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선유자익(善遊者溺) :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다
[고전칼럼] 선유자익(善遊者溺) :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 물에 빠져 죽는다
  • 광양뉴스
  • 승인 2022.06.10 17:46
  • 호수 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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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무슨 일을 처음 배울 때는 진지하고 조심스럽다. 자기가 서툴고 부족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이 익숙해져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섰다고 생각하면 과시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이럴 때 그 자만이 화를 불러온다. 우리 속담에 ‘헤엄 잘 치는 사람 물에 빠져죽고 나무 잘 타는 사람 나무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속담이 있다. 헤엄 잘 치는 사람 물에 빠져죽고 말 잘 타는 사람 말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교훈적인 이야기다. (善遊者溺 善騎者墮) 특히 대구까지 합쳐 명언(名言)으로 서예로 많이 쓰이며 표구로 제작하여 좌우명(座右銘)처럼 집안에 걸어 놓는다. 언뜻 보기에 논리적으로 어긋나는 말 같으나 그 답은 의외로 간단다.

운전을 예로 들면 누구든지 초보 때는 자기 실력을 알아 조심하기 때문에 사고가 별로 없다. 사고가 나더라도 간단한 접촉사고나 아니면 상대방 잘못인 사고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한계와 실력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1~2년이 넘어 나도 운전을 어느 정도 한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자랑하고 싶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보면 이때가 가장 사고가 많다.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실수로 떨어질 때가 있듯이 헤엄을 아무리 잘 치더라도 자기 자신을 과신하면 물에 빠질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고 신중(愼重) 하라는 말이다. 무슨 일에 아무리 익숙하고 잘 하는 사람도 간혹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늘 겸손하라는 성현들의 가르침이다.

이 교훈과 비슷한 우생마사(牛生馬死)가 있다. 소와 말이 함께 물에 빠졌을 때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는 고사인데, 물이 잔잔한 호수에 말과 소를 각각 넣으면 모두 헤엄쳐 나온다. 그러나 홍수가 져서 세차게 흐르는 물에 소와 말이 빠지면 소는 살아나는데 말은 결국 죽는다.

왜 헤엄에 서툰 소는 살고 헤엄 잘 치는 말은 죽을까? 소는 스스로 헤엄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물을 거스르지 않고 천천히 떠밀려 내려가 땅을 밟을 수 있어서 산다.

그러나 말은 헤엄에 자신이 있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온힘을 다해 헤엄치다가 지쳐서 결국은 죽는다. 실제로 네발 달린 짐승은 모두 헤엄을 칠 수 있는데 말이 소보다 두 배가 빠르다고 한다. 그러나 홍수 속에 빠르게 흐르는 물속에서 말을 1미터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서 맴돌다가 지쳐서 죽는다.

《시경(詩經)》 〈소아(小雅)〉편에서도 매사에 조심성 있게 접근하라는 전전긍긍(戰戰兢兢)이 나온다. 우리가 많이 쓰는 고사다. 마치 전쟁에 임한 듯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이어서 여림심천(如臨深川) 여리박빙(如履薄氷)이 나온다. 깊은 연못에 다다른듯하고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하라는 가르침이다. 매사에 이런 마음으로 신중하게 임하라는 가르침이다.

선거 개표 때 표차이가 거의 나지 않으면 ‘박빙승부’라고 한다. 박빙(薄氷)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되었다.

실제로 선유자익은 자만심을 버리고 자신감이 있더라도 겸손하게 처신해야함을 우회적으로 말하는데 성공한 사람들도 가장 큰 문제점이 성공했다고 자만하면 방심(放心)하게 된다. 전국시대 한비(韓非)가 《한비자(韓非子)》에서 누구든지 자신 있다고 교만해 지는 순간 그 자만심으로 인하여 일을 그르친다고 ‘선유자익’을 예로 들어서 설명했다.

즉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순리에 거스르지 말고 지혜를 잘 발휘해야 살아 날수 있다는 메시지다.

몇 년 전 전라북도 남원의 젖소가 장마 통에 섬진강으로 떠밀려서 약 60km 떨어진 광양에서 발견되어 산채로 다시 남원으로 주인 찾아 돌아간 일이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말의 개체수가 적어 실제로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소는 급류에 휩쓸려도 헤엄을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둥둥 떠서 물살에 밀려 내려간다.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떠있다고 봐야 맞다. 물론 위험하지만 둥둥 떠 있기 때문에 돌에 부딪치지만 않으면 살 수 있다. 그래서 60km나 되는 머나먼 물길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었다.

비슷한 군사용어로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교만한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다. 전쟁전이나 전쟁 후 승리 했을 때 상대를 얕잡아보고 교만해지면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되므로 허점이 생길 수 있다. 승리에 도취되어 교만해져 우쭐대면 다음 전쟁은 반드시 패한다는 말이다.

정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자만하고 오만함이 비치면 다음 선거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수준이 높아 누구나 전문가다. 국민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물줄기를 신중하게 바라보며 자숙해야 오래갈 수 있고 물에 빠진 소처럼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