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우리에게는 쉬고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들꽃산책] 우리에게는 쉬고 놀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광양뉴스
  • 승인 2022.04.22 19:04
  • 호수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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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다음 달 5월 1일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가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간다고 한다. 교육부는 포스트 코로나 학교 일상회복 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8주기였고, 5월은 어린이날도 있다.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UN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 제 31조에‘우리에게는 쉬고 놀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있다. 유사 이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의 어린이·청소년들은 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은 오직 공부만을 해야 하고, 시간은 금과 같아 아껴 쓰고 쪼개 써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딴지를 걸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딴지는 방과후학교이다. 방과 후 학습의 장소를 사설 학원에서 학교로 옮겨 온 것에 불과하다. 차이는 학교는 수강료가 무료거나 저렴하고 학원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뿐이다. 학원에서 하면 나쁜 것이 학교에서 하면 좋은 것이 되는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놀고 싶은데 어른들은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값이 싼 새로운 학습 노동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 한다면 신나게 노는 것 위주로 편성하면 좋겠다. 이런 속사정은 모른 채 가끔 언론보도를 통해 통계청 자료 등을 인용하여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감소했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내용을 보며 안도감을 표한다.

두 번째 딴지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사교육에 의존하느라 제 힘으로 공부하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자 대학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라는 것을 평가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 정규 수업을 마친 후 방과후 수업으로‘자기 주도적 학습’에 대해 배운다. 어떤 분야의 새로운 개념이 나오면 우리는 그것을 수업이나 뭔가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도 서글픈 현실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내신 성적 관리를 위해 쉬는 시간을 쪼개 단어를 외우고 점심시간을 아껴 수학 문제를 푼다. 자투리 시간을 모으니 이렇게 큰 시간이 되었다고, 자기 주도 학습에 성공한 아이들을 다룬 EBS 교육방송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쉬는 시간은 쉬라고 있는 시간이고, 점심시간은 점심을 먹으라고 있는 시간이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학교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소위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인간이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관리하고 자신을 통제하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비결 같지만, 그것은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조기에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신봉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의 아이들은 목표 설정을 배우고, 시간 관리를 배우고, 조금의 빈틈도 없이 알찬 생활을 하는 것을 배우며 자라난다.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이들을 지탱해 줄 원동력은 어디에서 올까? 우리가 어린 날 신나게 뛰어놀던 시간들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그 신나게 뛰놀던 시간들 속에 역사가 있다. 그런 역사 속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계속해서 딴지를 거는 동안 우리는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느끼게 된다.

UN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을 한번 읽어보실 것을 광양시민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 양육하기 좋은 도시 광양에서, 우리 아이들의 쉬고 놀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