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사흘 앞두고, 닥친 태풍에 수확기 배 ‘우수수’
추석 사흘 앞두고, 닥친 태풍에 수확기 배 ‘우수수’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9.13 08:30
  • 호수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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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압면 배 재배농가, 낙과 피해
“그나마 조기수확” 스스로 위안
매년 반복 자연재해, 타는 농심
“생명근원’ 농업·농촌 정책 시급
정인화 시장이 과수원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위로했다.

 

“수확을 앞두고 태풍이 쓸고 지나가는 일이 해마다 일어나 맥이 빠지고 땅에 떨어진 과일을 보노라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할퀴고 지나간 지난 6일 오전, 광양시 다압면 배 재배단지에서 만난 김용기씨(51)는 땅에 뒹구는 배를 모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4년 전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70대 어머니가 평생을 가꾸어 온 배 과수원 운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해마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태풍으로 마음을 졸여야 했고, 올해도 추석을 불과 사흘 앞두고 낙과 피해를 입었다.

그가 이번에 입은 피해는 과수원 3300㎡(1000평)에 식재한 배의 약 10% 정도로 추산된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지난 주말 태풍 소식을 듣고 서둘리 조기수확을 실시해 피해를 줄였다는 점이다.

김씨는 대부분의 배를 주문을 받아 판매한다. 소비자들 대부분은 선물용을 구매할 때 크기가 큰 대과를 원하고 중간 정도의 배는 구매를 꺼린다.

사정이 이러니 생산자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상품성이 있는 크기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태풍이라도 불어오면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고 한다.

떨어진 배를 주워들고 있는 김용기 씨

 

김씨는 “현재는 배가 한창 커가는 비대기에 해당된다”며 “만약에 이번에 조기 수확을 하지 않았다면 피해는 훨씬 컸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김씨의 말처럼 조기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인근 농장은 훨씬 많은 배가 땅에 떨어져 있었다.

낙과는 수거해 잼 등으로 가공하게 되지만 당장 수거할 수도 없다고 한다.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보험사 직원들이 현장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농작물 재해보험의 보상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장 떨어진 낙과가 나무에 달려있던 수량의 20% 이상이라는 조건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와 함께 떨어진 배를 정리하던 어머니 김미향씨(75)는 “밤사이에 윙윙거리는 바람소리에 농작물이 걱정돼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날이 밝아 찾아온 농장에 나뒹구는 배를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보상 여부마저 불투명하다고 하니 가슴만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과수원을 찾아온 김충현 다압농협 조합장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태풍과 자연재해로 인해 농민들이 맘놓고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것이 농촌의 현실”이라며 “지자체와 농협 등이 농민들을 힘을 모아 돕고 있지만, 이를 뛰어넘어 생명의 근원인 농촌과 농업을 살리기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농가들의 태풍 피해 소식을 들은 정인화 시장도 이날 오후 김용기씨 과수원 등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확인하고, 위로했다.

한편 제11호 태풍을 동반한 광양지역 누적 강수량(5일~6일 오전 7시 기준)은 봉강면 181㎜를 최고로 평균 154.2㎜를 기록했다. 최대풍속은 18.9m/s였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벼논의 도복 피해가 2ha(광양읍 1.5ha, 진월 0.5ha), 과수 낙과 피해 1.5ha(다압·배)로 집계됐다. 다압면 지역의 배 재배농가는 총 45농가이며 재배면적은 15ha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