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쉼없이 빵만들며 ‘사랑 실천’
20여년 쉼없이 빵만들며 ‘사랑 실천’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5.30 08:30
  • 호수 9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사단체 ‘사랑굽는 사람들’
2주에 한 번씩 자원 봉사
회원 우정·믿음으로 지속
△ 빵 만들기에 분주한 ‘사랑굽는 사람들’
△ 빵 만들기에 분주한 ‘사랑굽는 사람들’

성큼 여름의 초입으로 다다른 지난 23일, 광양시 커뮤니센터 자원봉사나눔터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 찼다. 이곳에서는 10여명의 제과제빵 기술을 가진 이들이 모여 빵을 굽고 과자는 만드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도 분주한 손놀림이 지나간 자리에는 초코머핀과 완두앙금빵, 매실쿠키 등이 만들어져 나왔고, 소포장을 거쳐  박스에 차곡차곡 담겼다.

2주에 한 번씩 이곳에 모여 빵을 만들고 과자를 굽는 이들은 ‘사랑굽는 사람들’이란 봉사단체의 회원들로, 지난 2001년 여성문화센터 제빵반에서 시작해 올해로 22년째 빵을 구워내고 있다. 

현재 3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 중 일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짬을 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이 단체를 거쳐 간 회원은 총 200여명에 이른다.

오전 8시부터 이곳에 나와 재료를 준비하고 정해진 비율 대로 섞는 과정에 참여한다.

빵이나 과자는 밀가루와 분유, 설탕, 소금 등의 재료를 정해진 비율대로 배합해야 빵의 형태와 맛이 나온다. 어느 하나라도 틀어지면 맛은 물론 형태도 망가지는 것이 제과제빵의 특징이다.

빵을 만드는 과정은 재료 계량에 이어 반죽의 과정을 거친다. 이곳에는 4대의 반죽 기계가 설치돼 있어 봉사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밀가루에 각종 재료를 더해 치대고 이겨서 원하는 정도의 반죽을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체력과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된 노동이기 때문이다.

반죽을 마치면 발효실에 넣어서 1시간 정도의 발효과정을 가진다. 이후 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나눠 손으로 빵이나 과자의 형태를 만드는데 이를 성형이라 한다. 성형된 반죽은 다시 30분 정도의 2차 발효를 거쳐 오븐에서 30분 정도 구워진다.

오븐을 나온 뜨거운 빵이나 과자는 30분 정도 냉각 과정을 거친 후 포장 및 박스 작업을 한다.

이 중 완두앙금빵은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온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달걀물을 발라 반짝이는 광택을 만들어 주는 과정도 추가된다. 오븐에 들어간 빵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데, 기본으로 설정하는 타이머 시간만 믿어서도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경험많은 이들은 색깔과 향기를 보고 더 구울지를 판단한다. 실제로 빵 굽는 과정에 대해 한 회원은 “밀가루와 재료 반죽부터 포장까지 전 과정을 간난아기 다루듯 해야한다”고 말했다.

작업 도중 “3분 뒤 빵 나옵니다”란 소리가 들렸다. 다른 일에 열중하던 회원들이 잠시 손을 멈추고 오븐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 소리는 중요한 작업이니 도와달라는 말이라고 한다.

회원들은 김윤혜 회장(63·여)을 중심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친 300인분의 빵과 과자를 만들어 사랑나눔복지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코로나가 닥치기 전까지는 이들은 직접 만든 과자와 빵을 사회의 소외계층에 배달도 했지만 현재는 대신 전달하고 있다.

애로사항도 있다고 한다. 최근 밀가루 가격 등 재료값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 원하는 만큼 빵을 만들 수 없어 안타깝다고 한다. 

20년 이상 빵만들기 봉사를 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김윤혜 회장은 “회원들간의 우정과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먼저 상대를 배려하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생각하는 회원들의 따듯한 마음이 빵에 담겨있다”며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사람은 모두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