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학업성취와 지역 간 격차를 바라보는 시선
[들꽃산책] 학업성취와 지역 간 격차를 바라보는 시선
  • 광양뉴스
  • 승인 2023.05.26 18:49
  • 호수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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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명 /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김대명 /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그들은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가 어떠니? 무슨 장난을 제일 좋아하니? 나비를 수집하니?”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 살이니? 형제자매가 어떻게 되니? 그 아이 아버지의 수업이 얼마나 되니? 하는 것이 어른들이 묻는 말이다. 이 내용은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에 나온 내용이다.

인생에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은 결국 성적, 즉 학업성취 수준이다. 각급 학교의 진학과 진급과 졸업 등 교육 선발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판단의 기초가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이기 때문이다. 

학업성취 수준은 각 단계의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로 학습했는가를 나타내는 평가자료인 동시에, 다음 단계 과정을 제대로 이수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예측자료이기도 하다. 그리고 흔히 한 사람의 총체적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사용된다. 

학업성취는 학교 교육을 통하여 학습한 지식, 사회적 능력, 가치관, 세계관, 예술능력, 운동기능 등 학습 결과의 총칭이다. 

그러므로 학업성취에는 지적 영역의 학습 결과만이 아니라 비지적(非知的) 영역의 학습 결과도 포함된다. 그러나 실제의 성적은 흔히 교과 지식의 학습 수준만을 반영한다.

머리 좋은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높아지고, 머리가 나쁘거나 게으르면 성적이 낮아진다는 것이 상식이다. 즉, 성적은 지적 능력과 노력의 함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적이 높은 학생은 머리가 우수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성적에 관한 또 하나의 상식은 학교의 교육여건이 좋으면 성적이 높아지고 나쁘면 성적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학교의 교육 조건이 학생의 성적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학업성취와 지역 간 격차는 뚜렷하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과목별 학업성취도를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으로 구분하여 비교하면 지역 간 학업성취 격차는 시간의 흐름에 관계 없이 계속 지속되고 있다. 

특히 수학과 영어에서 격차는 매우 크다. 그리고 하급학교보다 상급학교 단계의 지역 간 격차가 더 큰 현상도 여전하다. 지역간 학업성취도를 비교한 2019년의 한 연구 결과도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 순으로 성취도가 높고, 특히 중학교 수학과 영어는 대도시와 타 지역 간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인적 자원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중고등학교 시기부터 지역 산업에 기반한 대학 입시 연계를 통해 우수 인재의 지역대학 유입을 유도하고, 대기업, 공공 기관 등 취업 성공 스토리텔링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의 지방대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우수 인재 양성으로 전남 주력산업분야별 강점을 가진 대학을 특화해 지원하고 지역산업 연계를 강화한 형태의 혁신적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재직자, 퇴직자 등에 대해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재교육 기능을 강화해 지역 인재가 지역산업으로 회귀하는 선순환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을 입국단계부터 지역 내 정착까지 지원하는 교육체계를 마련해 해외 우수인재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추진이 지역과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지역 대학을 육성해 지역 인재가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이고, 추진해야 할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