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동행 기획취재] 전 국민 30%, 교통약자 무장애 도시 조성 절실
[창간 23주년 동행 기획취재] 전 국민 30%, 교통약자 무장애 도시 조성 절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2.11.11 18:16
  • 호수 9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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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조례제정 지자체, 20곳 불과
조례제정 ‘박수’…실천이 관건
“서둘기보단 긴 호흡, 꾸준한 노력”

광양시는 전국에서 20곳에 불과한 ‘무장애도시 조성조례’를 제정했다. 교통약자,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에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교통약자’ 평소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 밖에 없다.
관련 법안에서는 교통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에 느끼는 사람으로 규정하고있다. 2019년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1500만명, 전 국민의 30%가 교통약자로 나타났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나 교통약자로 태어나, 교통약자가 되어간다. 
광양신문은 광양시 교통약자들이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불편을 겪는 실태를 취재해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등 무장애 도시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창간 23주년을 맞아 기획취재를 마련됐다.                                                                                                                                      <편집자 주>

무장애도시 조례안 제정

추진위원회 개최는 ‘0’

광양시는 2021년 8월 ‘광양시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개별시설을 접근·이용하거나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생활환경을 갖춘 도시를 조성하는 게 목적이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장은 무장애 도시 조성을 위해 △공공시설의 무장애 시설 확충 및 개선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편의증진 개선 △무장애 도시 조성 관련 종사자의 전문성 강화 △시민의 무장애도시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또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된 ‘무장애도시 추진위원회’가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광양시는 위원회를 설치 했지만 개최된 적은 없다.

시 관계자는 “조례안이 통과되고 올해가 원년이라 사업결과 등을 종합해 내년 2월경 개최예정이었지만 앞당겨 올해 내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휠체어로 저상버스 타보니

버스승강장 정비 필요성           

△박문섭 시의원이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문섭 시의원이 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광양시에는 총 60대의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이 중 저상버스는 22대로 이용객이 많은 일부 노선에 걸쳐 운행 중이다. 실제 저상버스를 체험해보기 위해 박문섭 시의원의 도움을 받아 광양시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 두 분과 동행했다.

지난달 24일 장도박물관에서 창덕에버빌까지 왕복하는 일정으로 990번, 991번 버스를 이용했다. 

탑승을 위해 정차요청을 하자 버스가 정차하기 위해 전진 후진을 반복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버스와 인도가 평행하게 위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휠체어용 리프트를 통해 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휠체어용 리프트를 통해 버스를 탑승하고 있다.

박문섭 의원은 “이래서 버스정류장 근처 불법 주정차가 문제가 된다”며 “불법 주정차로 인해 버스를 인도에 가깝게 붙이지 못하면 장애인은 애초부터 이용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버스기사가 안전띠까지 고정 해준 후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스에는 안전벨트가 있었지만 사용한 적이 없었는지 구조물에 아무렇게나 묶여있어 사용할 수도 없어보였다.

승객들은 휠체어 리프트가 작동하는 것을 보고 연신 신기함을 내비쳤다. 대부분의 승객은 “리프트가 사용되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봇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리프트를 내리는 바람에 정차 위치를 몇 차례 조정한 후 탑승할 수 있었다.
△전봇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리프트를 내리는 바람에 정차 위치를 몇 차례 조정한 후 탑승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무단 방치된 공용 퀵보드 때문에 버스가 여러 번 정차위치를 찾아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탑승한 버스는 휠체어가 미처 자리잡기 전에 출발했다. 버스기사의 퉁명스러운 혼잣말과 함께. 고정되지 않은 휠체어는 이동 내내 앞뒤로 흔들거렸다. 상체 근력이 떨어지는 아동이나 여성이라면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해당 버스기사는 “저상 버스 그런 거 잘 모른다”며 “몇 명 타지도 않고 휠체어 고정 장치는 사용이 어렵고 복잡해 사용하려면 한 시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가 자리잡기 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양팔로 꽉 잡아도 앞뒤로 흔들거렸다.
△휠체어가 자리잡기 전에 출발하는 바람에 양팔로 꽉 잡아도 앞뒤로 흔들거렸다.

사전에 목적지를 장도박물관이라고 밝혔으나, 동행자 한 분이 목성아파트 정거장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버스 기사는 “왜 목적지를 다르게 말했냐”며 화를 내더니 리프트를 작동시켰다. 하지만 리프트 앞엔 구조물이 막고 있었고, 다시 정차한 위치엔 경계석이 엇나가 리프트가 펴지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대략 2분 동안 소동이 벌어졌고, 겨우 하차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저상버스가 많지 않아 환승이 어렵고, 운행횟수가 적어서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가 아니였다. 정류장 인근 구조물이나 가로수, 정비되지 않은 인도 등으로 인해 저상버스가 많아도, 환승이 편해진다고 해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박 의원은 “저상버스 활성화를 위해선 버스정류장 인근 정비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물에 가로막히고 턱에 걸려서 제대로 펴지지도 않아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구조물에 가로막히고 턱에 걸려서 제대로 펴지지도 않아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광양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 조례’에는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 등의 운전자에 대한 교육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광양시는 지난 2019년 조례가 제정된 이후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다. 

시 관계자는 “관련 계획은 세워져 있으나, 버스기사 교육은 광양교통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버스 운행사인 광양교통도 저상버스 운영 교육 등은 따로 진행한 적이 없다.

지난 7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 1월 19일부터 대폐차 시 반드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 취지에 맞는 운영을 위해선 버스 정류장 인근 정비가 선행되야 한다. 

 

그렇다면 장애인 콜택시는

법정보유 기준, 66.7% 그쳐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택시는 크게 장애인 콜택시와 바우처 택시가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다. 바우처 택시는 비휠체어 장애인, 임산부, 65세 이상 거동불편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이용 가능하다.

현재 광양시는 12대의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바우처 택시는 최근 10대를 증차해 총 20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었다. 현행법상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를 운영해야 한다. 광양시에 등록된 약 7800명의 장애인 중에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은 2724명이다. 장애인 콜택시 법정 운행 대수는 18대지만 6대(33.3%)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휠체어 이용자들은 차량이 많지 않아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원할 때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시에 따르면 장애인 콜택시의 대기시간은 평균 26분, 바우처 택시는 평균 27분이 걸리지만 이용자들은 “평균의 함정”이라고 말했다.

휠체어 장애인들은 “출퇴근 시간이나 장날 같이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는 기본 1시간에서 2시간 넘게 대기하기도 한다”며 “평일 한 낮 시간대에는 대기시간이 짧아 단순히 평균값으로 계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밖에도 관외를 갈 일이 생겨도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수가 많지 않아 관외 왕복 시간을 고려하면 한 대가 없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시는 최근 바우처 택시 10대 증차에 따른 대기시간이나 민원 등을 살펴보고 추가 증차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함께 사는 광양시 되기 위해

지역사회 관심과 배려 필요      

도로정비와 관련해서는 도로과, 버스나 택시 운영에 대해서는 교통과, 조례안과 위원회 관련해선 노인장애인과를 찾아 문의해야한다. 시설물이나 구조물과 관련해선 건축과 등과 협의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시는 부랴부랴 무장애도시 TF팀을 구성했다.

시 관계자는 “도로, 교통, 공원, 건축 등 관련 과들이 모여 무장애도시 TF팀을 구성했고, 내년에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가 계획돼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설물 개선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내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도 크게 늘었다. 장애인 복지 분야만 올해 대비 13퍼센트 가량 확대 편성될 전망이다. 또 중마장애인복지관 뒤편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신축하고 기존 광양장애인직업재활시설도 2층으로 증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시장님이 복지, 특히 소외된 계층에 대한 복지에 많이 신경을 쓰신다”며 “단순히 시설이나 재정적인 지원을 떠나 30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식 교육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단시간에 하는 것은 어렵다. 긴 호흡으로 꾸준하게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가 제정돼 있는 지자체는 20곳에 불과하다. 타 지자체보다 앞서 출발했기에 조금 터덕거리고 약간 길을 헤맬 수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행정, 의회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서로가 배려할 때 진정한 ‘감동시대, 따뜻한 광양’이 열리지 않을까.  

인터뷰 - “복지, 베풂이 아닌 함께 사는 것”

김 정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44년 평생을 휠체어 위에서 살아온 그는 아직도 조그마한 턱 하나가 두렵고 울퉁불퉁한 도로가 무섭다. 4개월 전 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은 김정 소장(44)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태어나 광주를 거쳐 광양까지 왔다기에 냉큼 광양은 휠체어를 이용하기 어떤지 물었다. 

“서울이나 광주 같은 대도시에 비하면 안 좋은 편이죠. 인근 순천이나 여수에 비해서도 좋은 편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을 꼽았다.

“왜 집 밖으로 나왔냐는 눈총을 받으면 무척 위축됩니다. 저처럼 경험치 많은 사람들이야 대응할 수 있지만, 처음 겪는 사람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 더 힘들어져요”

휠체어 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은 화장실 이용이다. 외출이 예정된 날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고 물도 필요한 만큼만 마신다. 최근 의무적으로 장애인 화장실과 경사로가 설치되고 있지만 이마저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경사로는 계단 높이의 1/12정도, 최대 1/8까지 설치되야 하지만 실상은 이보다 경사가 심해 휠체어가 올라가기 힘든 곳이 많다. 어떻게 올라갔다 하더라도 장애인 화장실 구조가 비좁거나, 화장실 칸에 청소용품 등이 쌓여있어 사용할 수 없는 일이 태반이다. 

점잖고 차분했던 그의 목소리가 불편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조금씩 격앙됐다. 그가 겪은 아픔을 모두 공감하긴 어렵겠지만 장애인으로 생활하며 얼마나 애환이 깊었을지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복지라는 게 뭘까요. 몸이 아프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복지일까요.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시혜적인 시선으로 복지를 생각합니다.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 나이 든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함께 무엇이든 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복지 아닐까요?”

그가 꿈꾸는 세상은 너무나 평범했다.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을 가는 것. 유명한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 관광명소를 찾아 인증샷을 찍는 것. 누군가에겐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들에겐 아직 힘든 것. 먼 길을 돌아 광양에서 살아갈 그가, 광양에서 이 평범한 꿈들을 이룰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