필요하다”며 “광양항이 부산항의 테스트베드로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업계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