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 - 약자들의 제한된 언어
사람과 삶 - 약자들의 제한된 언어
  • 광양뉴스
  • 승인 2022.11.18 18:43
  • 호수 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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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임·광양YWCA 이사·국방부 /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김양임·광양YWCA 이사·국방부 /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나이 들어가면서 숙성되듯 관계가 깊 어지는인생의찐친구몇명이있다.그 들과나는나이도다르고사는지역도, 살아온 배경도 각기 다르지만 관심 분야 가같고사회현상을보는시각도같아 서 흉·허물없이 마음을 터놓는 사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과격하고 직설 적인표현을자주,많이쓰는편인데얼 마전,함께하는SNS안에서현시국에 대해 던져놓은 나의 한마디 말이 그들의 머릿속을 휘저어 놓았던가 보다.

한멤버가“양임샘말씀은너무어려 워서 해석이 필요해요.”라며 말문을 열 었고이런저런대화가오가던중또다 른 멤버가 “이게 전문용어로 은닉 대본 입니다, 약자의 언어...”로 시작한 것이 자정을 넘긴 시간에‘읽었던 책 다시 읽 기’ 토론이 벌어졌다.

코로나19시국인2년쯤전에독서토 론을했던책인데번역이다소난해했 던... 그래서 꽤나 소화하기 어려웠던 책 이었는데, 아닌 밤중에 봉창 뚫는 격으 로다시그책을소환하게된것이다.그 리고내린결론은결국“은닉대본은 권력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약자의 언 어”라는 말로 귀결되고 말았지만 그 난 해했던 책이 요즘 자꾸 떠올려지는 것은 왜일까?

저자는 서문에서“권력을 향해 진실

을말하다.같은일은현실에서거의일 어나지 않는다. ‘演技(연기)가 전혀 없 는 행동은 불가능하다(조지 엘리엇).’ 라는 말로 전개를 시작한다.

공식 대본은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들사이의공개된상호작용을묘사하 기위한일종의약칭으로피지배집단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지침이라고 한다.

지배하는 자들이 공개대본을 하나의 연기에 ‘불과’하다고 의심하는 한, 그 들은 그 진정성을 평가절하하게 되고 공 개대본의 애매한 의미는 권력 관계에서 위장과 감시에 의해 연기되는 핵심 역할 들을 이해할 시사점을 제공한다.

은닉 대본은 권력자의 직접적 시선을 피해 ‘막후’에서 생성되는 언설의 특 징이며특정한사회적장소나행위자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통용된다고 한 다. 또한 은닉 대본은 언어적 행동뿐만 아니라 모든 행위 범주를 포함하며 공개 대본과은닉대본사이의경계는지배자 와 피지배자 사이에 갈등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영역이지, 견고한 벽체가 아니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은닉대본과 공개대본 사이에 존재하는 불일치를 검토함으로써 지배 권력이 공식적 언설에 미치는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것이며피지배집단이그들의은닉 대본을 무심결에 드러내는 일은 거의 없 다. 권력자와 피지배자의 은닉대본을 분 석하는 일은, 기존의 권력이나 부, 지위 의 분배에 대한 공식적 순응이 보여주는 표면의배후에서벌어지고있는내막을 보다자세히알게해줌으로써모순적구 조와 변화의 가능성을 폭로한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이 시점에서 이 책이 소환되었을까? 그것은 나와 남편 의 작은 다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 어떤 사람을 두고‘콜걸’이니 ‘줄리’니‘국격’이니 운운하는데 우리 가주목할문제는그사람의과거직업 (?)이 아니라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춰 야되는거아니냐.그런시각으로사람 을판단하고낙인을찍는것은같은일 (?)에 종사하는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에 대한 폭력이다... 라고 했더니 거기에 대한 남편의 반박과 나의 재반박이 이어 지면서며칠동안분위기가‘싸아~’ 했었노라고 SNS 상에서 친구들에게 얘 기를하던중,현시국에대한나의과격 한 표현이 ‘은닉대본’이라는 말까지 불러오게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