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체성과 광양 와인동굴
지역 정체성과 광양 와인동굴
  • 광양뉴스
  • 승인 2022.12.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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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일본에서는 지난해 가을 ‘철도 폐선 터널의 세계’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폐선터널에서“바람과 물방울의 소리를 느끼는 순간이 좋다”는 저자 하나다 히토야(花田欣也)씨가 걸어 다닐 수 있는 터널 110개소를 소개해 놓았다.

기차 폐선 터널이 지역의 귀중한 관광 자원의 하나로서의 주목받게 됨에 따라 이 책은 화제를 모았는데, 책 내용에는 터널의 풍부한 사진, 개설, 폐로, 거리 등의 데이터, 지도 등이 게재되어 있다.

겉보기는 똑같이 보이는 터널도 차분히 살펴보면 각각 개성이 있고, 건축 자재의 차이와 디자인의 특징 등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역사, 건축, 문화 유산측면에서 접근한 것이 주를 이룬다.

책 내용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지자체가 폐선 터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폐선 터널을 가능한 원형대로 보존하면서 기간 한정이벤트 투어, 역사 탐방이나 걷고 도시락 먹기 등에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선이나 동굴을 지역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일본과는 달리 새로운 관광시설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광명와인동굴, 김해와인동굴, 사천 와인갤러리, 영동 와인 터널, 무주머루와인동굴, 청도 와인터널 그리고 광양와인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 중에는 빛의 차단, 온습도 변화와 진동이 적은 동굴의 특성과 지역 특산 과일로 만든 와인을 연계시켜서 정체성 함양 및 관광에 활용한 곳들이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의 정체성(Aaria Identity, AI) 없이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만을 도입해서 동굴에 적용해서 활용하고 있다. 이것은 과거 대형 버스를 타고 지역의 대표 관광지만을 다니던 시대에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으나 자가용 차량이 주류가 되면서 곳곳을 찾아다니는 현재의 관광산업에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식이다.

최근의 관광산업의 모델은 지역의 정체성(AI) 중시하는 방식이다. 지역의 정체성(AI)이란 지역 내에서의 동일성이나 개성을 나타내고 표현하는 것으로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독자성)를 도모하려고 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에게는 지역에 기대하는 AI를 밝히고, 이것을 고리로 관광과 관련된 조직이나 자원을 활용하는 것에 의해 지역 내에 산재되어 있는 관광, 식사, 체험 등을 연결해서 지역 내 전체를 돌아다니고, 체류 시간이 길게 하는 방식이다.

광양 지역 정체성의 하나로 삼을 수 있는 광양 매실을 예로 들면 개화 시 꽃구경, 수확 체험과 가공, 와인 만들기, 자신이 만든 와인을 와인동굴에 1년간 위탁해서 숙성시키고, 1년 후에 와인을 찾으려 광양을 방문해서 와인을 들고 광양불고기 식당에 가서 불고기를 먹는 것에 이르기까지 연계가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광양 와인동굴은 지역의 정체성을 얼마나 담고 있을까?

그 대답은 몇몇 블로그에 게재된 광양 와인동굴 방문 후기로 대신한다 “광양의 특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조명 아래 사진 한 장 찍는 것 외에는 남는 것이 없다.” “그닥 볼게 많지 않다. 뜬금없이 VR과 족욕하는 곳 등 산만하고 생뚱맞다. 광양가서 불고기만 먹고 와도 괜찮을 뻔 했다.” “와인을 사자니 이름도 맛도 모르고, 한잔 하자니 운전해야 해서 그림의 떡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다.”

광양 와인동굴에 대해 좋은 점들이 소개돼 있는 블로그도 많으나 지역의 정체성과 관광산업의 육성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후기에 대해 귀담아 듣고,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