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복로, 민ㆍ관ㆍ학 협력으로 문화공간 거듭나
부산 광복로, 민ㆍ관ㆍ학 협력으로 문화공간 거듭나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09 22:47
  • 호수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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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로 상인들…“거리ㆍ간판 이제는 바꿔야” 인식
 
6.25 전쟁 후 부산 최고의 번화가로 영광을 누리던 부산시 중구 광복로. 이곳은 전국 최초로 문화관광부 지정 도로환경 정비대상으로 선정된 뒤 간판 정비, 보행로 중심의 도로구조 변경 등을 통해 아름답고 걷고 싶은 거리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2006년 문화관광부 지정 도로환경 정비대상으로 선정된 광복로 시범가로 조성사업은 국비 30억 원, 지방비 57억원 등 총 8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2월 완료했다. 이번에 조성된 광복로의 길이는 총 750m에 폭은 15m, PIFF 광장은 240m 길이에 폭은 15m이다.
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 부산의 대표적인 패션 거리인 광복로가 확 바뀌었다. 간판 개수는 1/3정도 줄고 크기도 절반 정도 작아져 건물의 겉이 깔끔해졌다. 거리는 2차로에서 1차로로 줄면서 S자 모양으로 아름다워졌다. “간판은 크고 많아야 좋다”는 상인들의 인식도 ‘조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상인들은 이 같은 변화는 곧 광복로가 옛 명성을 되찾는 밑거름으로 자리 잡는 역할을 하게 된다.
 
주민 참여로 일궈낸 광복로
 
광복로 시범가로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광복로에 대해 △주민들이 주도하는 공공디자인 △민ㆍ관ㆍ학이 함께 협력하는 혁신적 프로세스 △보행자를 위한 ‘느림의 거리’ 지향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을 통합하는 토털 디자인 △역사성과 지역성을 반영하는 하나뿐인 공공디자인 △원도심을 재 활성화시키는 공공디자인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는 진정한 공공디자인 등 7가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 교수는 특히 “주민들이 만든 공공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주민들은 처음에는 방관자로 다음에는 참여자, 지금은 주도자로 변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로 광복로가 탈바꿈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는 물론 각종 간담회 개최와 해외 선진 견학을 실시하는 등 견문을 넓혔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주민들도 직접 외국의 사례를 접해본 후 광복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느꼈다고 한다.   
 
결국 민ㆍ관ㆍ학이 함께 협력해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관광부, 부산시청, 중구청이 사업지원을 하면 중구청의 시범가로추진단이 행정적ㆍ문화행사ㆍ홍보 등을 지원한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광복로에 대한 전체적인 기획, 전문지식 컨설팅, 디자인 등을 맡는다.
건물주와 점포주, 주민대표 40명으로 구성된 주민지원 협의회에서는 기획된 내용을 토대로 거리 만들기의 주체로 활동하며 사업 감리, 광복로 조성 완료 후 유지 발전 등을 담당한다. 우신구 교수는 “민ㆍ관ㆍ학 3박자가 맞지 않았다면 지금의 광복로는 없었을 것”이라며 “3개 기관이 머리를 맞대 광복로 번영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느림과 여유의 공간으로 거듭나다
 
광복로는 보행자를 위한 느림의 공간이라는 면에서 일반 도심의 거리와 차별화를 이룬다. 우 교수는 “광복로는 자동차를 위한 기능의 공간, 조형물을 위한 예술의 공간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생활의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광복로는 차도가 2차로에서 1차로로 줄면서 S자모양의 곡선으로 단순한 직선보도를 탈피했다. 줄어든 차도만큼 보도가 3.6m가량 넓혔다.경계석도 없애 장애인의 보행권을 보장했다. 광복로 곳곳에는 이곳 유래가 담긴 옛 사진, 기념석 등이 자리를 잡아 이곳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의 발길을 잡는다.
또한 거리 곳곳에 각종 전시회는 물론 쌈지 공연장에서는 소공연도 펼쳐져 누구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소통의 공간으로만 인식되던 거리가 휴식의 공간,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간판 정비로 깨끗한 이미지 심어
 
광복로는 각 구간별로 주제에 맞게 간판 정비를 실시한 것도 눈에 띈다. 간판 조성사업은 2005년부터 2년간 총 18억 6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했다.
우 교수는 “사업 초기인 2005년만 하더라도 상인들은 ‘간판은 무조건 크고, 많고, 화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간판 크기를 줄이고, 지지대의 띠 색깔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른 것은 당연했다. 간판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상인들의 손익 계산이 앞서는 등 간판 재정비 사업은 산 너머 산이었다.

우 교수는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면서 상인들은 간판의 내용 등 품격의 중요성을 알게됐고, 건물과 거리, 이웃 간판과의 조화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광복로는 도전과 역동, 억압과 해방, 자유와 개방 등 3개 구역으로 나뉘어 각 구역별로 간판이 녹ㆍ청ㆍ적으로 통일을 이뤘다. 도전과 역동 구간은 옛 시청~시티스폿(옛 미화당백화점)으로 ‘로드숍’ 중심으로 구성된 패션거리다. 이 구역의 간판과 건물을 연결하는 지지대에는 그린존이란 이름에 걸맞게 녹색 띠가 둘러져 있다.
시티스폿에서 창선상가까지는 억압과 해방(블루존) 구간이다. 이곳은 통신·화장품·미용실·아울렛·약국 등이 모여 있어 간판지지대가 파란색으로 둘러쳐졌다. PIFF(피프)존 구간 일대는 젊음을 상징하는 ‘레드존’으로 꾸몄다. 영화관과 음식점, 카페 등의 간판지지대의 붉은 띠가 활기차다.

간판 재정비사업 추진 결과, 간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415개 업소의 1323개 간판 중 431개의 간판을 철거, 32.6%의 간판이 감소하는 성과를 이뤘다. 우 교수는 “간판 개선은 새로운 간판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간판을 ‘적게, 작게’ 만드는 것”이라며 “간판도 예술이라는 사실을 상인들도 깨달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복로, 원도심 재활성화 성과
 
광복로가 시민들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경제적인 효과를 주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새롭게 바뀐 광복로는 현재 관광객과 쇼핑객이 급증하고 있다. 광복로의 경우 재정비사업을 추진한 결과 폐업 점포의 감소가 44개 업소에서 31개 업소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신구 교수는 “상인들이 정확한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지만 30% 정도 증가했다는 얘기를 하는 등 광복로 재정비 사업이 상인들에게도 효과적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치도 상승한 것도 상인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대목이다.
 
앞으로 유지·발전이 더 중요
 
우신구 교수는 앞으로 광복로 유지 및 발전 단계에서 상인들의 역할이 더욱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나라 여러 지자체에서 그동안 가로경관개선사업을 펼쳤으나 사업 종료와 함께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광복로는 타 지자체의 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업 종료 후 유지 및 발전단계를 더 중요하게 계획하고 있다.

중구청은 앞으로 광복로에 옥외광고물 특정구역을 고시 △유연성 원단 소재 사용 규제 △돌출형 간판 규격 세로길이 제한 △돌출형 간판 지지대 및 지지대 내부조명 설치 의무화 △돌출형 간판 지지대 내부조명 구간별 지정색상 의무화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우 교수는 “간판시범사업의 완료 직후가 가장 좋은 상태가 아닌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 광복로의 목표다”고 밝혔다.