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광양 원님길과 대장간
[문화칼럼] 광양 원님길과 대장간
  • 광양뉴스
  • 승인 2022.07.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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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과거 지방에서는 목사 또는 원님이 행차하고 시찰하던 길이 있었다. 광양에도 이 길이 존재했으며, 광양읍 문화예술의 거리인‘문화원님 길’로 재탄생시킬 예정에 있다. 그 일환으로 광양시는 전시, 공연, 체험, 문화 살롱, 아카이빙, 문화기획 등 콘텐츠 공모를 하고 있는데,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기대가 되는 부분은 원님 길이 문화예술을 테마로 한다는 점이다. 문화예술은 기존의 업종과 겹치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평안하고 영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요소이다.

지역의 매력을 높이면서 경제 활동에서 새로운 수요와 높은 부가가치의 원천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걱정이 반인 것은 성공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날 문화 예술의 힘이 지역과 국가의 힘으로 작용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됨에 지역의 도시재생 등의 사업에서는 문화예술의 비중을 높이고 있으나 인구가 감소하고,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의 성공사례는 많지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성공사례의 모방을 통해 초창기에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지원사업이 종료되면 조성한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들이 많다.

이 점에서 광양의 문화원님 길의 조성은 실패 사례에서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콘텐츠에서도 문화예술성 못지않게 수입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기획자는 조성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영속적인 운영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가령, 원님 길의 과거 풍경을 떠올려 보면 인근에 대장간이 있었다. 입구가 트여진 대장간에서 대장장이는 칼, 농기구 등을 만들고 있었으며,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철 공예품과 창작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그 시절의 풍경 재현에 의한 정체성 강화, 제철소가 있는 광양의 지역적 특성 강화에 의한 차별성 함양, 최근 해외에서는 사라졌던 대장간이 인기 공예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에서 원님 길에 대장간 공방의 개설은 좋은 아이템이 될 수가 있다.

대장간이라는 공방의 개설은 문화예술 콘텐츠 측면에서는 이처럼 명분이 있고, 장점이 많다. 그러나 실패하지 않으려면 예술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며, 영속 경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입 구조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양의 대장간과 대장장이 자원을 찾아야 하는데, 광양에는 무안, 함평 지역과 함께 대장간이 있는 곳으로 기술이 전승되고 있다. 대장간은 원님 길과 가까운 광양 5일장에 있으므로 조건에 따라 원님 길에 공방 조성이 가능할 것이며, 기존의 수입원이 있다는 것도 지속 경영 측면에서 장점이다.

다만, 원님 길에 철 공방을 개설한다면 현재의 대장간에서 하고 있는 농기구 제작, 수리 등과는 달리 원님 길의 성격에 맞게 모객을 하고, 방문객들의 기념품 제작, 체험 등 공예에 비중을 두고 이것을 통해 수입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기존의 대장간 운영방식과 다른 것이며, 체험 품목, 체험 프로그램, 체험객 모집 등에 노하우가 필요하다.

원님 길 기획자 또는 조성 주체에서는 국내외 사례 조사 등을 통해 이 노하우를 발굴 전수와 컨설팅을 해 줌으로써 철 공예 공방의 개설에 따른 특성화, 체험 활성화에 의한 원님 길 조성과 운영이 성공 가능하게 된다. 이것은 대장간 뿐 아니라 원님 길의 다른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