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 당신에게 공평이란?
사람과 삶 - 당신에게 공평이란?
  • 광양뉴스
  • 승인 2022.05.23 08:30
  • 호수 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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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 ·광양YWCA 이사 /·국방부,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 진흥원 전문강사
김양임 ·광양YWCA 이사 /·국방부,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 진흥원 전문강사

국방부 성평등 교육 자료에는 오래전 교과서에도 실렸던 토끼와 거북이라는 동화의 내용이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 동화의 교훈은 ‘실력이 다소 부족해도 꾸준하게 노력하면 성공한다’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나태하거나 자만하면 실패한다’ 였는데, 십 수년  전 어느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 중 한 학생이 불쑥 질문을 했다.

“선생님, 근데요~ 토끼하고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데 왜 달리기 경주를 해요?”

만일 우리 어렸을 때 이런 질문을 했다면 혹시 “쓸데없는..”이란 면박을 받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선생님은 고맙게도 아이의 뜬금없는 그 질문을 “쓸데없는..”이라고 일축하지 않고 오히려 신선하게 당황했다.

“헉, 그러고 보니 그러네? 토끼가 다리에 쥐가 나거나 잠을 자지 않는 한 거북이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경기였잖아! 반대로 수영 경주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순간 재치를 발휘해서 수업의 방향을 바꿨다.

“자~ 그럼, 우리 이제부터 토끼하고 거북이가 공평하게 할 수 있는 경주를 찾아보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앞다투어 나름의 답변을 찾아냈다.

가위바위보에서부터 끝말잇기, 윷놀이, 제기차기, 달리기와 수영 반반씩 하기 등등...

그렇게 수업을 마친 선생님은 교무실에 와서 “우리 반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해서 굉장히 당황했노라.”며 웃고 말았는데 교장 선생님이 교육청 무슨 회의에 갔을 때 이 얘기를 하며 “앞으로 이 동화의 지도 방향을 고민해야 되겠다.”고 하셨단다.

이후 돌고 돌던 이 얘기를 접한 국방부 인성교육 관련 업무 담당자가 생각이 깊어졌다는데 ‘그럼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또래, 같은 성별끼리는 공평한 경주를 하고 있는가? 개인마다 갖고 있는 다양한 조건, 가치관, 삶의 방식 등...’

나 역시 이 동화를 군부대나 국방부 관련 기관뿐 아니라 성인지(性認知)교육을 의뢰하는 여러 기관에 자료로 사용하면서 참석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

혹시 이 동화가 우리 사회의 한 부분처럼 보이지 않는가? 공부 잘하고 돈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게 현실 아닌가? 어느 학교 출신인지,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서 삶의 조건이 달라지지는 않는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1등만 기억되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초등학생들과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공평하게 할 수 있는 경주를 찾는 것에만 집중하던 차에 4년쯤 전 한 아이가 훅 치고 들어왔다.

“선생님 친구가 자고 있으면 깨웠어야죠. 몰래 가는 건 비겁하잖아요~”

“오 마이 갓!” 어른을 참 교육시키는 아이라니...

육상 경기할 때 앞서 달리던 사람이 넘어져서 자기가 1등 하면 오히려 기뻐하는 세상에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는 아이가 너무도 대견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었더니 또박또박 설명을 하는데, 토끼의 특징이 ‘잠이 많다’ 란다. 

귀가 길어서 소리도 잘 듣고 체온 조절도 하고, 뒷다리가 길어서 오르막에서도 잘 달리고, 세 번째로 잠이 많아서 수시로 잠을 자는데 친구가 그런 특징이 있으면 깨워서 정정당당하게 경주를 해야지 몰래 가면 되겠냐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쳤던 동화 한꼭지를 아이들은 왜 불편해하는지 교육심리학자의 눈높이에서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차이를 획일화된 제도 속에 방치하는 것이 차별이고 차별을 묵인하는 것이 폭력이다.”

우리에게 공평이란 어떤 모습인가, 당신은 공평한 세상에서 살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