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 한국은 서열사회다
들꽃산책 - 한국은 서열사회다
  • 광양뉴스
  • 승인 2022.06.07 08:30
  • 호수 9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명 /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김대명 /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한국은 서열사회다. 인간 생활의 핵심적 요소인 서열이나 위계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는 거의 없다. 한국인은 서열을 중시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향이 있다. 어느 대학에 진학하고, 어떤 회사에 취업하며, 어느 회사의 브랜드를 구매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 서열이나 평판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타인을 만났을 때 상대적 지위나 서열을 파악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인다. 서로 잘 모르는 3명씩으로 구성된 집단 59개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에서 전체 집단 중 50%는 1분 안에, 나머지 50%도 5분 안에 서열을 매기는 데 성공한 것이 보고된 바 있다. 유사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말을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잠깐 쳐다보기만 하고도 자신의 서열 또는 지위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잡한 인지적 정보 처리 과정 없이도 타인과의 서열 관계 설정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사회의 서열 중시 문화는 교육이 변별과 선발에 치우치게 했다. 한국이 시험에서 시작하여 시험에서 끝나는 사회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시험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변별과 선발의 핵심 주체는 대학이다. 대학이 변별과 선발에 치중하면서 초·중·고교 단계에서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평판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면서 입시 위주 교육은 필연적 결과이다. 이 때문에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학교와 교사의 관심을 받았지만 다른 영역에서 특출한 재능이나 소질을 지닌 학생은 그 강점을 충분히 개발할 기회를 얻기 힘들게 되었다. 

현재 OECD 국가 중 상대평가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여 입시에 반영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만큼 상대평가 기반 내신제도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반친구들이 한 문제를 틀려야 자신의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고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고려한 수준별 수업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이 상대평가 기반 내신제도다. 학생들을 줄세우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객관식으로 출제할 수밖에 없어서 수업이 단편적 지식 전달로 흐르도록 만드는 문제점도 있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내신제도가 건재한 이유는 변별과 선발에서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상대평가 기반 내신제도가 없으면 현행 변별과 선발 기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교육에서 변별과 선발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한국인의 평생학습 양상은 ‘대학진학형 학습곡선’으로 나타난다. 

대다수 선진국의 경우 학습곡선이 대학생 시절에 정점에 도달한 후 완만하게 점차 하락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학습곡선이 고등학교 때 정점에 다다른 후 급격히 하강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한국인의 학습곡선이 이런 양상을 띠는 것은 대학 진학과 함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투영된 결과라 하겠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계양을 이재명 당선자가 경기도지사 시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는 명칭을 ‘수도권순환고속도로’라고 변경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이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라는 이름은 서울 중심의 사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도시명을 비교해보면 한국어의 ‘서울특별시’, ‘광주광역시’라는 표현은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서울특별시’라는 표현은 다른 도시는 특별하지 않다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서울이 한국의 제일(Number One)의 도시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언어 사용 또한 서열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을 통해 한국은 서열사회라는 것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