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환경개선약속 이끌어 낸 광양환경운동연합 박주식 사무국장
포스코 환경개선약속 이끌어 낸 광양환경운동연합 박주식 사무국장
  • 광양신문
  • 승인 2006.10.02 16:27
  • 호수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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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인도 사람, 환경운동가의 삶 운명으로 여겨
올해 안 주변지역 환경조사 환경개선 돌파구 될 것

문제제기→항의시위→환경개선협의회구성→환경개선협약

지난달 17일 포스코는 광양커뮤니티센터에서 광양 시민단체 회원들을 초청한 가운데 2008년까지 포스코가 투자할 환경저감설비 등 포스코 환경현황 설명회를 개최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환경현황에 대해 설명자료를 만들어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사실 처음 있는 포스코의 태도변화였다. 이처럼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마음을 열고 지역사회에 다가올 수 있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협약체결 약속까지 받아내기까지 외롭고 끈질긴 싸움을 벌여온 이가 있다. 바로 광양환경운동연합 박주식(37ㆍ사진) 사무국장이다. 그를 만나 그간의 경과와 앞으로 진행될 포스코 환경개선약속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7월14일 광양제철소 환경현황 설명회가 있었다. 그 의의는 무엇인가

지난 5월4일 포스코로부터 우리 환경운동연합이 요구한 환경개선계획에 대한 확약서를 제출받았다. 7월 14일 설명회는 확약서 제 2항에 제시한 약속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었다. 설명회가 이루어진 것은 포스코가 확약서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확약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확약서는 포스코가 광양제철소로 인해 악화된 광양만의 환경을 개선해나갈 계획들을 담고 있다. 모두 10개항으로 돼 있다. 핵심내용은 환경개선을 위한 환경실태 조사를 하는 것부터 이를 담당할 환경개선협의회 구성, 예측 불가능한 환경사고에 대한 신속한 정보공개, 매년 광양제철소 환경백서 발간, 광양시와 포스코간 환경협약 체결 등이다.

이 확약서를 받아내기까지 우리는 정말 외롭고 어려운 싸움을 벌여왔다. 문제를 제기하면 반드시 해결책이 나오게 돼 있다. 확약서에 의해 이미 포스코와 환경운동연합 간 환경개선협의회가 구성됐다. 또한 환경개선협의회의 실무를 맡아나갈 실무위원회도 구성됐다. 협의회는 확약서에 제시된 10개항의 실천과제를 하나씩 이행해 나갈 것이다.

특히 확약서 제 1항에 광양제철소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실태조사를 하도록 돼 있다. 이는 앞으로 광양만지역의 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광양시민들로서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실질적인 변화인 것이다.

▲첫 설명회의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이번 설명회는 사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환경시설투자 계획이었다. 2008년까지 모두 4008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시민들에게 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측 환경실태조사 후 그에 따른 환경개선계획을 우리는 받아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시설투자계획이 아니라 실질적인 환경복원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설명회는 우리의 싸움이 얻은 성과이긴 하지만 또한 환경실태조사를 바탕한 환경복원 계획이 아닌 점에서 한계가 있다. 확약서에 따라 올해 안에 1차 환경실태조사를 하게 돼 있다. 제철소만의 특유의 유해물질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환경조사 후의 2차 설명회에 시민들의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포스코가 그날 설명한 광양제철소의 환경현황 자료들의 가치는

태인동과 같이 직접적인 환경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에서도 사실 그동안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막연하게만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설명회회에서 일상에서 느끼는 환경오염이 왜 발생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이번에 포스코가 내놓은 환경현황 데이터들은 앞으로 진행될 환경조사와 비교하여 하나의 합법적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포스코의 자료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이었는지 확인될 것이다. 지난해 서울대 백도명 교수팀이 조사한 태인동 주민들의 건강실태조사 같은 자료도 포스코 스스로 공개한 자료와 비교해 볼 수 있게 됐으므로 보다 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과제가 있지만 광양시와 포스코 간에 올해 안에 체결할 환경협약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물론이다. 환경협약을 맺는 주체는 광양시장이지만 시장은 14만 광양시민을 대표한 협약의 주체일 뿐이다. 실질적인 주체는 14만 광양시민 전체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한 내용을 협약서에 담아야 할 것이다.

다만, 환경협약은 포스코로 인한 환경오염에 따른 민원을 해소하는 장치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환경복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임을 우리 시민들은 잘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데 개인적으로는 고달픈 사정도 많을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나는 태인도에서 태어나 한번도 태인도를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이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태인도 사람으로서 그냥 내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힘들지 않다. 환경문제는 장기전이다. 단기간에 어떤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인 만큼 성급하게 생각지도 않는다.

가장 어려운 점은 환경문제를 시민들이 대부분 보상문제로 인식하는 점이다. 정당한 보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보상은 최종의 결과이지 환경복원 목표 이전에 내세울 것이 아닌데도 주민들은 보상에 집착하는 것 같다.

▲환경운동가로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흔히 시민단체들도 일의 순서를 잘못 짚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광양제철소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을 자료로 또는 학문적으로 확인하는 단계이다. 어떤 일이든 문제를 제기하는 단계가 있고 그 다음 대책을 세우는 단계, 그리고 그 해결책을 실행하는 단계가 있다. 지금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는 단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한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으면 그 문제에 대해 매듭을 짓고 난 다음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도 성급하게 환경센터 설립이라든지 지역협력이라든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이후에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광양제철소로부터 완벽한 환경복원대책을 받아낸 뒤에야 제기할 것들을 먼저 내세워서 본말이 전도되는 일만은 없어야 하겠다.

앞으로 포스코를 상대로 협상을 해나가야 하는데 이후의 모든 과정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정도에 따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달라질 것이다. 시민들의 보다 큰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리고 싶다.
 
입력 : 2005년 08월 11일 13: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