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한다
공공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한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3.27 08:53
  • 호수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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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2박3일간 한국언론재단 광주사무소 주최로 지역신문발전기금 위탁연수 ‘문화도시 그리기 : 공공디자인과 음악제’연수가 열렸다. 이번 연수는 부산과 경남 김해ㆍ통영시의 공공디자인 우수 도시를 견학하고 공공디자인 전문가의 강의로 이뤄졌다.
본지는 이에 ‘공공디자인이 도시를 바꾼다’라는 주제로 8차례에 걸쳐 기획 기사를 게재하고 이번 연수를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공공디자인의 필요성과 우리나라 공공디자인 선진 도시와 광양시의 과제를 짚어본다. 이번 주에는 첫 회로 ‘우리나라 공공디자인 정책의 방향’에 대해 게재한다. <편집자 주>
 
 
공공디자인이 도시를 바꾼다

1. 우리나라 공공디자인 정책의 방향
2. 공공디자인을 통한 원도심 재생-부산 광복로의 사례
3. 옥외광고, 이제는 변해야 한다
4. 가로등, 목적에 맞게 설치해야
5. 야간경관 개선사업,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6. 공공디자인 선진 도시를 꿈꾼다-경남 김해ㆍ통영시의 사례
7. 목욕탕이 문화공간으로-부산 대안 공간 ‘반디’
8. 광양시 공공디자인의 현주소

얽히고설킨 각종 전선줄. 무질서하게 널브러진 옥외광고물, 휘황찬란하지만 전혀 정리되지 않은 야간 광고물. 우리나라 도시의 현주소다. 한때는 이러한 외형물이 도시발전의 척도임을 알렸지만 이제는 도시 미관을 현저히 떨어뜨리며 아름다운 공간 환경 조성을 방해하고 있다.

한민호 문화체육관광부 공간문화과장은 도시미관을 저해하는 외형물에 대해 “공간환경 관련 법률의 부처간 분산과 문화적 처방을 제시하는 법률의 부재가 대표적인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한 과장은 “인간이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가 사람을 다시 만든다”고 강조한다. 윤종영 한양대 교수(산업디자인)는 지난 20일 부산호텔에서 열린 지역신문발전기금 위탁 연수 ‘공공디자인의 성공조건’이라는 강연을 통해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이 조성, 제작, 운영 및 관리하는 공공의 공간, 시설, 용품 등을 공공디자인 정책에 의해 심미적, 상징적, 기능적 가치를 높임으로써 삶의 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고 정의했다. 윤 교수는 이어 “공공디자인은 새로운 선진문화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공공의 포괄적 실행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했다.

사적 디자인은 기업 이윤 창출을 위해 독창적 디자인 요소를 강조하지만 공공디자인은 튈 필요가 없이 주변 경관을 포함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공공디자인은 △공공공간디자인(도시환경, 공공건축 및 실내환경) △공공매체 디자인(정보매체, 상징매체) △공공시설물 디자인(교통ㆍ편의ㆍ공급) △공공디자인 정책(행정및 정책계, 관련법규계)으로 나눌 수 있다. 선진국은 공공디자인 정책이 주무부처의 명확성과 중앙의 철저한 통합관리로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공공디자인, 걸음마 수준
 
최근 우리나라도 공공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 각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는 공공디자인 엑스포가 열렸으며 오는 10월에는 국제공공디자인 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공 디자인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윤 교수는 “새마을 운동 등 급속한 양적 성장정책이 공공디자인에 대한 필요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각기 다른 주무부처의 혼재성에 따른 혼란과 공공디자인의 통합적 관리가 불가능한 것도 공공디자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 및 지방 정부의 관련 업무 단절 △잦은 이동으로 인한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관련법의 부재로 행정적 지원근거 미비 등이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광고물관리, 건축 및 토목, 교통, 중소기업지원, 조경 및 경관조명 등이 제각각 분리 운영되는 바람에 업무 추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윤 교수는 “이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주무부처의 명확성과 중앙의 철저한 통합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전문직 공무원 제도를 운영해 체계화를 갖춘 것이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다.
윤 교수는 공공디자인이 예산을 낭비한다는 선입견을 깨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디자인은 오히려 돈을 절약하는 사례다”며 “이미 책정된 예산에 의해 설치, 시공하는 것을 질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킨 것이 공공디자인이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공공시설물, 도시 미관 해쳐
 
열악한 공공시설물 역시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다. 파리 에펠탑,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뉴욕 타임스퀘어, 런던 타워 브릿지 등 전 세계적으로 국가, 도시를 상징하는 상징물들이 즐비해있다. 잘 만들어진 공공시설물은 결국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막대한 경제유발 효과를 일으킨다는 해석이다.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경우 공연을 보는 것보다 오페라 하우스 건물 자체를 보기 위해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인다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에펠탑, 오페라 하우스 등을 보더라도 상징물 하나가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느냐”며 제대로 된 공공시설물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윤 교수는 특히 공공시설물의 경우 주변 자연과의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아쿠아 아트는 군인 공제회가 5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립해 서초구에 기부채납으로 시공한 육교다. 윤 교수는 그러나 이 육교가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우면산을 가려지게 설계해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건축물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연물보다 좋을 수는 없다”며 “자연에 비해 튀면 안된다”고 말했다. 화려한 외형보다는 자연과 적절히 어울려 주변 환경과 조화를 갖는 시설물이 결국 도시 미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교수는 구도심 위주의 전신주는 도시 미관을 해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전신주를 중심으로 얽혀있는 각종 케이블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안전상에도 좋지 않다”며 “정리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우리나라 거리에 있는 쓰레기통 대부분이 디자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작되고 있다”며 “도대체 볼품없는 쓰레기통에 왜 지자체 로고를 같다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도에 설치된 가로 시설물 또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윤 교수는 “소관기관과 부서가 제각각 달라 업무 협조 및 설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서울 어느 거리에는 불과 100m도 안 되는 곳에 한전, 경찰청, 지자체, 지하철공사, 국토해양부도로공사, 이동통신사 등에서 설치한 가로 시설물이 거리를 장악하고 있었다”며 “어느 시설물 하나 정리하려 해도 업무 협조가 안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고 말했다. 
    
공공디자인, 정책부터 추진해야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는 달리 조금씩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을 중심으로 공공디자인 문화포럼이 출범했고 현재 공공디자인 법률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상태다. 이 법률안에는 공공디자인 비용 책정을 의무화 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공공디자인 학회도 창설됐다. 윤종용 교수는 “새 정부에서도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추진, 대운하, 새만금, 신도시, 혁신도시 등에 디자인 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질적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자체에도 디자인통합 심의위원회를 설치ㆍ권고하는 것을 비롯, 관련법과 제도적 기반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모든 정책이 디자인 심의를 거쳐 통과하는 시스템이 구축될 정도로 공공디자인에 대한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주민들의 공공디자인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공공디자인이 결코 예산을 낭비하고 사치스러운 분야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윤종영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디자인 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국가정책으로 반영, 법률적 지원을 통해 행정기관, 전문가, 주민/공동체, 전문기업 등이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자체에서 성과를 노리고 공공디자인을 성급히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시간을 갖고 전문가,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자체의 현실에 맞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