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자연을 마음껏 즐기는, 5월을 생각하면서
교육칼럼-자연을 마음껏 즐기는, 5월을 생각하면서
  • 광양뉴스
  • 승인 2022.04.29 17:16
  • 호수 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 / 교육칼럼니스트

싱그러운 5월의 문턱에서 생명의 신비감을 만끽하기 좋은 시간이다.

자연의 오묘함은 단순한 관찰의 대상만이 아니라 우주와 인간을 바라보는 철학을 낳는 영원한 교과서라 생각한다.

빨갛게, 노랗게 핀 꽃들은 경탄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우리 가슴을 뛰게 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아이는 자연에 빠져들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는 누구보다 게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웬만한 산이나 등산 장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포괄적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양한 게임과 그것의 작동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가 반드시 게임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단순히 게임 업체에 다니고 있기에 그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등산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은 등산 장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여 그가 산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단지 생계를 위해 등산 장비 사용법을 숙지해 두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얻게 된다. 그것은 무엇인가를 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잘 알게 된다는 교훈이다.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앎과 사랑 사이의 관계를 거꾸로 설정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수학을 예로 든다면, 선행학습이든 뭐든 수학을 열심히 가르쳐서 그걸 잘 하게 되면 아이들이 수학을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과연 그 아이는 나중에 수학을 전공하는 학자가 되어 경천동지할 공리를 발견하는 학자로 자랄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오직 수학과 그것이 열어놓은 수적 세계를 사랑하는 학생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은 아이들에게 사랑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는 것으로 시작되어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만일 아이들이 사랑하는 것을 찾는다면,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것을 알아갈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것을 찾는 순간부터 독창적인 지성으로 자라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좋은 부모를 만났다. 사랑하면 알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부모는 아이가 사랑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옆에서 끈덕지게 지켜 봐 주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아이는 다양한 곳과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여름방학 때 이 가족이 지리산에 올라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를 보고 아이는 우주에 매료됐던 것이다.

마침내 아이는 사랑하는 것을 찾았다. 이후 아이는 천체 망원경도 사고, 인터넷에서 자료도 검색하고, 가끔은 어려운 천문학 책도 구해 끙끙거리며 보게 될 것이다.

당연히 이 아이의 전공은 천문학이 될 것이다. 별, 그리고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니 그가 어떻게 천문학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마침내 그는 대학 교수가 되어 강단에 서게 됐다. 첫 강의에서 그는 무슨 질문을 하였을까? 아마도 “여러분! 은하수를 본 적이 있나요? 멋지죠.” 이런 감동을 전하기 위하여 그는 오늘도 강단에서 열정을 쏟을 것이다.

삶의 과정에서 열정을 쏟을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도록 이 좋은 5월의 자연 속에 아이들을 데리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발걸음을 옮기는 부모님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