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취재 - 국제행사 사후 시설물의 공공개발 타당성(5)
공동기획취재 - 국제행사 사후 시설물의 공공개발 타당성(5)
  • 김호 기자
  • 승인 2022.11.1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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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광양항만공사가 맡게 된 여수세계박람회장 미래는
부채·고용 승계·활성화 대책 풀어야 할 숙제
정부참여관건,지역사회여론큰힘될것

광양신문을 비롯한 광양 지역신문들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여수광양항만공사가 10년 전 열린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인수, 공공개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을 비롯 타 항만공사 및 메가이벤트 이후 시설물의 공공 개발 타당성과 유지관리 실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운영 주체를 여수광양항만공사로 변경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역 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통일된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 강용주 이사장은 “박람회장은 여수만의 자산이 아니라 전남 동부권 전체 주민, 나아가 전남도 전체를 위한 시설이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하는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공공개발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을 개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후활용계획에 따라 민간주도 방식의 사업 참여와 개발을 통해 박람회장을 해양관광 리조트로 조성하고자 했으나, 박람회 정신과 유리된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크고, 민간투자 유치 저조로 인해 박람회 시설의 노후화 등 한계에 직면했다”며 “민간투자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지원 감소와 최소 운영비 미확보로 향후 박람회재단의 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박람회장 운영을 위해 연간 약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자체수입이 약 80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지역사회에서는 민간매각에 따른 난개발 방지를 위해 박람회 정신과 주제에 맞는 사후활용계획 수립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전남도는 지난 2019년 11월, 남해안 지역의 국제회의 수요 증가와 해양복합관광 클러스터 구축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 공공개발을 건의하고,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로 국제컨벤션센터를 건립해 줄 것을 해수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전남도의 이러한 건의에 따라 해양수산부도 공공기관인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박람회장의 운영 주체가 되는 것이 현실성 있는 최선의 대안으로 판단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공식적으로 “재무안전성을 갖춘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공공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법률 개정안 통과에 주력한 데 이어 공공개발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지역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장, 인수의 문제점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장을 인수하고, 박람회 재단을 흡수하게 되면서 직면하게 된 문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박람회 재단이 짊어지고 있던 3658억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됨에 따라 항만공사에 막대한 재정압박이 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20년 기준으로 부채 비율이 25~30% 미만으로 다른 공사나 공공기관에 비해 재무 안전성이 좋은 상태”라며 “여수박람회 재단의 권리와 의무를 다 이관하더라도 재무적 타당성 분석을 해본 결과 부채 비율이 향후 2030년~50년까지 40%까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부채 비율은 올라가더라도 실제 자산 가치가 자본으로 잡혀 감정가액이 1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부채 비율이 40%까지 올라가더라도 재정 건정성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오히려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자본 축적으로 신용도가 올라가서 투자를 더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람회재단 소속 직원들을 인수하는 문제도 공사로서는 골칫거리다. 이는 기존 공사 직원들의 심각한 인사 적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은 “공사로서는 정부가 결정하면 따라야 하지만, 부채 문제와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취임 직후 전남도와 해수부 등에 “엑스포재단이 갖고 있는 3658억원의 부채를 어떻게 할 것인가, 31명의 재단 인력에 대한 고용승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사 인수후 수익모델 창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사장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도 “부채 상환기간을 20년이나 30년으로 늘려주면 도움이 되지만, 10년 내에 갚고 활성화시키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기재부 협의시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수세계박람회장의 가능성

 

여수세계박람회장은 교통, 숙박, 관광 등 마이스 복합지구로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객관적인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강용주 박람회재단 이사장은 “박람회장이 마이스복합지구로 최적지라는 용역사의 의견을 듣고 있다”며 “박람회장이 국제회의지구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국제행사 유치 등을 다양한 고민과 함께 개발 주체에 대한 합의 등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강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2000석 이상의 컨벤션센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0석 이상을 갖춘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1천억원 이상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전남지사와 여수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예산확보가 어렵다보니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며, 그 역할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떠넘기는 분위기다.

강 이사장은 “2000석 이상의 컨벤션 센터 확보는 마이스복합지구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면 민간참여 유도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공원 변신 대전세계박람회장

 

지난 199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대전세계박람회장은 총면적이 27만3000평으로 과학공원 구역과 국제전시 구역으로 나눠 건설됐다. 대전엑스포장의 과학공원 구역은 지금도 과학기술교육을 위해 계속 운영되고 있다.

대전엑스포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관광공사는 엑스포장 구역에 대전컨벤션센터를 건립하고, 엑스포 과학공원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엑스포 과학공원에는 한빛탑, 엑스포기념관, 통일관, 물빛광장 음악분수, 대전교통문화연수원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엑스포과학공원의 상징인 한빛탑은 빛, 과학과 우주를 모티브로 해 우주정거장을 연상케하는 고리형 서클 형태로 건립됐으며, 엑스포과학공원과 대전시 주요 지역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93m 높이다.

탑신 주위에는 옛날 우리 조상들이 널리 사용했었고 우주의 윤회 원리를 의미하기도 하는 8괘, 12지신, 28수, 24방위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엑스포기념관은  기억의 장, 전환의 장, 염원의 장, 환희의 장, 화합의 장 등 5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으며, 엑스포의 기원부터 근대 엑스포까지의 이야기와 대전엑스포의 탄생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전엑스포'93 파노라마 영상과 대전엑스포'93 미디어 파사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대전교통문화연수원은 엑스포과학공원 내 위치한 전시관으로 야외 체험장에는 미니 열차 코스, 전동카트 체험, 모노레일 자전거 체험, 교통안전체험코스를 갖춰 어린이와 청소년, 일반인들이 실제 체험을 통해 선진교통 문화를 확산시키고, 교통안전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대전세계박람회장 이후 시설활용

 

여수에 앞서 1993년 박람회를 개최한 대전의 경우 행사 후 대전엑스포기념재단을 설립해 박람회장을 관리했다. 재단은 박람회장 중 상설전시구역을 민간에 위탁해 운영토록 했으나 이 민간업체는 1997년 운영권을 반납했다.

그리고 정부는 1999년 박람회장 소유권을 대전광역시청으로 이전하면서 대전엑스포기념재단은 해체됐다.

대전시는 같은 해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법인을 설립해 지방공사가 운영을 맡도록 했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행정안전부는 2008년 법인청산명령을 내린다.

이후 대전시는 2011년 대전마케팅공사를 설립하고, 이듬해에는 지방공사 엑스포과학공원 흡수합병한 후 2014년부터 시가 직접 주관해 엑스포재창조사업을 실행한다.

이후 엑스포장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튜디오큐브가 건설되고,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이전했으며, 지난 8월에는 신세계컨소시엄의 신세계아트앤사이언스와 엑스포타워가 개장했다.

올해 1월 대전관광공사로 명칭을 변경한 대전마케팅공사는 엑스포과학공원의 한빛탑, 엑스포기념관, 대전드림아레나는 유지하고, 이매지네이션관(현 돔영상관), 테크노피아관(현 시뮬레이션관), 우주탐험관, 자원활용관(현 에너지관), 인간과 과학관 등 대부분의 엑스포 시설물을 철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