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기묘한 ‘폐기물처리장’
[기자수첩]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기묘한 ‘폐기물처리장’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4.08 17:57
  • 호수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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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기자
김성준기자

황금산단에 폐기물처리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인근 황금지구 입주예정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라며 여기저기 관련기관을 찾았지만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관련 법에 정해져있어 어쩔 수 없다’ 정말 어쩔 수 없을까. 아니 어쩔 수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쩔 수 없어 보이긴 한다. 관련법안은 개정됐고 행정절차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됐다.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 땅은 시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광양시 빠진 광양땅’이다. 

황금택지지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동주택용도로 개발에 나선 지역이다. 중간에 사업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었지만 토지구획정리작업 공사가 재개된 건 2018년이다. 지역민들은 꽤 오래전부터 아파트가 생길거란걸 인지하고 있었다. 

경제청이 폐기물처리장을 신설키로 한건 2015년, 바이오발전소 폐기물을 포함해 처리장 면적을 8배 가량 확대한건 2017년 3월이다. 이어 골든에코(주)와 해당 부지에 분양 계약을 체결한 건 2018년 12월이다. 

당시 경제청 담당자들은 1.3km거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생길거란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아파트 건설 전 폐기물처리장이 준공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까. 

해당 폐기물처리장에는 황금산단 만이 아닌 명당산단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도 매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가 붉어질 당시 해당 사안을 묻는 기자에게 경제청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며 황금산단 내 쓰레기를 우선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든에코(주) 관계자는 “명당산단은 폐기물을 황금산단에서 처리한다는 조건부 인허가였다”고 말한다.

또 경제청 관계자는 “바이오 발전소 재활용 방안에 따라 적정 매립량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골든에코측은 “조정이야 있을 수 있지만 대폭 조정은 힘들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처리장 면적을 확대해서 땅을 판매한 건 경제청이고 입찰자는 손익계산을 마치고 그 땅을 입찰 받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바이오발전소는 아직 소각재 재활용 용역을 시작하지도 않았으며 99%가량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바이오발전소 발생예정량 115만톤 자리에는 어떤 폐기물들이 묻히게 될까.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상황만을 이야기한다. 아무도 잘못한 게 없으며 황금지구 입주예정자들은 말 그대로 ‘모르고 입주한 죄’를 받게 됐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묻고싶은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왜 말을 돌리는건지, 인허가권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 재활용 용역은 왜 늦추고 있는 건지, 산단 내 폐기물을 우선시 하긴 할 건지, 시공·시행사는 2015년부터 추진된 폐기물처리장을 몰랐는지. 아니면 다들 모른 척 하는 건지 기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