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50년 교육자 생활의 반성문
[교육칼럼] 50년 교육자 생활의 반성문
  • 광양뉴스
  • 승인 2022.03.18 17:51
  • 호수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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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 / 교육칼럼니스트

유난히 거칠게 느껴진 20대 대선전쟁도 끝이 났다. 승자는 승자의 길을 가고 패자는 패자의 길을 가게 된다. 이처럼 인생 모두가 각자 자기의 길을 간다.

헤아려 보니 필자는 50여년 세월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살았다. 이 여정에서 수많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 속에서 살았다.

세상에는 또한 많은 직업이 있다. 6·25 전쟁 시절에 태어나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부모님 덕분에 교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삶을 잘 이어왔다고 믿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먼 미래를 그려보면서 교직으로 진로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특별한 사명감이 충만하여 교사가 된 것은 아니다. 평범함이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 역사수업을 잘 하시는 한 선생님을 만났고, 그 당시 상황에서 교직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융합되어 교직이라는 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 후 교사이기에 내 뜻이 아닌 발령지를 따라 외딴섬에서 출발하여 고향으로... 그리고 타향, 해외에서 많은 인연들을 만나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국가의 미래를 이야기 했으며 희망을 노래하였다.

특히, 광양에서 학교장이 되어 4년 간 수많은 청춘들을 만났다. 중학교 과정에서 교과수업 외에도 삶의 뿌리 같은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것들을 실천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나는 그들의 아픔을 보았으며, 더 가까이서 용기를 주려고 노력해 봤고 그들의 아파하는 소리도 들었다. 절망과 몸부림을 읽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혀 읽지 못한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용서를 빌어본다. 현실은 힘들지만 그들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원도 해 봤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3월이 되면 학교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광양여중 입학식에서부터 졸업식까지 지켜본 학생들이 올해는 취업하여 생활전선으로 나가는 출발점에 서 있다. 그들에게 비친 이 세상은 어떤 색깔로 보일까? 이번 대선에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상당히 눈에 띈다. 이들에게도 이 약속이 지켜지리라 믿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세상이 급변하면서 코로나19와 더불어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는 게 요즘 세상이다.

되돌아보니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중학교 과정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했었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삶의 주인공이란 자존감을 충분히 불어 넣어 주었을까. 자신 있게 긍정적인 답을 하긴 어려울 듯하다.

좋은 부모가 많지만 자녀들을 짜놓은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조연으로 여기는 부모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자녀의 현재 모습이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부모가 세워놓은 기준이 먼저다. 이런 모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하긴 어렵지 않다.

승자 중심의 사회·문화적 배경 때문에 혹시나 학교가 학업성적이 부진한 아이를 우등생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으로만 대하진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제자들에게 두루 사랑을 베풀고 관심을 쏟는 교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지원을 집중하는 학교도 꽤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래선 다수의 아이들이 자존감,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 주인공은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쉽게 포기하지도 않는다. 꿋꿋하게 난관을 헤쳐 나간다. 그래서 주인공인 거다.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주인공으로 살 권리가 있다. 적어도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는 아이들에게 그런 자존감을 불어 넣어야 한다. 각자의 삶이 “나는 소중해!”라고 그들 스스로 주인공임을 느낄 수 있게 존중해야 한다.

아직도 배움의 과정에 있는 젊은이들이 거센 풍랑을 헤치면서 자신의 가고자 하는 항구를 향해 목적지에 이르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직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