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경찰까지 삭발하며 "'경찰국 신설' 반대"
퇴직한 경찰까지 삭발하며 "'경찰국 신설' 반대"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7.08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전현직 경찰, 합동기자회견
"독재시대로 회귀…정치 예속화"
경찰 중립성·독립성 심각한 훼손
한기민 전남경우회장(좌측)과 최철웅 목포경우회장이 지난 7일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안 철회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전남지역 전·현직 경찰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반발하며 삭발식을 거행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전남경우회 회장단과 전남경찰청 직장협의회 회원 50여명은 지난 7일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1991년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에서 독립외청으로 분리됐다"며 "이후 경찰청은 현재까지 31년 동안 독립적 기관으로 지위를 유지해왔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차기 후보군들을 사전 면담한 후 발령내거나 치안감 인사를 번복하는 등 초유의 일들이 발생했다"며 "이는 인사를 통해 자신들의 지시에 충실한 자들을 줄세우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과거 독재시대의 치안본부로의 회귀이자 권력에 대한 경찰의 정치 예속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국 신설은) 경찰 인사와 예산, 감찰, 징계권을 이용해 경찰을 권력에 종속시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찰 수사는 권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모든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행안부에 △경찰국 신설안 철회 △국가경찰위원회의 독립적 행정기관 전환 △국가수사본부의 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경찰 통제 방안 강구 등을 요구했다.

회견을 마친 한기민 전남경우회장과 최철웅 목포경우회장은 삭발을 감행하며 경찰 독립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한 회장은 "언론과 국회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얼마든 경찰 통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경찰 조직에 대해서 조악한 상부 기능을 신설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전날 광주경찰청을 찾아 광주·전남·전북 지역 일선 경찰관과 만나 ‘경찰 제도 개선’의 의미를 설명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직장협의회는 오는 12일 전국 회장단 회의를 하고 본격적인 투쟁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