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솥뚜껑’ 보고 놀란 광양시의회 의원들
[현장에서] ‘솥뚜껑’ 보고 놀란 광양시의회 의원들
  • 지정운 기자
  • 승인 2022.09.26 08:30
  • 호수 9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자라’는 날카로운 이빨을 갖고 있어 사람의 손가락도 물리면 잘릴 정도다. 특히 한번 물면 모가지를 잘라도 절대 놓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솥뚜껑은 조리 도구인 솥을 덮는 도구로, 과거에는 무쇠로 만들어 색이 시커멓고, 문양이 있어 마치 자라의 등딱지처럼 보이기에 ‘놀람’을 표현하는 속담까지 나온 듯하다.

지난 19일부터 제312회 정례회에 들어간 광양시의회도 이번에 ‘솥뚜껑’을 보고 놀라는 경험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솥뚜껑’은 광양시가 제출한 ‘(재)광양시 어린이보육재단 2022년 예산 출연 동의안’이다.

이 동의안은 광양시장이 어린이보육재단에 2022년도분 예산 5억원을 출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육재단이 출범한 2017년부터 매년 5억원씩을 출연하는 연도별 출연계획의 일환으로, 지방재정법과 보육재단 조례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5억원은 올해 추경예산으로 시비 2억9060만원을 편성한 금액과 시금고 약정에 따른 협력사업비 2억94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같은 시의 출연기금 요구에 시의회는 별다른 불만은 없어 보인다. 되레 사업 방향과 목적, 방법이 적절하면 더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말도 한다.

그렇다면 시의회를 놀라게 한 ‘자라’는 뭘까?

시계를 돌려 보육재단은 설립 당시인 지난 2017년 광양시가 출연한 2억원을 기본자산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소요예산은 매년 시 출연금과 자발전 기부금, 기타 수입금으로 충당해왔다.

올해 8월말 기준 기금 현황을 보면 보육재단의 재산총액은 47억3300만원이다. 그동안 시출연금 25억원(2017~2021년), 자발적 기부금 54억9000만원 등 총 79억9000만원의 수입금 중 70여건의 사업을 진행하며 28억4600만원을 지출하고 남은 돈이다.

이 과정에서 정현복 전 광양시장은 재임 중 재단의 기본재산을 500억원까지 늘리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재단운영을 하겠다며 시의회에 5년간 매년 100억원의 출연금을 요구하고 나섰는데 이것이 바로 ‘자라’다.

정 시장은 특히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광양’을 모토로 보육재단 활성화에 공을 들이며 지난 2021년 12월 제305회 광양시의회 2차 정례회에 100억원의 2022년 보육재단 출연 동의안을 제출했다.

시의회가 이를 부결하자 정 시장은 마치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자라’처럼 곧바로 올해 1월 열린 제306회 임시회와 4월에 개최된 308회 임시회에 안건을 연거푸 제출했고, 시의회는 잇따라 안건을 거부하며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가운데 선거를 통해 정인화 시장이 취임한 후 첫 정례회에서 ‘어린이보육재단 2022년 예산 출연 동의안’이 제출되자 시의회는 이미 3차례나 부결된 안이 올라왔다고 깜짝 놀라며 긴장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는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