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여순사건 유족들, 하나로 뭉쳤다.
흩어진 여순사건 유족들, 하나로 뭉쳤다.
  • 광양뉴스
  • 승인 2023.05.26 18:46
  • 호수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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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된 유족회 출범…회원 200명
1000명 추산되지만 신고률 60%
올해 말까지 유족 신고 가능해

지역 내 끔찍한 비극인 여순사건이 발생한지 75년이 흘렀다. 그동안 흩어져 활동해오던 유족들이 하나로 뭉쳐 ‘광양유족회’로 결집하고 확대 개편키로 했다. 

“여순사건 광양유족회’는 지난 19일 광양시청 대회의실에서 총회를 열고 여순사건 유족들을 대표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유족회를 출범하고 200여명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기존 광양유족회는 전체 유족 중 10%에 못 미치는 76명으로 구성됐으나 올해 2월부터 산재된 유족들을 하나로 뭉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새롭게 시작한 ‘광양유족회’는 회원 200여명으로 이경재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 8명, 자문위원 7명, 전문위원 2명, 운영위원 16명, 사무국장, 간사 등으로 구성됐다. 

이경재 상임대표는 “광양유족회가 역사적 아픔을 씻어내고 명예를 회복하는데 중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후손에게는 여순사건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역사적 교훈과 유산이 될 수 있도록 열성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인화 광양시장은 “여순사건은 국가가 양민에게 자행한 명백한 불법적인 폭력이라고 생각한다”며 “희생자이신 할아버지와 부모가 이제는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생각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양시에 여순사건 유족은 1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현재 여순사건특별법을 통한 신고인은 600명을 넘겼다.

여순사건 희생자 신고는 올해까지 각 시군 읍면동 사무소에서 가능하다.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에서 1차적인 조사를 마친 후 실무위원회에서 2차 보완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실무위원회에서 사전검토 및 심의의결과정을 거쳐 최종 희생자로 결정되게 된다.                         

이경희 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터뷰 - 이경재 상임대표

“아픔을 함께 나눈 형제, 자매다”

△이경재 상임대표
△이경재 상임대표

“여순 10·19사건은 냉전과 분단이 가져온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였습니다”

새롭게 발족한 광양유족회 이경재 상임대표는 무거운 입술을 떼며 말했다. 

당시 여수에 주둔중이던 14연대가 제주도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하며 벌어진 사태는 빠르게 인근 지역으로 번져나갔다. 철도를 이용해 순천지역을 장악한 14연대는 정부군이 파견되자 산세가 가파른 광양 백운산으로 숨어들었다. 오랜 시간 대치를 이어오던 사태는 잘못된 이데올로기와 이념싸움으로 번지며 무고한 광양 시민들이 희생되기에 이르렀다. 사건이 종료됐지만 광양시민들은 누구도 희생을 언급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피해 유가족들은 반란군으로, 빨갱이로, 연좌제에 묶여 75년이 넘도록 억울하다는 말조차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야한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특별법은 이 불행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해 이뤄낸 결과”라며 “(특별법 제정 이후)사회적 시각과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유족들은 살아생전 억울한 희생에 대한 진실 규명과 명예를 회복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족들이 연로해지며 모이기조차 쉽지 않은 만큼 사실조사관을 늘려 조속한 심의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광양시가 추모 위령사업 등 10여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광양유족회가 힘을 하나로 모아 지역사회에 책임과 역할로 답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유족회는 아픔을 함께 나눈 형제, 자매”라며 “하나로 뭉치면 못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