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학벌주의 공화국
[들꽃산책] 학벌주의 공화국
  • 광양뉴스
  • 승인 2021.12.17 17:48
  • 호수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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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대한민국 입시는 수능과 내신으로 구분된다. 얼마 전 수능이 끝났다. 수능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를 하였다. 대학 입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로 자리매김하고 있을까? 

학벌주의 사회는 어느 대학 출신이냐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를 말하고, 학력주의 사회는 어느 수준까지 학업을 했느냐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로 필자는 정의한다.

학벌주의에 대한 비판은 서울대를 폐지하자 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지식층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학벌 지향 의식과 문화는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20년 동안 지방 국립대의 위상이 추락하고 수도권 대학의 합격 점수가 꾸준하게 상승하는 등 학벌주의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초중고 시절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소위 서열이 높은 대학(학원가에 회자되는 용어:‘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에 갔기에 그들이 남들과 다른 특혜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블라인드 채용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하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다는 획일적 능력주의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들의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은 명문대 진학 학생들의 상당수가 서울 강남 지역에 거주하고 그들이 대부분 중류층이나 상류층 이상의 집안이라는 것에서 입증되고 있다. 학업 성취도에 사회 경제적 지원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유럽 선진국인 프랑스에도 그랑제꼴이라고 하는 엘리트교육이 존재한다. 엘리트 행정학교인 국립행정학교가 있다. 프랑스의 정관계 주요 인사들은 이 학교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엘리트 교육기관이지 서울대처럼 대한민국 위에 군림하는 학벌이 아니다. 국립행정학교를 졸업했다고 해서 기업에서 채용할 때 특별대우를 받는다거나 이 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온 동네에 현수막을 내걸고‘축, 이장 아들 아무개 국립행정학교 입학’이라는 촌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 

이 학교는 오직 행정 관료만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또한 프랑스는 대학을 평준화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평준화하고 각 대학마다 특성화하는 학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서울대는 국내에서 모든 분야를 독식하는 하나의 권력기관의 위상을 지닌다. 서울대에 학문 모든 분야의 소위 좋은 학과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졸업하면 기업체에 취업하기에도 유리하고, 다른 분야에 종사할 때도 특별한 위상을 지닌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적성과 관련 없이 무조건 서울대에 가는 것을 선망하는 것이다. 

학벌주의는 여러 가지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서울대가 모든 분야를 독식하는 사회에서는 서울대 출신들이 자기들만의 기득권을 형성해서 갖가지 사회적 부조리를 양산한다. 

고등학교에서도 명문대에 학생을 얼마나 보냈느냐로 고등학교의 위상이 정해지면서 기형적인 학교 교육문화가 형성된다. 명문대에 갈 수 있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다수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소수를 위해서 다수를 희생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전체주의 사회와 다를 게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교육열로 보면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이는 학벌주의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전체적인 역량 발휘를 막는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수험생들이여!! 맹목적으로 명문대학이나 서열이 더 높은 대학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면 된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더 유리하고 행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