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양시와 갈라파고스
[현장에서] 광양시와 갈라파고스
  • 김성준 기자
  • 승인 2023.04.24 08:30
  • 호수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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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기자
김성준기자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갈라파고스 제도는 무척이나 신비롭고 흥미로운 곳이다. 19개의 섬과 암초로 구성된 이 제도는 기후와 강수량 변화가 무척이나 큰데다 수백만 년간 외부와 단절된 탓에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했다. 

등껍질이 다르게 생긴 12종의 육지거북이 있는가 하면 적도 인근임에도 불구하고 펭귄이 산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곳이며 ‘진화론’이 시작된 역사적인 곳이다. 진화론에는 ‘자연선택’이란 단어가 수차례 등장하는데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을 잘한 생물만 살아남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18일 정인화 시장은 취임 후 두 번째 시민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번에 비해 달라진 모습으로 시민들을 대했다. 

완벽하진 않았으나 ‘소통하는 시장’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긍정적 검토’보다 ‘적극적 대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는가 하면 ‘검토는 하겠다’보다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했다. 

이뿐인가. 반복적인 단어 사용을 줄여 답변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참석한 고위공무원들에게 일주일 후 대책 보고를 지시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반면 광양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 여전했다. 

일부 읍면동의 경우 과도한 환영 플랜카드를 게시하고 별도의 식전행사와 과한 홍보동영상을 기획한 탓에 정작 시민과의 대화는 40여분도 진행되지 않았다. 

시간관계 상 다하지 못한 질문은 서면을 통해 답해준다고 했지만, 시민들이 시장의 입을 통해 민원에 대한 공식적인 대답을 듣는 ‘특별한 이벤트’을 뺏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 관계자는 “시장과 주민들의 만남이 자주 있는 행사가 아닌 만큼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고, 정 시장 역시 “축제장 같아 좋았다”고 답했지만 시민과의 대화 취지와 어긋나는 구시대적 발상이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찰스 다윈은 ‘생물’을 전제로 진화론을 주장했지만 실상 정치판이나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갈라파고스에 갇힌 생물들처럼 먹이와 기후가 달라졌음을 인정하고 발맞춰 노력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도태될 뿐이다. 

더군다나 인구소멸시대에 접어든 요즘 세상에서 지자체들은 ‘적응의 결과’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광양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구태의연함을 벗어나 적응을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