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백일장 수상작 전문
윤동주 백일장 수상작 전문
  • 광양뉴스
  • 승인 2022.09.13 08:30
  • 호수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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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한수인 '별'
금상(고등부) 정혜원 '던지다'
금상(중등부) 김혜민 '던지다'
금상(초등부) 김온유 '미술시간에'

한수인 백일장 대상 (광양제철고2) / 별

우리 동네 하늘엔 별이 없다. 

암만 게슴츠레 눈을 찡그려봤자 구겨진 종잇장처럼 못나진 얼굴엔 컴컴한 어둠만이 뚝뚝 떨어진다. 

없는 별을 찾느라 멈췄던 발걸음을 옮긴다. 스슥 탁 스슥 탁 적막을 깨는 소리만이 골목을 가득 메운다. “신발 끌지 말라고 했지!” 엄마 잔소리가 가로등마다 깜박깜박 들려온다. 너무 닳아 반들반들해진 신발코가 눈에 들어온다. 가로등 불빛을 반사 시키는 닳디 닳은 신발코는 우리 엄마 이마 같다. 땀과 기름에 젖어 번들번들해진 엄마 이마가 형광등 아래 섰을 때와 꼭 닮았다.

철문을 들이민다. 끼익 탕. 너무 조용한 탓에 스스로 인기척을 낸다. 호기롭게 나의 귀가를 알리던 철문은 풀 죽은 듯 소리 없이 닫힌다

‘이제 왔니?’와 같은 인사 따위를 바라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날 맞아줄 엄마는 지금 식당에서 ‘어서 오세요’하며 남의 집 자식들을 반기고 있을 테니,

당연한 사실이다. 엄마가 지금 여기 있을 리 없다. 당연함에 기대어 씁쓸한 침 맛을 다셔본다. 

오늘따라 좁은 투룸의 익숙한 어둠이 밉다. 일부러 탁! 소리를 내며 어둠을 쫓아낸다. 탁! 할 때 탁! 밝아지면 좀 덧날까. 일부러 지지직 소리를 내며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다시 밝아지는 형광등마저 날 약 올리는 것 같다.

 조금 전 편의점에서 사 온 2+1 삼각김밥을 꺼내 먹는다. 2개 사면 하나 증정, 딸려오는 +1이 꼭 누구 같다. 배가 불러 2개밖에 먹지 못했다. 또 +1이 남는다. 

‘인간은 욕심이 많다’라는 말은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다. 다 먹지도 못할 걸 같은 가격에 하나를 더 준다고 하면 반색을 하고 충동구매한다. 혼자 남겨질 +1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사람들은 본인 좋을 대로 산다. 

빈 껍질 옆 덩그러니 혼자 놓인 삼각김밥이 초라해 보인다. 억울한 마음에 나머지 하나도 입안 가득 욱여넣는다.

불을 껐다.

켤 때와 달리 빛의 속도로 들이치는 어둠은 아까 그 어둠보다 훨씬 더 재수 없다.   

더듬더듬 이부자리를 헤엄쳐 천장을 마주한 채 누웠다.

눈을 감고 모든 숨을 토해냈다. 그러길 몇 분, 문득 눈을 떴을 때 그것들이 있었다. 

나 좀 보라는 듯 손 흔들며, 원래 존재했던 존재처럼 스스럼없이 제 존재를 내게 뽐내고 있었다. 

야광 별이 생각보다 밝은 빛을 낸다는 걸 난 그때 처음 알았다.

언젠가 엄마에게 방 전체를 별로 가득 채워주는 취침등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행에 관심 없는 엄마는 “어머, 그러니”라며 내 말에 시큰둥하게 답했다.

별 취침등 유행도 시들해진 뒤엔 나도 흥미를 잃었기에 그 대화는 내 머릿속에서 이미 시든지 오래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별이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아주 많은 별들이 여기저기서 나의 눈길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천장부터 옷장, 벽, 책상까지, 까치발로 종종거리며 일일이 스티커를 떼다 붙였을 엄마가 눈에 선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게 허락된 빛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엄마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란 생각은 일찌감치 포기한 나였기에 오늘 하루도 그냥저냥 그런 생각 속에서 혼자 막을 내렸을 터였다. 

별을 헤며 어머닐 그리워한 모 시인과는 달리 별 하나 뜨지 않는 빈 하늘 탓에 엄마를 헤아릴 수도, 별을 그리워하지도 못하는 내 처질 참 불쌍히 여겼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오늘 일찍 자기는 글렀다. 이제 나에게도 별이 생겼으니. 

그것도 아주 많고, 어둠 속에서도 꿋꿋이 빛날 별들이 잔뜩 생겼으니. 이제 나도 별을 헤아릴 수 있다. 내가 헤아릴 별을 탄생시킨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며,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그 모든 헤아림을 차곡차곡 쌓아두려 한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도록,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고갤 들었을 때 별이 없어도 언제든 내 가슴속 별을 떼다 붙일 수 있도록. 

난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 발광하는 별처럼, 어둠 속에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는 야광별의 주인으로서 이제는 내가 엄마의 별이 되어주고 싶다. 

잠든 내 머리칼을 습관처럼 한번 슥 쓸고 출근하는 우리 엄마, 당신 딸은 야광별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딱 붙어 있을 거라고, 혼자서도 얼마나 눈부신 빛을 내는지 두고 보라고. 이제 당신 딸은 철이 들었노라고 충분히 기대도 되는 존재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창문 너머 간간이 들어오는 달빛이 밝다. 야광별들은 오늘도 숨죽이고 있다. 어둠이 오면 빛을 낼 거라 말하면서. 엄마가 귀가하는 그 시간까지 절대 꺼지지 않겠다 약속하면서. 

 

정혜원 백일장 고등 대상 (수원태장고3) / 던지다

발걸음을 멈췄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작은 분수대가 있었다. 고장이 나 물을 뿜지 않는 분수대. 윤 대리는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이었다. 심호흡을 하고 윤 대리에게 다가갔다. 내 인기척을 느낀 윤 대리가 고개를 들더니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윤 대리는 점심은 맛있게 먹었냐며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렸다. 그 옆에 앉아 가벼운 사담을 나누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윤 대리님, 혹시 회사 게시판에 있는 글 보셨어요? 윤 대리는 커피를 입에 가져가다 말고 멈칫했다. 박 과장님 폭로글 말이지? 나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게시글은 왜 물어보냐는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질문했다. 그 게시글 내릴 수 있어요?

 일주일 전, 회사 게시판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모 과장이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며 괴롭힌다는 내용의 폭로글이었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익명으로 작성되었지만 사람들은 누구를 말하는 건지 단번에 알아챘다. 영업부서의 박 과장이었다. 박 과장은 회사에서 갑질상사로 유명했다. 폭언과 일 떠넘기기, 성희롱까지. 그런 사람의 밑으로 인사이동이 된 건 올해 초였다. 박 과장은 소문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 갑질을 받아내는 상대는 대개 인턴 사원인 나였다.

 박과장은 처음에 다른 상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고 항상 웃는 얼굴로 인사를 받아주었다. 마음을 놓고 있던 중 어느 날 내 일처리에 실수가 생겼다. 수정하면 되는 아주 작은 실수. 하지만 그 작은 실수에 박 과장은 크게 반응했다. 불같이 화를 내며 서류를 나에게 던졌다. 그 뒤로 박 과장은 내 행동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아 지적했다. 회식자리에서는 나를 옆에 앉혀두고 무리해서 술을 마시게 했다. 상사가 주는 술은 거부하는 거 아니라며 연거푸 술잔을 채웠다. 정규직 전환 발표날이 언제지? 박 과장은 묵직한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쓸었다. 나는 순간 숨을 들이쉬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뿌리쳐야하나, 그대로 있어야하나. 떨리는 호흡을 애써 가다듬던 중 윤 대리와 눈이 마주쳤다. 윤 대리는 짐짓 크게 웃으며 박 과장과 술잔을 부딪혔다. 나는 잡힌 손을 그제야 빼낼 수 있었다.

 윤 대리는 내게 특별했다. 박 과장처럼 날 괴롭히거나 그걸 방관하면서 모르는 척 하는 다른 상사들과는 달랐다. 박 과장의 눈치가 있어 대놓고 돕지는 못했지만 계속해서 날 돕고 응원해주었다. 늘어난 내 업무를 도와서 처리해주기도 하고, 점심을 먹지 못하는 나에게 샌드위치를 건네주기도 했다. 내게 화를 내는 박 과장을 은근히 말리며 나를 휴게실로 보내 쉬게 했다.

 커피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 듯 했던 윤 대리가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곧 커피를 벤치에 내려놓고 허리를 숙이더니 땅에서 작은 돌멩이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분수대에 하나를 던졌다. 아무말 없이 그 행동을 지켜보았다. 작은 돌멩이 하나는 퐁당, 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당황스러웠다. 윤대리가 내 질문을 듣지 못했나 싶었다. 나는 조급한데 윤 대리는 태연하게 돌을 던지고 있기만 하니 답답했다.

 박 과장의 괴롭힘으로 오랜시간 힘들었다. 건강은 악화되고 정신은 지쳤다. 하지만 나는 게시글로 회사가 시끄러워지는 것까지 원하지는 않았다. 괜히 폭로해서 튀는 일 같은 건 사양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 게시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한순간에 혼잡해졌다. 누가 봐도 박 과장이 내게 갑질하는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었다. 피해자가 분명하니 회사에는 내가 그 게시글을 썼다고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덕분에 나는 상사를 찌른 사람으로 인식이 박힐까 걱정이었다.

 대리님, …게시글 삭제는 불가능할까요? 눈치 빠른 윤 대리니 내가 왜 이 질문을 했는지도 알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글을 쓰지 않았다는 것도. 윤 대리는 말없이 돌멩이만 계속 던졌다. 잠시 뒤, 윤 대리는 입을 열었다. 유진 씨, 작은 돌 하나를 수면 위에 던지면 그 주위로 파동이 생겨. 그리고 이 파동은 나중에 점점 커져서 바다 위를 뒤집는 파도가 되는 거야. 던진 건 작은 돌이지만 나중에 보이는 결과는 그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어. 윤 대리는 돌을 하나 더 던졌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유진 씨가 파도에 휩쓸리는 게 무서워 물러서지 않았으면 좋겠어. 작은 돌이라도 한번 던져봤으면 해. 윤 대리는 내 어깨를 두드리고선 훌쩍 자리를 떴다. 나는 벤치에 혼자 남아 분수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윤 대리가 돌을 던진 곳의 수면이 아직 흔들리고 있었다. 윤 대리가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파동이 커져서 파도가…… 작은 돌이라도…. 하지만 그래봤자 돌은 가라앉는 게 아닐까. 그 작은 돌이 과연 파도를 만들 수 있을까. 머릿속을 떠도는 질문들을 애써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 대리와 대화를 나눈 며칠 뒤 회사에는 새로운 소문이 퍼졌다. 문제의 폭로 게시글을 쓴 사람이 바로 윤 대리라는 소문이었다. 덕분에 나는 혐의에서 벗어났지만 윤 대리는 하루 종일 뒤에서 떠도는 수근거림을 달고 다녔다. 나는 복잡한 마음에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건물을 나와 분수대 앞에 섰다. 돌멩이 하나를 집었다. 작고 뭉툭한 돌멩이를 손끝으로 매만졌다. 딱딱하고 차가웠다. 나는 고개를 들고 돌멩이를 분수대에 던졌다. 돌멩이는 청량한 소리를 내며 수면에 닿았다. 돌멩이가 떨어진 주변에 작은 파동이 일렁였다. 분수대에 손을 살짝 넣자 수면의 진동이 피부에 닿았다. 간지러웠지만 확실한 느낌은 전달받았다. 내가 돌을 던져 만든 파동. 분수대에서 손을 빼내고 물을 털어냈다. 아까보다 또렷한 시선으로 회사 건물 안에 다시 들어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돌을, 던질 수 있는 돌을 내 손에 쥐어야했다. 돌을 여러번 던질수록 파동은 더 커지니까.

 

김혜민 백일장 중등 금상 (광양제철중1) / 던지다

  3년 전 여름날, 야구선수의 꿈을 가지고 있던 나는 감옥같던 보육원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고,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도 없었다. 내가 갇혀있던, 감옥같은 보육원은 정말로 끔찍했다. 대게로 나는 보육원 경비원들에게 많이 던져졌었다. 그 감옥은 지도에도 표시되어있지도 않은 곳이라, 사람들이 우리가 노동을 당하는 것을 몰랐다. 나는 그럴 때마다 하나뿐인 낡아 빠진 공을 튕겼다. 그러면서 며칠간 몇 개의 마을을 지나갔다. 그렇게 길을 걷다가 어느 아저씨를 만났다. 옷도 초라해보였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빈민가에 나보고 혼자 있냐고, 부모님에 대해서도 물어봤었다. 내가 고개로 대답을 해주었다. 갑자기 나에게 보육원에서 탈출을 했냐고 물어보더니, 자신의 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지폐를 꺼내더니, 내 공을 보더니 그 돈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공을 매만지면서 돈을 받았다. 아저씨는 나에게 그 공을 사려는 것 같았지만, 나는 공을 더 꽉 잡았다. 그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그 아저씨는 원래 꿈이 야구선수였고,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모님 몰래 학교에서 사고를 벌여서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서 몰래 야구부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자, 아저씨는 성인이 되자마자 집에서 쫓겨났고, 아저씨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다른 가족들이 집에 있었다고 한다. 또 15년째 빈민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간 공을 만져보지도, 던져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나도 아저씨에게 나의 인생 이야기를 해주었다. 또한 내 꿈도 야구선수라고 했다. 그 말을 하니 아저씨가 공은 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 아저씨와 같이 살고 싶었다. 빈민가에 있던 집 중 집이 가장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아저씨가 나더러 자주 놀러오라고 말했다. 나는 아저씨의 집에 매일 가서 잤다.

 어느 날 아저씨의 집에 갔는데 아저씨는 없고 곧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탁자 위에서 공을 발견했다. 쪽지에 '이 공을 던져바 오늘 점시메 발견해어' 라고 적혀있었다. 맞춤법을 틀렸었다. 그 공을 던져보았다. 그 공이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아저씨가 갑자기 뛰어 들어왔다. 나는 이 상황이 무척 어이가 없어서, 묻고 물었다. 아저씨는 그 날 점심에 공을 발견했고, 공과 15년만의 재회를 하여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공을 던져보려는데, 공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서, 나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또 아저씨가 편의점에 취직을 해서 내가 학교에 다닐 수도 있다고 했다. 아저씨는 자신이 내가 야구선수가 되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 후 나의 보물은 그 공이였고, 어찌저찌 1년이 지났다. 아저씨는 나의 새로운 보호자가 되었고, 작긴 해도 편한 보금자리인 새 집이 생겼다. 아저씨는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나는 야구부가 있는 학교에 다녔다. 물론 나는 야구부가 되었고, 적어도 팀에서 꽤 좋은 성적을 냈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아저씨가 회사에서 승진을 했고 정말로 말도 안 되게 아저씨는 가족을 찾게 되었다. 나는 야구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지금은 야구를 더 열심히 하고 있고 나중에 나는 커서 아저씨 대신 야구장에서 야구공을 던질 것이다. 또 조금 더 커진 집에서 아저씨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아, 또한 내가 있던 보육원은 아이들을 강제노동을 시킨다고, 철거가 되었다.

 

김온유 백일장 초등 금상 (구례중동초6)/ 미술시간에

 

미술시간에

 

추운 겨울

하얀 눈밭에

빗자루가 지나갈 때마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핀다.

 

이 곳 저 곳 

퐁퐁퐁 꽃들이 핀다.

어쩐 일일까? 이 겨울에 

 

꽃이 피고 나니

빗자루가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불어온다.

햇살도 따스하게 비춘다.

 

하얀 눈밭에 일어난 기적

꽃들에게도 일어난 기적

햇살과 바람에게 일어난 기적

 

딩동댕동

종이 치는 소리에

선생님이 오신다.

 

내 폭신폭신한 하얀 눈밭을 가져가신다.

빗자루는 구불구불 물통 속으로 퐁당 들어간다.

미술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